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조사 결론은 “준연동형 비례제+위성정당 방지”

‘500인 회의’ 결정,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1편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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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월, 한국 정치사에 남을 유의미한 사건이 있었다. 국회가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500 회의라는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고, 숙의 끝에 참가자들 다수가 지지하는 선거제도 방향을 가려냈. 응답자가 당시 생각을 즉각적으로 밝히는 여론조사와 달리, 공론조사는 토론의 결과를 살펴본다는 장점과 의의가 있다.

평소 여론조사에서는 다수 응답자가 다당제로의 이행을 찬성하면서도, 다당제를 뒷받침하는 종류의 선거제도(비례대표 의석 확대 또는 중대선거구제 전환) 부정적인 이율배반이 자주 발견되었. 다수 의견이 어느 쪽인지 드러나봤자 ‘앞뒤 맞지 않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공론조사는 한계를 뛰어넘었다. 또, KBS 같은 공영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국회가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개최하고 KBS가 생중계한 500인 회의

‘500 회의 여론조사처럼 성별/지역별/연령대별로 표본을 추출한 다음 참여에 응한 534명을 대상으로 숙의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숙의토론회 종료까지 참석한 시민참여단 469명이 같은 문항을 두고 응답했다(한국리서치가 참가자들에게 설문을 링크하는 조사 방식이었다. 응답층이 정해져 있고 표본추출이 적확하게 되어 있는 것이 웹 조사의 기반이다). 국민투표와 같은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논쟁이 잦고 길었던 선거제도에 관해 이런 과정까지 거쳤다면, 공론조사 결과는 최대한 반영되어야 한다. 2024 4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 유지 또는 도농복합 선거제도로 일단 가닥 잡아야 

첫째, 전면적인 중대선거구제는 유예하고,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거나 도농복합 선거구제(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 농어촌은 소선거구제)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공론조사 결과 소선거구제 지지율이 56%였고, 도농복합 선거구제에 대해서는 찬성률이 59%까지 증가했다.

▲국회가 개최한 선거제도 공론조사 결과, 소선거구제 찬성이 다수 의견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민주주의 선진국 대다수가 대선거구제를 실시하고 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는 대선거구제론자이므로 아무래도 이번 토론 결과에 아쉬움을 갖고 있다. 생중계를 지켜보면 전문가 패널이나 시민 참가자들이소선거구로 선출된 의원이 대표성이 높고, 유권자로서는 책임을 명확하게 묻고 심판할 있다 논리에 끌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선거구제론자 입장에서는소수의견도 대표자를 가질 있는 것이 대표성 강화이다’, ‘의원 명을 심판하는 것보다 의회의 구성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반박할 있는데, 이런 토론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나 어찌 됐든 간에 숙의 토론을 거치고도 참가자 대다수는 소선거구제를 지지했다. 숙의 전보다 오히려 지지율이 올랐다(43%->56%). 도농복합 선거구제의 경우도 찬성률이 48%에서 59%까지 증가했다. 전면적인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기에는 아직 시민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것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

소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바꾸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다른 규정을 놔두고 선거구 획정 원칙만 바꾸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고로 중대선거구제 전환은 추후에 논의해도 상관이 없다. 시민들 대다수가 도농복합 선거제도에 찬성한 만큼 중대선거구제를 대도시에 일부 도입하는 절충안도 괜찮다.

시민 다수는 ‘비례대표 비중 확대’, ‘준연동형’ 등 비례성 확대 지지
거대양당은 ‘의원 정수 축소’, ‘권역별 비례제’ 등 포기해야  
비례대표 의석 확대 어렵다면, ‘전국 단위 준연동형’이 답

둘째, 소선거구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이 공론조사 결과에 부합한다. 방법은 크게 가지로, 첫째는 비례대표 의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고, 둘째는 지지율 대비 지역구 의석수가 부족한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가급적 배분하는 것(준연동형 비례제)이다. 전자가 어렵다면 후자라도 실시해야 한다

이번 공론조사에서 시민 다수는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찬성했다. 숙의 전에는 27% 찬성했지만, 숙의 후에는 70%찬성했다. 비례대표 선출 단위도전국 단위 56% 다수였다. 지역구는 소선거구에서 치르되 비례대표 의석 비중을확대하고 권역별로 쪼개지는 않음으로써, 지지율 간의 의석수를 줄이라는, 다시 말해 비례성을 강화하라는 것이 확고한 다수 의견이다.

비례성 강화 여론은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지역구 의석수와 연동하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 지지율에 맞춰 배분하는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공론조사 결과, 병립형에 선을 그은 의견이 52%였다. 현행 선거법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수가 부족한 정당에게 최대 30석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다. 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24%이고, 보정 의석의 비중을 30/47에서 키우자는 의견이 28%였다.

비례대표 의석 비중을 확대하려면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거나, 전체 의원 정수를 늘리는 하나는 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의원 정수에 대해서는 축소확대유지가 팽팽하게 나타났다. 처음에는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 65% 나타났다가 숙의 37% 급감했고, ‘ 늘려야 한다 13%에서 33% 늘고, 현행 유지는 18%에서 29% 늘었다. 의원수를 줄이자는 국민의힘의 제안이 힘을 잃었음은 확실하다. 국민의힘은 소모적이고 선거제 논의를 훼방하는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중단해야 한다.

다만 의원 정수를 늘릴 만큼 확대론이 다수를 점한 것은 아니다. 의원 정수 유지가 현단계에서는 적정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야 비례대표 비중을 확대할 있는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중대선거구제라면 선거구 인구 편차에 맞게 선출 인원을 설정하면 된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선거구에서 모두 1명씩 뽑으며 선거구별 인구를 2 1 편차 내에서 맞춰야 한다. 선거구수를 줄여 의원수를 줄이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난제라는 이야기다.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실시해도 마찬가지다. 농어촌의 소선거구수는 유지한 채로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는 대도시 지역 의석수만 줄일 수는 없다.

▲국회의원 정수에 관한 숙의 결과, 정수 축소론은 숙의 전에 비해 크게 줄었고, 반대로 정수 확대론과 현행 유지론은 뛰어올랐다.

돌고 돌아 2020년 선거제 개혁의 그 취지로… ‘위성정당 방지’ 필수

결국 의원 정수도, 비례대표 의석수도 유지하는 상태에서, 비례성을 올리는 방법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 또는 강화하는 것이다. 비례대표 선출 단위도 권역이 아닌 전국으로 삼아야 한다. 500인회의 공론조사 결과에 부합하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모두 병립형 비례제나 권역별 비례제에 대한 미련을 접어야 한다.

다소 허무한 느낌이 있는데, ‘전면적인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로 준연동형 비례제를 실시한다 것은 2020 총선에서 실시된 바로 제도다. 돌고 돌아 준연동형 비례제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해줘야 조치를 바로 지목할 있다. 2020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제 효과를 상쇄시켜버렸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막는 것이다. 지역구에 후보를 정당은 자동으로 비례대표 명부에 등록하게 하는위성정당 방지법 필수적이다.

다음 편에서는 절대다수제(결선투표제 또는 선호투표제) 도입과 개방형 비례대표제(정당뿐 아니라 후보도 선택할 있는 비례대표제) 관해 이야기하겠다. 그것 또한 이번 500 회의 공론조사가 가리키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