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우] ‘코다’의 숙명과 꿈

    15:05
    Voiced by Amazon Polly

    코다(CODA)는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를 뜻하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이다. 코다는 손으로 옹알이를 하면서 자란다. 농인 부모의 수어를 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과 섞여 살지만, 청각장애인의 문화가 코다의 성장 배경이다. 농인 부모와 사회를 연결하는 통역자로서 삶은 코다의 숙명이 된다. 소리를 듣고 부모에게 무언가를 알리는 일부터 아픈 부모와 의사와의 소통, 관공서에 제공받을 수 있는 복지 상담 등 수어를 말로 전달하는 일을 해야 한다.

    농인은 대체로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과 치료를 받을 기회가 적다. ‘가난한 농인의 자녀’라는 시선은 코다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낙인이다. 부모에게 전달할 수도 없는 숱한 경멸과 무시도 홀로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코다는 일찍 철이 든다. 어린 시절부터 세간의 그릇된 조롱과 비하, 어른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과도한 책임이 주어져서다. 션 헤이더 감독이 연출한 <코다(CODA)>의 미덕은 코다의 힘겨운 성장기를 어둡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루비(에밀리아 존스)는 코다다. 어부인 아버지 프랭크(트로이 코처)와 오빠 레오(다니엘 듀런트)를 따라 배에 올라타 생선을 잡는다. 학업은 뒷전이다.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듣고 음성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서다. 루비가 없으면 아버지와 오빠는 어업을 할 수 없고 잡아 올린 생선을 팔수조차 없다.

    이런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퍼디아 월시-필로)를 따라 합창부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서 음악교사 미스터 브이(에우헤니오 데르베스)를 만나 흥얼거리던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스터 브이는 루비를 마일스와 듀엣으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습을 시키고 버클리 음대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루비는 가족의 반대에 부딪힌다. 아빠 프랭크와 엄마 재키(말리 매트린), 오빠 레오는 루비가 없이 세상과 소통할 수 없다. 합창부 연습을 나간 루비 빼고 어업에 나섰다가 해안경비대 무전에 답하지 못해 어업 면허를 잃고, 벌금을 내지 못해 배를 팔 처지가 된다. 루비는 가족과 꿈 사이에서 고민한다.

    <코다>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리메이크작이다. 농인 아빠 프랭크와 엄마 재키, 오빠 레오를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 농인이다. 세 배우 모두 탄탄한 연기력이 장점인데, 영화에서 유쾌하면서 다소 철이 없는 가족으로 그려져 매력이 떨어진다. 다만 루비를 연기한 배우 에밀리아 존스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와 짊어져야 할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성장기 청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코다>의 강점은 청각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는 연출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영화는 중간중간 들리지 않는 가족들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루비의 공연에 초대받은 루비의 가족은 딸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 그 순간 영화에서 소리는 사라지고 루비의 가족들이 당황한 채 두리번거리는 장면이 이어진다. 청중들은 신나게 공연을 즐기는데 반해, 소리를 듣지 못하는 프랭크는 즐거운 표정으로 박수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딸의 재능을 느낀다. 집으로 돌아와 밤하늘을 보며 루비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 하는 프랭크는 가슴으로 딸의 진심을 들으려 한다. 공연장에서 극대화된 감동이 이어지는 장면이다.

    <코다>는 제37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드라마틱 부문 4관왕(심사위원 대상, 관객상, 감독상, 앙상블상)을 수상했다.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도 신선도 지수 95%를 달성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여성감독 연출, 여성작가 각본, 여성배우의 비중 세 항목을 평가하는 ‘트리플 F등급’도 획득했다.

    손선우 전 영남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