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출마 선언 홍준표, 의원직 사퇴는 시장 된 후에?

공직선거법상 후보로 나서려면 5월 2일까지 사퇴해야
보궐선거 없이 사퇴하면, 1년 동안 수성구는 국회의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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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국회의원(국민의힘, 수성구을)은 자신의 의원직 사퇴는 최대한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혀 지방선거와 함께 보궐선거 성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홍 의원이 4월 30일까지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은 채 국민의힘 시장 후보로 나서면 수성구을은 2년 만에 국회의원이 없는 지역이 되고, 내년 4월까지 1년 가량 국회의원이 없는 지역구가 된다.

31일 오전 홍준표 의원은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2020년 무소속으로 수성구을 지역구에 나설 때 출마 선언을 했던 곳과 같은 장소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상화동산 출마선언으로 국회의원이 되었고 다시 상화동산에서 대구시장직 출마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국회의원이 31일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이 시장에 도전하게 됨에 따라 수성구을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새로운 관심거리로 떠올랐지만 홍 의원은 관련 질문에 “(시장이) 되고 난 뒤에 답하겠다. 되어야지 사퇴하든지 말든지 한다”고 답했다. 사퇴 시한을 늦게까지 끌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계속된 물음에 “시장도 안 됐는데 국회의원 사퇴하라고 하는 건 난센스”라며 “수성구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시장도 안 됐는데 사퇴부터 하라고 하면 예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의원이 ‘수성구민에 대한 예의’를 지켜 시장이 된 후에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수성구민들은 1년 동안 국회의원이 없는 지역이 돼 ‘지역 심부름꾼’을 잃게 된다.

또 홍 의원의 답변은 선거법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 이야기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3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법률에 따라 홍 의원은 늦어도 5월 2일에는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시장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의원직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홍 의원이 5월 2일에 사퇴한다고 해도 보궐선거는 성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가 있을 경우 4월 30일까지 보궐선거 사유가 확정되어야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홍 의원은 이미 지난 2017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선거법을 이용해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경력도 있다. 홍 의원은 그해 5월 9일 치러진 대선에 출마하면서 도지사 사퇴 통지는 사퇴 시한인 4월 9일 자정 직전에 하면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가 무산됐다.

법상 9일까지 보궐선거 사유가 발생하면 대선과 함께 치러질 수 있었지만, 선관위에 사퇴가 통지된 날이 기준이기 때문에 자정께 사퇴함으로 해서 사퇴 시한은 지키고 통지는 다음날(10일) 되도록 해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것이다.

한편 홍 의원은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한 물음에는 “지금 당선자가 시작도 하기 전”이라며 “애 낳기 전부터 기저귀부터 마련한다는 말이다. 차기 대선 문제는 지금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 대구 시정에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