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 최변] 이태원 압사 참사, 법적 책임 대상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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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 정치까지 우리 사회는 다양한 법률 판단이 필요합니다. ‘달콤살벌 최변’은 법적 판단에 대한 시민의 궁금증을 뉴스민이 대신 질문하고, 최주희 변호사가 답변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한 가지씩 구체적 상황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싣습니다. newsmin@newsmin.co.kr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대신 질문해드리겠습니다.]

Q. 이태원 압사 참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가 많이 나왔습니다. 최근 경찰이 이와 관련해 여러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1) 먼저 일부 사람들이 주변 사람을 밀어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의혹에 대해 가장 먼저 수사 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때 밀쳤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이 가능한지요? 2)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경찰이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누가 어떻게 법적 책임이 있는 건가요? 3)해당 지역의 자치단체장도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되는가요?

A. 안녕하세요, 최주희 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안타까운 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는데, 우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 주변 사람이 밀어 피해규모가 커졌다는 의혹에 대해서 밀쳤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해 답변드리겠습니다. 상대방을 밀어 넘어진 후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때 일반적으로는 과실치사의 범죄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과실”은 사망이라는 결과를 의도하는 고의와는 다르게, ‘사망’의 결과를 예견할 수 있고 동시에 이러한 결과를 회피할 수 있을 때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이태원 참사에 있어 좁은 골목길에서 사람이 몰려 병목현상이 일어난 경우, 뒤에 있는 누군가가 ‘밀어서 나가자’라고 하여 밀었고, 그 밀리는 힘에 사람들이 우후죽순 쓰러지고 그렇게 무게가 실리며 압사한 결과를 두고 볼 때 밀친 사람들이 당시 앞 사람들이 넘어져 사망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번 이태원 참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 발생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이해하셔야 예견가능성과 나머지 책임들에 대해서도 이해가 쉬우실 것 같아 지도를 준비했습니다.

위 사진은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입니다. 이태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와 2번 출구를 이용해 해밀턴호텔 뒤쪽에 있는 세계음식거리에 많이 방문합니다. 그런데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소위 말하는 ‘핫플’이 있는 세계음식거리로 가기 위한 골목길은 1번 출구에서 약 10M 정도 좌측에 있는 골목과 2번 출구에서 약 10M 정도 우측에 있는 골목 2가지 골목길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해당 골목길은 노폭이 약 5M가 되지 않는 좁은 길이며 경사진 곳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건 당일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일찍 도착한 사람들은 이미 세계음식거리에 머물다 이태원역 쪽으로 내려오려 골목길에 다다랐을 것이고,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세계음식거리로 가기 위해 골목길에 다다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하철역 입구로부터 약 1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리이기에 이 좁은 거리에 수많은 인파가 지하철역에서 나오고 내려가고 골목길까지 인파가 몰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골목길에서 내려가는 사람 중 일부는 얼마나 많은 인파가 골목 너머에 있는지 시각적으로도 볼 수 없었을 것이고, 그렇게 밀리는 와중에 누군가 넘어지더라도 설마 켜켜이 넘어져 쌓이며 압사하는 결과까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밀쳤다는 행위로 희생자들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해 과실치사의 죄를 묻기 어렵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두 번째 질문,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경찰이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답변드리겠습니다.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가 경찰의 주된 직무인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경찰관은 극도의 혼잡 등의 사태가 있는 때에는 일정 조처를 할 수 있는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그 조치의 범위를 살펴보면 굉장히 제한적이고 실질적으로 경찰이 그 수 많은 군중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제한 또는 금지조치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 ①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天災), 사변(事變),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

1.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事物)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는 것
2. 매우 긴급한 경우에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에서 억류하거나 피난시키는 것
3. 그 장소에 있는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그 조치를 하는 것

② 경찰관서의 장은 대간첩 작전의 수행이나 소요(騷擾) 사태의 진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대간첩 작전지역이나 경찰관서ㆍ무기고 등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접근 또는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③ 경찰관은 제1항의 조치를 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소속 경찰관서의 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④ 제2항의 조치를 하거나 제3항의 보고를 받은 경찰관서의 장은 관계 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두고 일부 외신에서는 부산 BTS 공연에는 1,300명의 경찰을 배치하였음에도 이태원에는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하였으나, 이는 잘못된 지적입니다.

주최자가 명확하고 운집할 인원수가 예측되는 행사는 인원수뿐 아니라 출입구까지 명확하여 그 통제가 용이합니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일시에 이태원으로 운집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지하철을 타며 이태원을 목적지로 한다고 알리고 탑승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일부 언론은 범죄, 방역에 경찰을 배치하느라 시민 생명을 놓쳤다는 헤드라인을 내세웠는데, 이 역시 잘못된 지적입니다. 범죄 예방과 방역 또한 시민 생명이고, 마약수사대는 마약수사를 위한 인력이며 모든 경찰이 모두 이태원에만 집결하여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예견 가능성”이 있었어야 합니다.

이 “예견가능성”은 행위 시의 여건, 행위의 진행 과정, 상황변화의 가능성 등을 미리 “경험적”으로 알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참사는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지자체도, 경찰도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신고가 들어온 이후 이태원을 관할하는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여 몰린 군중에게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질서를 지켜달라”고 울먹이며 경고하였고,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일부 피해자를 구조하였고, 119에 신고하였으며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하였습니다.

일부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역시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하게 삽시간 내에 불어난 군중으로 인해 주변인력 추가배치를 요청하였으나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경찰 인력은 정해진 수가 있고, 부처마다 맡은 임무가 있습니다. 마약수사를 하던 경찰이 마침 해당 장소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강동구에 근무하던 마약수사대가 갑자기 이태원으로 집결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 첫 구급차가 병원에 환자를 내려주기까지 1시간 반이나 걸렸다는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 당시 현장에서의 빠른 대응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구급차도 1시간 반이나 걸려 도착하는 상황에서 다른 경찰 인력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 또한 어쩔 수 없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윗선인 경찰청장에게까지 보고가 늦었다, 관할 서의 총경이 자리를 비웠다는 비판이 있으나, 인원의 소집 등은 경찰청장이나 관할서의 담당 총경이 없더라도 이루어질 수 있는 업무입니다. 다만, 이번 이태원 참사는 갑작스럽게 삽시간 내에 일어난 사건이어서 경찰도 예상할 수 없었고, 추가 인력이 배치되는 시간보다 사고의 발생 속도가 더 빨랐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의 신체와 건강에 대한 보호와 예방조치의 의무는 경찰이 1차적인 책임이 있기에 이를 두고 경찰의 대응이 책임을 질만큼의 성실의무 위반인지가 현재 논의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경찰이 책임을 지는 형국이 반복되는데, 2005년 WTO 쌀협상 반대 집회 중 농민 2명이 사망한 일로 허준영 경찰청장이 사퇴하며 남긴 말씀이 떠오릅니다. “사회적 갈등을 경찰만이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막아내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관행이 이 시점에서 끝나기를 소원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치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찰 공권력에 대해서는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국민의 인권은 경찰이 지키고 경찰의 인권은 국민이 지켜주셔야 한다.”(2005. 12. 30. 허준영 전 경찰청장 사퇴사)

세 번째 질문,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장도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장은 기본적으로는 지역민방위와 지역소방에 대해서만 책임을 질 뿐 이번 이태원 참사와 같은 긴급 운집 상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법적 책임이 극히 드뭅니다. 다만, 이태원 인근 골목길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태원역 1번 출구와 2번 출구 주변의 좁고 경사진 골목길 2곳 밖에 없습니다. 이 골목길을 주된 통로로 하여 이태원 상권이 그 뒤편 오르막 지대에 있었기에 오래전부터 해당 골목길을 확장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골목길의 주변 상가를 수용하고 골목길을 보수하는 등의 ‘관할 구역 안 행정구역의 명칭, 위치 및 구역의 조정, 공중접객업소의 위생을 개선하기 위한 지도, 지방도(地方道), 시도(市道), 군도(郡道), 구도(區道)의 신설·개선·보수 및 유지’ 등 골목길의 확장에 관한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범위에 속하므로 그 부분에서는 지자체장의 책임이 어느 정도는 있을 소지도 있습니다(지방자치법 제13조).

이번 이태원 참사를 보며 개인적으로 이번 참사는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고 빨리빨리를 추구하며 나만 먼저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그 어디쯤에 머무는 우리의 시민의식의 남루함이 빚어낸 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서울의 지옥철은 ‘밀지 말라’는 외침에 모두 멈추고 계단에서도 질서정연하게 이동하게 되었다는 목격담들이 SNS에 퍼지고 있습니다. 119구급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면 차량이 비켜서는 것처럼 ‘착한 사마리아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를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는 시민의식을 우리는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답답한 상황에서 나 먼저라는 이기주의와 무질서한 의식들이 이번 이태원 참사라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발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고 슬픔에 빠지면 누구나 그 슬픔과 분노의 대상인 누군가를 특정하여 책임을 묻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는 누구도 예견할 수 없었던 참극이고, 그 책임은 우리의 시민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이번 참사의 근본적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한편 우리는 이처럼 더욱 높은 시민의식을 갖고 개선될 수 있고, 얼굴도 모르는 어린 친구들의 사망에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상처를 슬퍼하는 와중에도 이러한 국민의 비통함을 수단으로 삼아 정쟁을 일삼는 정치인과 언론을 보며 이들이 오히려 우리의 시민의식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봉사자들이 우리의 슬픔을 마치 좋은 먹잇감을 발견한 승냥이 떼처럼 물고 늘어지며 책임추궁만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보며 누가 그대들에게 우리의 슬픔의 자신들의 권력놀이, 정치놀이에 수단으로 삼으라 허락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고는 이미 발생하였고 우리는 앞으로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서로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는 보다 나은 시민의식을 갖길 바라며,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번 참사에 대해 말한 내용에 공감하는 뜻에서 시장님 말씀을 덧붙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이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예기치 못한 어처구니없는 참사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첫 번째 노마스크 축제로 몰려든 젊은 청춘들의 희생을 애도하면서 사후 수습에 정부는 전력을 기해 주시고 철저한 추후 유사 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 정당은 이 안타까운 참사를 부디 정쟁에 이용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고인들을 깊이 애도합니다.” -출처=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