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의 다시보기] 5월 27일 15R 대구FC vs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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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이 넘실댔다. 한 달만의 주말 홈경기는 어린이날 마냥 동심이 넘쳤다. 27일(토) 저녁 7시 DGB대구은행파크의 전경이었다. 평소보다 푸른 물결의 증가 속도가 빨랐다. 가뭄 든 논에 봇물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초고화질 해상도를 자랑하는 전광판에서는 대구의 득점 장면이 쉼 없이 리플레이됐다.

선수들이 워밍업을 마치고 들어갔다. 가열된 그라운드 열기를 대형 스프링클러가 식혔다. 경기 시작 20분 전이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위아 대구” “쿵쿵 짝 쿵쿵 짝짝 쿵쿵 짝” 그리고 출장 선수 연호까지 또 다른 워밍업이 뒤를 이었다.

인천에서 온 원정응원단은 보릿자루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최신 장비를 앞세운 홈팀의 음향 공세 앞에 객지의 서러움을 실감했다.

석양이 내리던 고성벌에 조명이 꺼졌다. 평소보다 시그널이 길었다. 모두 숨을 죽였다. 출전 선수 전원을 엄숙하게 호명했다. 풍선이 넘실대었고 깃발이 춤을 췄다. 엔젤클럽은 특별한 동반자로 명명됐다.

최영은, 김진혁, 홍정운, 조진우, 황재원, 이용래, 이진용, 홍철, 고재현, 에드가, 세징야를 차례로 연호했다. 완전체에 가까웠지만, 박세진의 결장은 아쉬웠다. 인천에서는 낯익은 강윤구, 김준엽이 선발 출전했다.

7시 정각에 휘슬이 울렸다. 인천의 선축이었다. 1분도 채 되기 전에 헤더슛을 허용했다. 물러설 곳 없는 인천의 다급함이 표현됐다. 7분경 에드가의 패스를 세징야가 방향을 돌리면서 슛을 날렸다. 골키퍼 이태희를 당황시켰다. 일진일퇴를 거듭했지만 포백으로 공격수 숫자가 우세한 인천의 점유율이 높았다. 김준엽이 버틴 우측 공격이 활발했다. 실점은 왼쪽에서 당했다. 30분경이었다. 신진호였다. 인천의 성동격서 작전이 유효했다. 실점 후 대구의 거센 반격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에드가의 헤더가 골대를 맞히자 홈팬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전반 종료 직전 두 번의 찬스가 연속됐다. 세징야와 에드가를 거친 볼이 이진용 발밑으로 갔지만 골대를 넘겼다. 이어진 역습에서 세징야의 차원이 다른 아웃사이드 패스가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고재현에게 연결됐다. 거침없이 슛을 선택했지만 기량이 필요한 각도였다. 아쉬운 전반이 종료됐다.

후반이 시작됐다. 인천은 두 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음포쿠와 정동윤이 들어왔다. 후반 첫 슛은 세징야 몫이었다. 황재원이 코너킥을 유도했다. 에드가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넘겼다. 5분 만에 두 번째 코너킥을 얻었다. 활처럼 크게 휜 공이 정확하게 에드가 머리로 연결됐다. 동점골이 터졌다. 대구의 최종병기 세징야, 에드가 조합이었다. 구름판이 요동쳤다.

박세진이 축구화를 고쳐맸다. 이용래는 풀었다. 54분 경이다. 곧바로 세징야가 빈 공간에서 간수한 볼을 황재원에게 밀었다. 지체 없이 에드가 머리로 향했다. 황재원은 도움을 기록했고 에드가는 멀티골을 만들었다. 대구의 기세는 올라갔고 인천은 당황했다. 중원의 휭패스가 종으로 연결됐다. 박세진 효과였다.

▲[사진=대구FC 페이스북]

기세를 올리던 61분경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PK가 선언됐다. 최영은이 퍼포먼스를 펼쳤다, 약이 오른 에르난데스의 발목에 힘이 들어갔다. 골대를 강타했다. 최영은의 승리였다. 최영은의 선방이 이어졌다. 74분에는 자책골 위기까지 책임졌다. 승리를 굳히고 싶었던 최원권 감독은 김강산과 케이타를 투입했다. 바셀루스까지 가세했다. 86분 바셀루스의 결정적 슛이 불발됐다. 세징야의 배려를 받았지만 박세진만큼 침착하지 못했다.

원정팀 관중석에선 부진팀의 지정 레시피, “할 수 있다”가 연호됐다. 간절함이 그라운드까지 전달됐다. 인천 선수들이 추가 시간에 결실을 맺었다. 조성환 감독의 교체 전략이 주효했다.

넣고 먹힌 4골 모두 VAR이 필요 없는 깔끔한 장면이었다. 교대로 결장했던 공격수들의 호흡이 아쉬웠다. 홈에서 승점을 나눈 것도 불만이었지만 우세한 공군 전력으로 멀티골을 만든 것은 위안이 됐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친 기분이었지만 인천의 간절함이 흥미 있는 경기를 만들었다. 대구는 11,706명의 홈팬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었지만 우리의 전술을 연구하고 나온 조성환 감독은 공세 속에서도 본진을 남겨 두는 전략으로 역습에 대비했다.

3연승 고지는 높았고 부처님의 자비는 공평했다. 1주간의 담금질 후 치러질 16라운드 서울전이 기대된다. 대구 특산품 에드가의 헤더는 품절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