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규 칼럼] 신뢰는 소통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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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 수 없다.’ 누구라도 이 말을 들을 때 힘이 싹 빠진다. 의욕이 사라진다. 반면에 ‘신뢰한다.’ 이 말을 들으면 힘이 절로 생긴다. 용기가 솟아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차오른다. 공자의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무너지면 다 무너지고 신뢰가 세워지면 다 세워지기 때문이다. 신뢰는 모든 관계의 기본이고 모든 문제의 답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는다. 신뢰를 세우는 데 3년이 걸려도 무너지는데 3분이면 족하다. 특히, 무너진 신뢰를 세우려면 자기성찰부터 해야 한다. 길을 잃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것과 같다.

필자는 군 복무 10년 차에 ‘신뢰할 수 없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자주 들었다. 휴가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는데 이런 평가를 받으니 허탈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함께하는 전우들에게 증오심마저 생겼다. 날마다 불평을 쏟아냈다. 불만이 팽배하였다. 그때 집안에 어려움이 겹쳤지만, 동정심을 구하는 것 같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 집에 계시던 어머님은 간암 진단을 받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가에서 태어난 둘째 아이가 원인 모를 고열로 강릉아산병원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거기에다 필자는 피부병에 걸려 가려움에 잠을 잘 수 없었다. 회의 때 졸기 일쑤였다. 몰골은 늘 꾀죄죄했다.

이런 상황이 5개월가량 지속되는 동안, 필자는 신세를 한탄하고 환경 탓을 하며 보냈다. 이 무렵 ‘이웃사랑’을 강조하신 어머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서야 불효자식의 삶을 돌아보다가 마음을 닫고 사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깜깜한 밤에 실내가 어두우면 바깥 풍경이 잘 보인다. 실내가 밝으면 바깥이 잘 안 보인다. 내 마음이 어두우니 남의 단점이 잘 보였던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마음에 불이 켜진 것과 같다. 내 마음이 밝으니 남의 단점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돌아보니 전우들과 신뢰관계가 무너진 원인은 필자의 닫힌 마음으로 인한 불통이었다. 늦게나마 이를 깨달았으니 다행이었다. 먼저 마음을 열고 전우들을 찾아갔다. 신기하게도 전우들이 더 마음을 열고 받아 주었다. 2년간 위탁교육 마치고 휴가도 반납하고 군에 복귀한 것을 격려해 주기도 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니 그간 막힌 것이 다 뚫렸다. 전우들은 심한 피부병에 걸린 필자를 배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환경 탓이 아니라 내 탓임을 깨달았다. 앞으로 나아 갈 방향도 보였다.

이때부터 업무도 물 흐르듯이 하였다. 지휘관과 수시로 소통하니 추진하는 업무마다 지휘 의도에 부합되었다. 소통이 되니 협력이 가능해졌다. 소통과 협력은 비례했다. 혼자 하면 몇 시간 걸리는 일을 함께하니 단번에 해결했다. 일하는 속도가 배나 빨랐다. 이러한 체험을 하면서 신뢰를 쌓는 노하우를 터득하였다.

무너진 신뢰를 세우는 것은 나무를 심는 과정과 비슷하다. 나무를 심으려면 먼저 나무뿌리를 고려하여 땅을 파야 한다. 다음에 나무를 심고 수시로 물과 거름을 주며 가꾸어야 한다. 가지도 치고 병충해를 막아 준다. 나무가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듯이 신뢰도 하루아침에 세울 수 없다.

나뭇잎을 보면 나무의 상태를 수 있듯이 신뢰관계가 무너질 때 징후가 있다. 소통이 불통이 되고, 매사 부정적이다. 이를 감지하려면 평소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기성찰은 무너지는 신뢰를 멈추게 한다. 지기혁신은 신뢰를 세우기 위한 터전을 일구는 것이다. 소통과 협력은 이 터전에 신뢰의 나무를 심고 함께 가꾸는 과정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다 무너지고 신뢰가 세워지면 다 세워진다. 지금 무너진 신뢰를 세우고 싶은가. 당장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 자기성찰을 통한 뼈를 깎는 자기혁신만이 무너진 신뢰를 세우는 지름길이다.

전병규 kyu9664@naver.com
육군에서 33년 복무하고 2021년 예편했다. 소말리아, 이라크에서도 근무했다. 전역 직전에는 대구, 경북을 지키는 강철사단의 부사단장을 역임했다. 대구과학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