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규 칼럼] 참전용사들은 우리 모두의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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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참전용사 중 살아 계시는 분은 이제 5만여 명이다. 대부분 90대이다. 매년 평균 1만 2천여 명이 세상을 떠나신다.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 참전용사의 근황도 우리나라와 얼추 비슷하다. 참전용사들은 북한군을 물리친 영웅이다. 이에 부합하는 벅찬 자부심을 더 자주 안겨 드려야 한다. 물론 기본적인 예우는 당연히 잘 해야 한다. 그래서 호국보훈은 날마다 계속되어야 한다.

실제 국군을 비롯한 유엔 참전용사들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자유와 평화’를 목숨 걸고 지켰기에 그렇게 와 닿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헌신에 걸맞는 예우를 해드리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 6월 23일 부산에서 생활고로 반찬거리를 훔친 80대가 참전용사였지 않은가.

필자는 군 복무 중, 참전용사 초청 강연을 위한 실무를 맡았다. 그 덕분에 해마다 참전용사 서너 분을 찾아뵙고 강연을 간청했다. 뜻밖에도 대부분 참전용사들은 초빙강연을 고사한다. 목숨 바쳐 세운 전우들의 전공을 잘 설명하지 못할까 우려해서다. 어렵게 응한 참전용사들은 강연에 앞서 몇 분간 침묵한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전우가 생각나서다.

장병들의 함성과 박수소리에 침묵을 깬 참전용사들은 폭포수처럼 전투경험담을 생생하게 쏟아낸다. ‘전쟁을 잊으면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고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참혹한 전쟁을 알리는 것을 소명처럼 여기신다. 이제 전투경험담을 직접 듣지 못해 더 아쉽다. 6.25전쟁 당시 20대 초반일 경우라도 이제 90대 중반이시다. 다행히 전쟁기념관에서 참전용사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참전용사들을 뵐 때 마다 공통점을 발견한다. 함께 전장을 누빈 전우를 잊지 못하고 있다. 꿈속에서도 전우를 만난다고 한다. 피아가 뒤섞여 싸운 백병전에서 자신을 지켜 준 전우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자신이 지켜 주지 못한 전우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자나 깨나 전우를 그리워하다가 그 처참한 전장이 떠올라 몸서리친다. 이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PDSD)이지만 지난 70여 년 세월 속에 묻혀왔다.

참전용사들을 뵈면 뵐수록 더 존경심이 우러난다. 그 어떤 분도 개인의 명예를 내세우지 않는다. 전우들에게 공을 돌린다. 참으로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보상을 바라기보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가 지속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하나 뿐인 생명을 바친 전우들에게 자신이 살아남은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모습은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 참전용사들도 유사하다. 6.25전쟁 73주년 특집, 모 방송에서 호주군 참전용사를 인터뷰했다. 대부분 용사들께서는 먼저 간 전우를 그리워하며 목이 메여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평화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의 마지막 날에 다시 다짐한다.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참전용사들을 존경하는 마음이자 기본적인 도리이다. 바람 앞에 등불 같았던 대한민국을 살려낸 참전용사들은 우리 모두의 부모님이다. 이분들의 헌신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뒤 뉘우치는 불효자식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전쟁을 잊으면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는 참전용사들의 외침을 가슴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