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특별기획:대구추상, 모험과 실현의 순간들’전 개막

한국전쟁부터 1970년대까지 대구추상미술의 역사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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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봉산문화회관은 ‘역사조명 특별기획:대구추상, 모험과 실현의 순간들’전을 1~3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전쟁부터 1970년대까지 대구추상미술의 역사를 대구추상미술의 출발, 추상표현의 다양화, 추상미술의 확산 그리고 디지털 아카이브까지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김영동 미술평론가가 협력기획자로 참여했고, 김구림, 이영륭, 오정향 작가를 비롯해 이미 작고한 정점식, 장석수, 서석규, 이복, 박광호, 유병수, 이동진 작가의 작품으로 전시작품이 꾸며졌다.

▲봉산문화회관 ‘역사조명 특별기획:대구추상, 모험과 실현의 순간들’전 가운데 3전시실 정점식 작 (사진=정용태 기자)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지역 미술의 발전적 고민과 더불어 미래를 설계하고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성찰하는 것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며 “대구가 근대미술에서 모던아트로 넘어가는 격동기 중요한 변화 시점을 축약적이나마 담론을 이어가다 보면, 시대적 상황의 큰 맥락의 이해와 작가들의 작품과 생애 속에서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영동 평론가는 “추상 미술가들은 개인의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든 예술의 보편성이나 시대적 당위성 그리고 지역적 특수성 같은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야 했고 동양적인 미학,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해야 한다는 관념을 공유한 채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바로 그 작가들이 각자 개성적인 필법을 개발하고 독특한 감각을 추구해 이룬 결실이 오늘 우리 근대미술사의 중요한 유산들이 된 것”이라고 평했다.

▲봉산문화회관 ‘역사조명 특별기획:대구추상, 모험과 실현의 순간들’전 가운데 전시실 이동진 작 (사진=정용태 기자)
▲봉산문화회관 ‘역사조명 특별기획:대구추상, 모험과 실현의 순간들’전 가운데 1전시실 박광호 작 (사진=정용태 기자)

전시 첫 번째 장은 2층 3전시실에서 극재 정점식(1917~2009), 장석수(1921~1976)의 작품으로 꾸민 ‘대구추상미술의 출발:전후 대구추상의 모색과 전개’다.

조동오 큐레이터는 두 작가에 대해 “자연주의 미술이 주류이던 시기에 정서적인 주제를 특유의 조형 언어로 추상적인 해법을 실현한 정점식 작가”, “태평양미술학교 유화과를 졸업하고 현대미술의 이론적 토대 위에 구축한 추상미술을 선보인 장석수 작가”라고 설명한다. 김 평론가는 정점식 편에 ‘독자적으로 추구한 추상의 길’을, 장석수 편에 ‘앵포르멜(비정형, 비대상회화)의 실천’을 소제목으로 달았다.

두 번째 장은 3층 2전시실에 마련된 서석규(1924~2007), 이복(1927~1975)의 ‘추상표현의 다양화:추상화의 과정 및 다양성의 수용’이다.

조 큐레이터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두 작가가 보여준 형태 왜곡과 강렬한 색채는 완벽한 추상주의보다는 조형의 자유로운 변용을 통해 표현적 메시지를 격정적으로 전달하는 구상미술의 변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경향은 당시 추상미술 수용에 있어서 많은 작가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소제목으로 서석규 편에 ‘현실에 관한 관조적 시각과 추상화’라고 쓰고, 이복 편에는 정점식의 평 가운데 ‘거친 붓질과 감미로운 색채의 교향시’를 골라 달았다.

세 번째 장은 3층 1전시실로 향보 박광호(1932~2000), 김구림(1936~ ), 유병수(1937~2008), 이동진(1939~2015), 이영륭(1940~ )의 작품을 선보인 ‘추상미술의 확산:추상의 미학적 의의 제고’다.

조 큐레이터는 “1950년대 말 서울의 대학을 다닌 박광호, 이동진, 유병수, 이영륭 등과 새로운 예술개념으로 무장한 김구림의 등장은 실험적인 추상화로의 열기를 더욱더 고조시키게 되며 추상미술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박광호 편에는 ‘초현실주의 및 상징주의적 추상’을, 김구림 편은 ‘실험미술과 전위예술의 첨병’, 유병수 편에는 ‘구축적인 화면과 회화성의 풍부함’을 이동진에는 ‘회화성의 본질을 성찰하던 작가’를, 이영륭에는 장석수의 말을 빌려 ‘지성을 뒷받침한 대담한 전진’을 소제목으로 적었다.

네 번‭째 장은 ‘디지털 아카이브’로 꾸몄다. 미디어아티스트 오정향 작가가 근현대작가들의 추상미술을 재해석하는 미디어아트와 프로젝션 맵핑으로 움직이는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관람 시간은 10시부터 18시까지다. 전시 문의는 053-661-3500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