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한옥컨셉’이 불러온 장애인 차별

대구장애인단체, "국내 첫 사례 자평 매장의 차별, 매우 유감"···인권위 진정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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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장애인단체들이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에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달 문을 연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이 휠체어 이용자 특성을 무시해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카페를 설계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스타벅스 측은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오전 지역 장애인단체들은 “지난달 오픈한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이 흴체어 이용자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이용을 제한하고 차별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은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고택을 활용한 매장으로, 기존 한옥 건축물에 스타벅스가 들어선 국내 첫 사례이다. 28일 오전 11시, 이 매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권익옹호활동가 자조모임 ‘삐장(삐딱한장애인들의 모임)’,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휠체어 이용자의 특성은 무시한 채 출입구에 경사로 없이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이곳에서 장애인은 배제 될 수밖에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김시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흴체어를 사용하는 고객은 매장 입구 자체에 접근할 수 없어 주차장 입구로 겨우 들어가야 했다. 들어간 후에도 다른 손님을 통해 직원을 호출할 수 있었고 호출된 직원에게 카드를 맡기고 주문하려 했지만, 내부방침상 손님 카드를 직원이 사용해 결제 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한옥이 컨셉’, ‘고택을 활용한 거라 휠체어 사용자가 들어가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차별 상황을 보고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카페‧음식점 등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의 접근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권고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이를 근거로 들어 ▲스타벅스코리아가 종로고택점에서 일어난 차별에 공식 사과할 것 ▲종로고택점 환경을 조속히 개선할 것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스타벅스 매장은 비교적 타 카페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나, 기존 한옥 건축물에 직접 카페가 들어서는 국내 첫 사례라고 자평하는 매장에서 벌어진 차별에 매우 유감”이라며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유아차를 동행하는 사람도, 계단을 오르기 어려운 사람도 고객”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이건 차별입니다’라고 프린팅된 종이를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출입문 앞 계단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고택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문제가 발생한 날이) 매장 오픈날이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건물주와 협의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면 분명히 개선될 것이다. 지역의 명소이면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이 되겠다”고 전했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차별로 진정을 제기했으며, “흴체어 이용자들이 1인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