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민간단체 보조금 24.7% 삭감, ‘블랙리스트’ 반발도

사업별 삭감 사유 공개 안 돼···형평성 지적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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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민간 단체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자, 불투명한 기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삭감 규모도 단체마다 편차가 커서 일부 문화예술단체에선 입맛에 맞는 단체만 지원하는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나섰다.

5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는 2023년 비영리 민간 단체 지원 보조금으로 1,135억 원을 편성했다. 2022년 1,507억 원 대비 24.7% 삭감된 규모다. 지원 사업 별로는 2022년에 지원한 601개 사업 중 101개 사업을 전액 삭감해, 올해는 500개 사업에만 지원한다.

대구시는 보조금 삭감을 홍준표 시장의 채무 삭감 방침에 따른 조치로 설명한다. 대부분의 사업 보조금을 30% 가까이 줄이되, 개별 사업 평가를 반영해 좋은 평가를 받은 사업은 예년 수준으로 유지, 평가가 좋지 않은 사업은 전액 삭감도 했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보조 사업별 삭감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조금이 삭감된 단체에서는 삭감 규모를 두고 형평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대구시 문화예술정책 관련 잡지 발간사업의 경우 대구시는 2022년 9개 사업에 3억 8,300만 원을 지원했으나, 올해는 5개 사업에 2억 3,600만 원을 지원한다. 대구문인협회 기관지 발간 사업은 지난해 1억 3,000만 원에서 올해 8,500만 원으로 약 34.6% 삭감했다. 반면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의 발간사업은 855만 원에서 0원으로 전액 삭감됐다. 한국작가회의 발간사업을 포함해 전액 삭감된 사업은 4건이다.

유사 사업을 두고 삭감 비율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문화예술단체에서는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단체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는 5일 “2023년 보조금 신청을 앞두고 대구시 문화예술과로부터 홍준표 시장이 모든 예산을 30% 줄인다는 방침을 들어, 우리도 30%를 삭감해 신청했는데도 전액 삭감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구시가 의뢰한 심의에서 최하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리는 다른 단체가 발행하는 어느 잡지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진보적 문학단체와 우리 문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형평성도 공정성도 잃은 이번 심의에 동의할 수 없다. 예산을 통한 배제와 소외라는 문화예술단체 길들이기이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작동하는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황보란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은 “(블랙리스트) 의미는 아니다. 정치적 성격을 판별하지 않는다”며 “재정 건전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고, 우리 국도 국 전체 보조 사업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했다. 보조사업 성과 평가 결과만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유사 중복 사업, 시민 체감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편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는 지회가 발간하는 잡지 <작가정신>이 폐간될 위기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오는 9일 오후 2시 대구시청 동인동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