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규 칼럼] 신뢰 없는 관계 발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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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직장인이 가장 많이 받는 요인이 스트레스로 86.7%가 대인관계이다(2020, 벼룩시장 구인구직). 업무도 연봉도 직급도 아니고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과 가치관, 능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니 대응해야 할 경우의 수가 수천 아니 수만 가지다. 어찌 대인관계뿐이랴. 기업, 나아가 국제관계도 급변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고로 정치뿐만 아니라 관계도 생물이다.

그렇다. 어떤 관계일지라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그 관계가 ‘발전적 관계로 변화하느냐, 해체 수순으로 변화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발전적 관계로 가려면 먼저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가 설정되고 시작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 누구일지라도 나 홀로 살 수는 없다. 의식주 생활만 돌아봐도 수많은 사람과 기업이 관련되어 있다. 기업체는 또 다른 기업체와 상호 협력 관계를 맺는다. 국제관계도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얽히고설켜 있다.

세계는 날이 갈수록 더 촘촘하게 연결되고 있다. 그야말로 초연결사회이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옆집에서 일어난 일처럼 소상하게 알고 있다. 이제 ‘지구촌’이라는 말도 식상하게 들린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을 보자. 대부분 국가는 전쟁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다. 단지 전쟁터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이다.

필자는 군 복무 34년 동안 민군관계 업무를 많이 맡았다. 2019년 주한미군이 배치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관련 협력업무를 할 때 일이다. 소위 진보와 보수단체가 기지 입구에 있는 진밭교에서 동시에 집회를 가지며 서로 옳다고 입씨름하다가 급기야 몸싸움을 벌였다. 필자는 싸움을 말리다가 양쪽에서 퍼붓는 심한 욕설을 먹었고, 심지어 양 단체를 이간질하였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돌아보면 시민단체에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드 배치를 두고 찬성하든 반대하든 법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다. 이를 명심하고 시민들과 소통할 때 신중하게 처신해 왔다. 그런데 이날 욕설을 너무 먹어서인지 냉철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응대했다.

‘신뢰를 쌓는데 3년이 걸리지만, 무너질 때는 3분도 채 안 걸린다’는 것을 직접 보았다. 2016년 사드 배치 발표 때부터 현장에서 협력업무를 맡아 지역주민들과 신뢰를 쌓았는데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 당시 경험을 지금도 산 교훈으로 삼고 있다.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무엇보다 일관된 진정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 과거의 아픈 상처를 들춰내서는 안 된다. 동반 성장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대부분 직장인이 힘들어하는 대인관계를 당연시 말자. “누구나 힘든 과정을 거친다”고 퉁치지 말자.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자산은 인적자원이다. 창의력이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직장이 일단 편안해야 한다. 마음껏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이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사회적 자원 즉, 신뢰를 증진하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비용도 없이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서로 포용하고 진심으로 아껴주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지 않다. 오히려 역경을 극복하면서 실력을 쌓는 계기로 생각한다. 신뢰를 다지자. 모든 관계는 신뢰 속에서 발전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