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규 칼럼] 유족과 함께 아파하면서 수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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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해야 할 가을 하늘이 무채색이다. 꿈을 미처 펼치지 못한 청년들이 하늘로 가서 그런가. 이태원 핼로윈 축제에 갔던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족들의 슬픔을 상상할 수 없다. 어찌해야 위로가 될 수 있을지 가슴이 미어진다.

유족에게는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진정으로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해야 한다. 부상자와 현장에 있던 청년들의 충격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사후약방문’격이다.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지 않은가. 먼저 사태를 수습하고 나서 차분하게 철저하게 할 일이다.

필자는 가슴 아픈 상황에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 입장에서, 또 유족 입장에서 이 현실을 보려 한다. 군 복무 시절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전우의 염습을 도운 적이 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못했지만, 유족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불귀(不歸)의 객이 된 전우에게 군인의 수의인 군복을 입혀 줄 때 “내 가족을 보살펴 달라”고 당부하는 전우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늘 가슴속에 간직한 이 말을 새기면서도 실천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이번에 새삼 전우가 마음으로 전해 준 이 말을 되새겨 본다. ‘가족이 힘들어할 때 함께 해 달라’는 것임을.

먼저 세상을 떠난 전우의 가족이 힘들어할 때가 많았다. 누군가 생각 없이 던진 말 때문이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 더 상처를 냈다. 이번 사태에도 벌써 말 때문에 시끄럽다. 우리 모두가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매사 유족 입장에서 처신해야 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대부분 국민은 애도를 표하며 사태를 수습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어도 불평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세계 각국에서도 애도를 표하고 있다. SNS상에서도 눈물의 장례식을 보여주며 애도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슬픔을 나누며 우리 이웃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는지 더 살뜰히 살펴야겠다. 경북 봉화에 있는 아연 탄광이 무너져 두 명의 광부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 속히 구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웃에 유족이 있다면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며 보듬어 주자. 지금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과 함께하는 것이다. 할 말이 많지만 자제하자. 대책과 시스템 구축 관련 언급은 사태를 수습하고 나서 할 일이다. 진정으로 애도하며 자신의 삶과 우리 사회를 돌아보았으면 한다. 유족과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