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왔는데 ‘장사’까지…성주생명문화축제, 일방적 학생 동원 논란

성주여고, 참가자 의견 반영 없이 1학년 전원 축제 자원봉사 참여

18:01

“칠판에 3일 전부터 봉사활동 간다고 쓰여 있었어요. 어디에, 왜 가는지 제대로 설명도 못 들었어요. 온종일(20일) 서 있으려니 다리도 터질 것 같고 너무 힘들었어요. 한 친구는 울고. 일 시키는 사람도 불친절하고···우린 봉사활동 하러 가서 종일 상품을 팔았어요. 힘들어서 네 번도 넘게 바꿔달라고 했는데 안 바꿔줬어요. 선생님도 없고. 이런 곳인 줄 알았으면 절대로 안 왔을 거예요”(성주여고 1학년 학생)

20일 성주여고(교장 서승교) 1학년 139명(운동부 등 제외)은 학교 인근에서 열린 성주생명문화축제(5월 19일~22일)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학생들은 축제 장소에서 8시간 동안 체험 부스 등에 배치됐다. 일부 학생들은 특정 상품을 판매하는 부스에서 상품 판매를 하기도 했다. 참여한 학생들에 따르면 장시간 이어지는 봉사활동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나타났지만,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를 관리하던 성주군종합자원봉사센터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성주생명문화축제 홈페이지 갈무리
▲성주생명문화축제 홈페이지 갈무리

자원봉사에 학생·학부모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성주여고는 이날 8주에 거쳐 매주 한 시간씩 편성된 ‘봉사활동’ 시간을 전일제로 하루에 몰아서 진행했다. 현 교육과정 상 ‘창의적체험활동’에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이 있다.

한 학부모는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상품을 판매했다는 게 강제로 일을 시켰다는 말이 아닌가”라며 “이번 자원봉사는 말이 자원이지 학생 의사가 반영될 수 없었다. 행사에 대한 이해와 동의가 필요한데 이번 일은 학생들이 동원됐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원봉사는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생 입장에서는 자기 선호와 상관없이 강제로 지정된 것이다. 자기 진로에 맞춰 봉사활동을 선택하고 싶은 학생도 있다”고 덧붙였다.

축제장에서 체험부스를 운영하던 배현무 씨(별고을학부모회 회장)는 학생들의 자원봉사 과정에서 운영상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배 회장은 “당시 학생들이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곳을 찾더라. 봉사하는 걸 봐도 정말 오기 싫은 것을 억지로 온 것처럼 보였다”라며 “부스에서 체험 안내 등 일거리를 줬는데 잘 하긴 했지만, 의지는 없었다. 자원봉사센터는 자기들이 관리했다고 하는데 선생님도 직원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원봉사는 성주여고가 성주군종합자원봉사센터에 요청해 진행됐다. 센터 관계자는 “당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힘들면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대부분 잘했다. 우는 학생도 있었는데 그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억울하다고 울었다. 학생들 상태는 실시간으로 체크했다”라며 “인성교육에는 자원봉사가 좋다. 하기 싫은 것도 하고 나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익수 성주여고 교감은 “보강, 수업 결손 등을 고려하면 한꺼번에 자원봉사를 하는 게 낫다”라며 “사전 교육에서 교육과정상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데 적당한 곳이 없어 군의 행사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애향심, 봉사 정신을 기르고 군의 큰 행사에 동참하는 의미도 있다. 자원봉사는 자율적으로 가는 건 아니고 교육과정상 가게 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진학에는 시험만 필요한 게 아니라 학생부 종합 전형 등도 있다. 봉사정신 등도 필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행사 성격에 따라 전일제로 몰아서 하는 게 연속성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교외에서 하는 경우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조은학 전교조 경북지부 성주지회장은 “봉사란 자발적으로 필요한 곳을 찾아서 나눔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의미”라며 “자원봉사를 쉽게 하려고 학교 측은 그렇게 할 수 있으나, 반대로 군 행사에 동원한 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별고을학부모회는 25일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학부모회는 사과문 작성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6월 1일 열리는 성주여고 학부모회에서 학교장이 해명과 사과를 하겠다고 전했다.

성주생명문화축제는 군비 약 9억5천만 원이 든 축제다. 2011년부터 시작된 축제는 2016년 공식 35만 명이 참여했다. 성주군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축제기간 자원봉사 참가자는 약 1천 명이며 그 중 고등학생은 약 40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