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2023 기획공작소 첫 전시···차규선전

"자연과 나 사이의 또 다른 세계를 찾고 발견하는 것"
전체 4점 가운데 주 작품 1점에 집중한 전시 구성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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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관장 김현정)이 지난 8일부터 4전시실에서 2023 기획공작소 첫 번째 전시 ‘차규선, 風·景(풍·경) ─ Scenery’전을 열고 있다. 차규선의 신작 ‘風景(풍경)’(2023)을 비롯해 ‘청송’, ‘와산’ 등 총 4점만으로 구성한 이번 전시는 4월 15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 걸린 높이 4m, 폭 2.8m 크기 ‘風景’이 한눈에 들어온다. 관객들은 다가섰다 물러났다 하면서 작가가 발견하고 다시 화폭으로 옮긴 그의 자연을 한참 바라본다. 나머지 세 작품 가운데 두 점은 ‘風景’의 오른쪽과 맞은편에 걸려있고, 다른 한 점은 이미 지나온 입구 정면에서 찾을 수 있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작품 배치에 대해 “대상에 집착하지 않는 작가의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이 타 작품에 방해 없이 화면을 응시함으로 나타나는 잔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익숙한 시간과 공간이 우리의 기억 너머 시공간 속 자연과 신비한 교감을 경험케 해 관람객이 증폭된 시각적 유희를 안겨주길 기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규선 작가는 “내가 표현하는 자연은 나의 미미한 몸짓과 붓질로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부터 출발한다. 자연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하는 숙명적인 것이다. 자연을 보고 느끼고 감응하며 피상적으로 눈에 보이는 자연뿐만 아니라 내게 들어와 걸러지거나 자연과 나 사이에 또다른 자연, 세계를 그림으로 찾고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철하 비평가(이응노 미술관장)는 차규선의 그림 혹은 풍경은 동양화적 풍경의 접근이라든가 동양화의 문법과는 다르다”며 그가 그린 매화는 난만히 가지가 뻗어있고 점점히 뿌려진 물감들이 꽃인지, 눈발인지, 혹은 풍경 속에 있었던 작가의 마음인지 알 수 없다. 번잡하고 비현실적인 선은 온통 풍경을 증거하고 있지만 그것의 단단한 주제는 보이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류 비평가는 차규선이 그리는 매화는 한겨울, 등걸 터진 가지에 한 줄기 늠늠하고 신선한 향기를 품는 고고한 이념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매화가 있는 풍경 전체를 묘사하고 싶은 욕망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고 평했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