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플라톤 추방] 하나님을 거지로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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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사이비인데다가 이단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꾸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하느냐 아니냐의 여부로 알 수 있다. 한국의 많은 교회들은 돈을 가져오라고 한다. 교회 정문에 아예 십일조 축복을 강조하는「말라기」 3장 10절을 플래카드로 걸어 놓은 곳도 있다. 십일조는 유독 한국의 대다수 교회와 미국의 남침례교파나 오순절파, 그리고 필리핀의 일부 교회에서만 신도의 의무처럼 강조되고 있다.

십일조뿐 아니라 교회는 온갖 명목으로 헌금을 강요한다. 성탄절 헌금과 부활절 헌금에서부터 가짓수가 100여개 넘는 헌금 가운데는 벼라 별 게 다 있다. 세례를 받았다고 세례현금, 결혼을 했다고 신혼헌금, 새집 마련을 했다고 새집마련헌금, 수술이 잘 되면 잘 되었다고 수술헌금, 아이가 순산했으면 순산했다고 순산헌금, 앗싸, 장례식헌금, 교회개척헌금, 교회분립헌금, 부흥집회헌금, 취업헌금, 퇴직헌금, 차량구입헌금, 교회비품구입헌금, 해외방문헌금, 꽃꽂이헌금, 목사안수헌금, 장로임직헌금, 권사임직헌금, 대지구입헌금, 신축헌금, 교육관헌금, 수양관헌금, 이사헌금, 매도헌금, 해외이주헌금, 치유헌금, 장수헌금, 출장중보호헌금, 여행중보호헌금, 합격헌금, 입학헌금, 졸업헌금, 장학헌금, 유학헌금… 이건 판소리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 교회의 ‘먹사’들은 십일조를 신앙의 척도로 만들기 위해 두 가지 논리로 신도들을 세뇌시켰다. 하나는 성경의 여러 구절을 가져와 수입의 ‘십분의 일’은 하나님의 몫이라는 것을 주지시킴으로써, 이를 따르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심는 것. 다른 하나는 십일조가 ‘만사형통, 무병장수, 부자갑부, 진급출세’의 비결이라고 설교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성서적이지 않을뿐더러, 명백한 이단의 표식이다.

먹사들이 십일조의 성서적 근거라고 내세우는 것이 바로 앞에 나온「말라기」3장 10절이다.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의 온전한 십일조를 창고에 들여 나의 집에 양식이 있게 하고 그것으로 나를 시험하여 내가 하늘 문을 열고 너희에게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 먹사들은 이 구절을 ‘하나님은 10%를 잘 내는 신도에게 감당치 못할만큼 복을 되돌려 준다’라는 뜻으로 써먹는다. 하지만 고대문헌해석학을 전공한 안용수 목사는『십자가에 못 박힌 십일조』(책평화,2016)에서 “온전한”이라는 말은 수치상의 ‘10%’를 뜻하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부정하게 번 돈을 사적인 소원을 위해 바치는 것은 “온전한” 십일조가 아니다. 한편 또 다른 목사인 조성기는『십일조는 누구의 것인가』(평단,2012)에서「말라기」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라 제사를 책임진 레위인들을 책망하는 문서라면서, 위 구절에 첫 번째로 나오는 “너희”는 십일조를 빼돌린 제사장을 일컬으며, “그것으로”는 십일조를 뜻하는 게 아니라, 백성이 바친 십일조를 빼돌리지 않고 정직하게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나오는 “너희”는 개인보다는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십일조주의자들은 예수도 십일조를 옹호했다면서「누가복음」 11장 42절과「마태복음」 23장 23절을 제시하지만, 정작 예수는 십일조의 형식성을 비판했지 그것을 옹호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한국 교회는 신도가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이웃을 위해 십일조를 대신 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십일조는 출석교회에만 내야지 다른 데 기부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예수의 뜻일까?

조성기는 십일조와 기독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돈이 필요하지 않으신 분이다. 우리가 돈을 들고 와서 바치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더군다나 돈을 바치면서 그 대가로 복을 기대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하신다. 그러한 하나님을 자꾸만 신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들은 기독교 무당들에 불과하고, 거룩한 하나님을 복채를 챙기는 우상신으로 전락시킨다.” 먹사들은 하나님을 거지로 만들었다. 게다가 헌금 액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복을 크게 받고 적게 받는 것이라면, 인간이 돈으로 하나님을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이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