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은 징역 6개월···해고자는 징역 10개월?

차헌호 지회장, "억울함에 항의하며 래커칠한 게 불법파견보다 큰 죄인가?"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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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구미 아사히글라스(AGC화인테크노한국주식회사) 해고자인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에게 집시법 위반·공동재물손괴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집회의 원인이라 볼 수 있는 아사히글라스의 파견법 위반에 대해서는 대표자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재판장 서청운)은 19일 차헌호 지회장 등 노조 관계자 5명의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차 지회장에게 집시법 위반·공동재물손괴 혐의로 징역 10개월, 나머지 노조 관계자들에게는 공동재물손괴 혐의로 300~40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2019년 6월 19일 구미시 산동면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

검찰은 차 지회장 등이 지난 2019년 6월 구미시 산동면 아사히글라스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 후 신고된 위치를 벗어나 회사 정문 앞까지 이동해 구호를 제창한 점,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해 도로 등에 글자를 새긴 점 등이 집시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차 지회장을 기소했다. 특히 래커칠은 공동재물손괴에도 해당한다며 차 지회장과 함께 다른 노조 관계자 4명도 기소했다.

검찰 구형에 차 지회장은 허탈한 심정을 밝혔다. 집회의 원인이 된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에는 검찰이 파견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을 구형했기 때문이다.

차 지회장은 “징역 10개월이라고 하는데,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기가 막힌다. 우리가 지금까지 싸우는 이유가 노동조합 만들었다고 178명이 문자 해고됐기 때문”이라며 “검찰은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에는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억울하게 8년째 길바닥에 있어서 거기에 항의하려고 래커칠한 게 불법파견 저질러서 큰 이익을 본 불법행위보다도 큰 죄인가.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파견 문제가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검찰은 불법파견을 바로 잡을 생각보다는 피해자들이 싸우는 걸 처벌하는 것에 더 관심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 선고는 오는 7월 7일이다.

한편 대법원은 2020년 래커 스프레이로 회사 도로 바닥에 문구를 새긴 유사 사건에서 래커칠이 도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도로 바닥에 기재된 문구에 회사 임원 실명과 모욕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도로 이용자가 본래의 사용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한 점, 원상회복에 그다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문구를 써 놓은 행위가 도로의 효용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