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의 다시보기] 8월 7일 27R 대구FC VS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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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프로축구 대구FC 경기가 끝난 후 대구FC 안상영의 다시보기를 연재한다. 안상영 칼럼리스트는 엔젤클럽 상임이사를 맡고 있고, 저서로는 ‘축구는 대구다. 대구는 엔젤이다’가 있다.]

일요일(7일) 저녁 7시 30분 고성벌 DGB파크에 정적이 흘렀다. 대구의 뜨거운 밤을 대구FC 전사들이 식혀주길 기대했지만 팬들의 가슴에 상처만 남겼다.

▲[사진=대구FC]
최종 수비는 김진혁, 조진우, 정태욱이 책임졌고 윙백과 중원은 케이타, 이용래, 이진용, 장성원이 출전했다. 전방은 제카를 스트라이커로 세우고 페냐와 고재현을 좌우에서 스위치 시켰다. 장갑은 믿을맨 오승훈이 꼈다.

대구의 선축으로 시작했다. 인천의 200여 원정 응원단은 인디언들의 출장 구호처럼 단순하고 낮은음으로 자신들의 덩치를 크게 보이고 싶어 했다.

가마 감독은 지난 경기 실패한 포백을 거두고 선수들 몸에 익은 쓰리백을 가동했지만, 변화의 폭이 컸다. 맏형 이용래는 세징야의 빈자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초반 주도권 싸움의 선봉장을 자처했다. 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케이타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실력을 숨기지 않았다.

조진우도 지난 경기 몸과 마음을 다친 선배 홍정운의 빈자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5라운드 이후 19경기 연속 출장한 황재원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6년 전 승격에 힘을 보탠 장성원은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섰다.

5분경 페냐의 패스를 끊은 인천의 아길라르가 골문으로 질주했다. 파울로 끊었다. 심상치 않은 조짐이었다. 9분경 제카가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윙백 케이타가 경합에서 지킨 볼을 제카에게 연결했다. 수비를 제친 절묘한 컷백이 골문으로 향했다. 골 사냥꾼 고재현을 등 뒤에 둔 수비수의 불가항력적 실수를 유발시켰다. 1대0으로 리드를 잡았다.

인천의 조성환 감독은 원정 패배는 염두에 두지 않는 듯했다. 파상공세를 멈추지 않은 34분경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우측에서 발생한 빈틈을 이명주가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완벽한 골이었다.

동점을 허용한 가마 감독은 발밑이 불안한 수비진을 믿지 못한 듯 과정을 생략하고 제카의 머리를 겨냥했지만 제카는 세 명의 수비수에게 겹겹이 포위되었다. 크로스 또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킬 만한 정교함은 없었다.

전반 종료 후 DJ 오땡큐가 리바이벌 무대를 만들었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경기력을 목격한 홈팬들의 어깨는 예전만큼 들썩이지 않았다. 하프타임 공연의 흥행은 경기력이 담보되어야 함을 증명했다.

후반 시작하면서 대구는 이용래 대신 김희승을 인천은 홍시후 대신 김보섭을 투입하여 변화를 도모했다.

지루한 공방이 지속되던 65분경 인천의 조성환 감독은 민경헌 대신 송시우 카드를 꺼내었다. 여름 손님처럼 반갑지 않은 선수였다. 불길한 예감이 채 지워지기도 전 투입 1분 만에 에르난데스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정태욱의 실수였다. 3경기 연속 센터백이 한 골씩 헌납했다. 우리는 상대에게 핸디를 줄 만큼 실력이 뛰어나지 못하다.

다급한 가마 감독은 77분경 고재현을 빼고 황재원을 투입하며 김진혁을 전방으로 올리는 추격조 시스템을 가동했다. 효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함을 인지한 가마 감독은 84분경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공격 옵션을 가동했다. 지친 이진용과 제카 대신 오후성과 정치인을 투입했다. 교체 카드는 멍군이 되었다. 1분 만에 김진혁이 골문 경합 중 밀어 넣은 볼이 수비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경기는 원점이 되었다.

경기 전 기대했던 승점 3점은 시작 5분 만에 포기했지만 가까스로 1점은 챙겼다고 생각하던 인저리 타임에 움켜쥐었던 1점마저 빼앗겼다. 공짜 승점은 없었다.

돌로 쌓은 줄 알았던 팔공산성은 장맛비에 허물어지는 토성에 불과했다. 경쟁력이 있어 보였던 높이도 정교함이 결여되니 장승보다 나아 보이지 않았다. 최종 스코어는 2대3였지만 5골 모두 인천 선수들의 발과 머리가 관여되었다.

21라운드 울산전 9,506명, 26라운드 수원전 8,551명, 이번 경기 6,336명으로 격감하는 홈 관중은 경기력의 방증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패배보다 두려운 것은 과거처럼 승리에 굶주린 팀들의 승점 타깃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