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동차 부품업체들, “원자재 가격 상승 미반영이 제일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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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제품 생산 단계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계약 이후 물가 상승 폭이 단가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1, 2, 3차 협력 업체 모두 동일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고, 이외에도 미래 전망의 불투명함, 부당한 대금 감액 요구 등도 어려움으로 꼽힌다.

대구광역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원·하청 기업 동반 상생 포럼’(대표 김정옥 의원)은 23일 오후 ‘대구시 중소제조업 원하청관계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연구(자동차부품산업을 중심으로)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발표는 PPT로 진행됐으며 최종 보고서는 6월 초 제출될 예정이다. (관련 기사 대구시의회 ‘중소제조업 원·하청 관계 실태조사’ 연구용역 착수(‘23.02.03.))

연구책임자인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연구 배경 및 목적에서 “대구는 임금 수준과 지역 내 총생산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이다. 원청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납품 단가 현실화에 대한 미온적 태도로 인해 나타난 특성”이라며 “연구를 통해 원하청 거래관계에 놓인 대구 제조업체의 어려운 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연구는 대구 관내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자동차 부품업체 223개)와 심층 인터뷰(2차 협력업체 4곳, 사내 협력업체 2곳)로 진행됐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업체는 대상자 223개 중 53개(23.8%)다. ‘수익성 변화에 미친 요인’에 대한 질문엔 원자재 가격 인상(68.3%), 물가 상승(32.5%) 순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이 외에 원청 및 상위 협력 업체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14.7%)도 수익성 변화에 영향을 미친 걸로 나타났다.

제품 생산 단계에서 경험하는 애로사항 중엔 응답자 70%가 ‘계약 이후 물가 상승폭이 단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부당한 대금 감액 요구, 제품 생산의 미래 전망 불투명, 경영 간섭 등을 애로사항으로 인식했다.

심층 인터뷰에서도 이와 관련된 요구사항이 나왔다. 호스클립, 챔프, 브레킷 등을 생산하는 2차 협력업체 이사 A 씨는 “작년은 원자재 가격이 2~3개월마다 올랐는데 1년 단위로 납품단가가 책정된다”며 “원자재 가격 변동폭만큼 납품 대금에 반영되는 제도가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가 후려치기 관행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대신 럼섬계약(lumpsum) 관행이 나타나 겪는 어려움도 제기됐다. 총액확정계약을 뜻하는 럼섬 계약은 견적서를 바탕으로 비용을 고정시키는 형태로 진행된다. 총액이 확정되다 보니, 제작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반영이 어렵다.

파워트레인, 섀시 부품 등을 생산하는 2차 협력업체 대표이사 B 씨는 “과거의 코스트 리덕션(원가 인하)은 단가에 손을 댔다. 개당 1,000원에 납품하던 제품의 단가를 3% 내려달라고 해서 30원을 내렸다. 최근 코스트 리덕션은 럼섬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2차 협력업체보다 3차 협력업체 경영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A 씨는 “3차 협력업체는 아예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인 인력 구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표면처리(도금)을 3차 협력업체에서 수행하는데 우리 회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자동차 부품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대구시 차원에서의 미래차 전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부품업체 생존전략으로 연구개발이 중요하니, 이에 대한 지원, 사업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등의 요구사항을 전했다.

연구팀은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 ‘오는 10월 4일부터 시행되는 납품대금 연동제의 적극적인 홍보 및 참가 독려’를 요구했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청과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이 변동되면 납품대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중소기업 업계의 숙원사업으로 꼽혔다. 지난해 12월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연구팀은 인력수요-공급 실태조사를 통해 현장 인력부족 실태 파악, 하도급법, 상생협력법상 지자체장의 권한(조사권, 시정권고건, 조정권, 자료제출권 등) 강화 및 위임에 대한 대정부‧국회에 의견 제시, 대구시내 업체 대상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촉진 관련 조례 제정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