[2021 디지털청년인재등용문사업] (9) 성서공동체FM 최원혜 청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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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민재단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21년은 행정안전부 청년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코로나19 시국을 반영해 청년들이 NGO에서 비대면 디지털 영역 활동을 하는 ‘2021디지털청년인재등용문사업’으로 진행됩니다. 매주 수요일 이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 활동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청년 NGO에서 꿈을 꾸다”
아홉번째 청년활동가 활동이야기는 성서공동체FM 최원혜 활동가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서공동체FM에서 디지털 청년인재 등용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 최원혜라고 합니다.

Q. 성서공동체FM은 무엇을 하는 단체인가요?

성서공동체FM은 달서구 성서 지역을 중심으로 라디오 주파수 FM89.1MHz를 맞추면 들을 수 있는 라디오 방송입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이주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우리 주변 이야기를 담아 방송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서공동체FM은 2005년에 전국 최초로 생긴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인데요. 저희와 같은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이 전국에 7개 였습니다. 7월말에 전국적으로 신규 방송사가 20곳이 선정되어서 앞으로 공동체 라디오 매체의 영향력과 인지도가 좀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Q. 활동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재미있었던 활동은?

대구참여연대와 함께 미얀마 민주화운동 생방송 라이브를 한 적이 있는데요. 오디오 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익숙해져 가는 시기였는데,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큰 라이브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담당하던 일이 음향 조절이었는데요. 방송 전날 장비 설치하면서 인턴끼리 예행 연습도 했거든요. 큐사인이 떨어지고 오프닝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면, 몇 초 뒤에 멘트 시작하고, 어쩌고 하는 그런 것 말인데요. 그런데, 방송 당일 제가 실수를 한 거예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믹서기 음량 버튼을 잘못 내려서 볼륨 조절이 안된 거예요. 그래서 오프닝 토크가 나가지 못한 거예요. 얼마나 식은땀이 나고, 우울하던지. 이럴 거면 왜 예행연습을 했는지 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방송이 끝나고 나서 다들 괜찮다고, 다음에 잘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처음이었어요. 실수해도 괜찮구나, 다음에 같은 실수를 안 하면 되는구나를 느낀 건요. 이제껏 사회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실수는 있었는데요. 근데 한 번도 그런 말을 해주신 분이 없었거든요. 정말 좋은 곳에 와서 함께 활동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생방송에서 실수는 했지만, 무사히 방송을 마칠 수도 있었고, 그 뒤로 음향 실수는 안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데 그중 하나를 이야기한다면, 저희가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는 방송이 있어요. 방송 한 시간 전에 미리 유튜브 라이브 송출을 준비 한 후에, 방송시간 땡! 하면 생방송 송출 버튼을 눌러 방송을 내보는데요. 보이는 라디오 방송에 필요한 인원이 최소 2명 정도예요. 주조실에서 방송 송출과 실제 방송되는 음량 모니터링 담당, 그리고 스튜디오 안에서 입력되는 음량이랑 보이는 라디오 송출 상태 담당으로 두 사람인데요. 그날은 저희를 담당하는 경민 피디님이랑, 같이 일하시는 지나 쌤, 이렇게 세 명이 있었거든요. 방송 전에 배고파서 떡볶이랑 사이드 메뉴랑 엄청 시켜놓고 방송 시작하면 먹자고 준비를 해놓았거든요.

음악 방송이었는데 DJ 선생님이 음악을 모두 라이브로 하세요. 보통은 오프닝도 하시고, 첫 곡 부른 후 노래를 한두 곡 틀어주시거든요. 음원으로 그럼 그 타이밍에 스튜디오 모니터링 담당자들이 밖으로 나와요. 근데 그날은 DJ 선생님이 모든 곡을 라이브로 하셨어요. 스튜디오 모니터링 담당하던 경민 피디님이랑 지나 쌤이 그 스튜디오에 1시간 동안 갇혀 계셨거든요. 마이크가 켜져 있는 이상 스튜디오 문을 열면 잡음이 들어가서 방송사고가 나거든요. ‘나와야 하는데···나와야 하는데···떡볶이 다 불어 가는데···’ 이런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주조실 담당이었던 제가 음원으로 대체할 음악을 디제이 선생님께 카톡으로 신청했거든요. 신청한 곡은 라이브로 안 부르시겠지 하면서요. 그런데 이 곡도 라이브로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두 분은 한 시간 뒤에 나오게 되셨고요. 그날 저희는 차갑게 불어버린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Q. 최원혜 활동가는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기본적으로는 라디오 방송을 위한 모든 활동을 합니다. 대본도 쓰고, 생방송도 진행하고, 음원 녹음도 하고요. 미디어 교실 같은 수업 보조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그중에서도 주된 업무는 방송 회원들의 프로그램 제작을 보조하고, 방송될 수 있도록 편집하는 일입니다. 송출 서버에 그 방송을 업로드해서 라디오에 문제없이 방송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일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기획시리즈 ‘마을과 자치’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취재도 가고, 기획도 하면서 마을공동체에 대한 것을 배우고, 또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접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번외로는 웹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행사나 수업에 대한 홍보 포스터나 현수막, 엑스 배너같은 홍보자료와 필요한 것을 만들기도 하고요. 기획 방송이나 마을 소식 등을 위해서 직접 취재를 나가기도 합니다. 저희가 이주민분들과 지역주민들의 방송국 이어서 마을 공동체에 대해서도 많은 것들을 들어요. 그래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보조하는 일을 합니다.

Q. 활동 후 느낀 점, 변화된 점이 있다면?

방송국 일을 배우고, 제작을 보조, 지원하면서 이제껏 제가 몰랐던 또 다른 세계를 접한 느낌이었습니다. 촬영과 음향 장비를 처음 다루기도 했고요. 라디오라는 것을 듣기만 했지 직접 제작하고 편집까지 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새롭고 신기했는데요. 시간이 지나고,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담당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기고, 직접 대본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제껏 디자인 쪽으로만 일을 해와 글을 쓰는 일이 전무했는데요. 쓰더라도 비즈니스 용어만을 사용해서 말하듯 쓰는 게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라디오 제작 교육을 수강하고 라디오라는 것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늘어나는 글 실력에, 하면 되는구나! 라디오를 만드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제작에 대한 욕심도 좀 생겼고요

성서공동체 FM에서 활동하기 전까지 저에게 다양성과 공동체란 머나먼 느낌이었거든요. 알고는 있지만 머리로 인식만 하고 있는 정도였는데요. 어린이 문화 다양성 미디어 교실과 이주민 방송을 통해 제가 몰랐고, 이렇게 희미하게만 느끼고 있던 것들에 대한 어색함들이 좀 사라졌어요.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고, 많은 행동과 인식들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아직 멀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천천히 가려고요. 아직도 많은 것들이 낯설고 어렵고 그래요. 그런데도 조금씩 배우고, 마을과 공동체,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며 스스로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재미도 있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Q. 최원혜 활동가가 생각하는 청년인재등용문사업의 메리트는?

대구에 사는 청년들에게 비영리단체에서 경험을 통해 기술 역량을 높이고, 그 지역에서 취업을 지원하는 것이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에 기초해서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단체랑 활동가가 동반해서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취지가 참여한 활동가들에게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부담 없이 배우며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인데요. 저 같은 경우도 장기간의 해외 취업으로 인해 코로나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경력 단절 아닌 단절로 많은 어려움을 좀 겪었는데요. 사실 대구에서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제일 컸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을 통해서 이런 고민은 해결이 되었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본 사업의 메리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유가영 대구시민재단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