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구퀴어축제 허용···”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핵심적 기본권”

대구시 버스 노선 조정 없어도 경찰 현장 지시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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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회·상인 단체가 제기한 대구퀴어문화축제 집회금지가처분이 기각됐다. 축제는 당초 예정했던 대구 반월당 인근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다. 홍준표 시장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나는 버스 노선을 조정하지 않겠다고 밝혀, 당일 행사 시 시민 안전 확보 문제가 과제로 남았다.

14일 대구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광진)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와 동성로상점가상인회 등 채권자 37명이 재산권과 영업권이 침해받는다며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을 상대로 제기한 집회금지가처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권자가 주장하는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침해가 모호하고, 침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퀴어 축제를 통한 표현의 자유 실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는 이 사건 집회가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장이 될 수 있고,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며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가 제한될 여지는 있으나 1년 1차례 토요일에 개최될 예정이고, 과거 사례로 비추어 폭력적 방법으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아, 집회의 개최로 제한되는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제한 정도가 표현의 자유 정도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구시는 현재 가처분 기각 결정에 따른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12일 대구시는 버스 우회 협조를 요청한 대구중부경찰서에 “대체도로가 없는 실정이다. 주말을 맞아 시내버스 이용자가 특히 많은 도심 구간이므로 교통통제가 이뤄질 경우 시민 불편이 야기된다”며 우회 협조 요청을 거부하는 회신을 보내면서 “버스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차질 없이 운행하도록 조치해달라”라고 요청한 바 있다.

대구시가 버스 노선을 조정하지 않더라도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현장 교통 정리를 통해 적법한 집회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보행자나 차마는 교통경찰의 지시를 따라야 하며, 교통 신호와 경찰 지시가 다를 경우에는 경찰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환영하며, 홍준표 시장을 향해서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규탄했다. 조직위는 “시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막아서고 버스 우회 조치도 거부하는 반인권, 반헌법적 선언한 홍준표 시장에게 상식을 가진 대구시민은 분노한다”며 “시민을 통합하고 안전을 도모해야할 책임을 고사하고 혐오와 차별의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창호 조직위 인권팀장은 “홍 준표 시장이 버스 우회를 거부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해 낙인을 찍고 차별하고 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거둬 달라. 법원의 기각 결정도 집회자유를 보장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이날 오후 4시 대구시청 동인동 청사 앞에서 홍준표 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