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시사 칼럼] 지구의 오존층은 회복되고 있는가? / 조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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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층 파괴는 환경 호르몬,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세계 3대 환경문제로 등장한지 오래되었다. 필자는 2021년 4월 환경호르몬, 2021년 10월 지구 온난화 관련 시사칼럼을 <뉴스민>에 투고하였다. 늦었지만,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2023년 여름에 오존층 파괴 관련 시사칼럼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자외선
빨주노초파남보. 어린 시절 노랫말처럼 불렀던 태양의 가시광선이 만들어 내는 7가지 무지개 색깔이다. 태양광선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로,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자외선(UV)은 파장이 가장 짧고 에너지가 가장 강한 전자기파로, 인간의 피부에 광생물학적인 반응을 유발한다. 피부가 자외선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홍반성 반응, 일광화상, 색소침작, 광노화, 피부암 등을 유발한다.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자외선-A, 자외선-B, 자외선-C로 구분된다. 파장이 가장 긴 자외선-A는 35~50%가 피부의 표피를 지나 진피까지 닿아 피부를 검게 만들며, 피부 노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파장이 중간인 자외선-B는 피부를 빨갛게 만들고 강한 염증을 발생시키거나 수포를 만들기도 한다. 문제는 파장이 가장 짧고 에너지가 가장 강한 자외선-C다. 지구 생명체의 세포와 세균을 파괴하는 힘이 매우 강하지만, 성층권의 오존층에서 대부분 흡수되어 지구 표면까지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옛날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오존층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권은 지표면으로부터의 고도에 따라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 외기권의 다섯층으로 나눌 수 있다. 대류권은 지표면으로부터 극지방에서는 7~8km 정도까지의 영역이고, 적도지방에서는 더 높아 18km 정도까지의 영역이다. 성층권은 대류권 위쪽에 위치하며, 대략 지표면으로부터 50km 정도까지의 영역이다. 성층권의 중간층인 약 20~25km 영역에는 오존(O3)층이 존재하는데, 지구 대기의 오존 가운데 90% 이상이 여기에 존재한다. 이 성층권의 오존층이 태양으로부터 오는 치명적인 자외선-C를 막아주는 지구의 방어막이다. 오존층은 지구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자외선-C를 97~99% 흡수한다. 만약 모든 자외선-C가 오존층 없이 지구상에 곧바로 도달한다면, 인간 피부는 몇초 만에 타버릴 것이고, 동식물을 포함해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치명적인 자외선-C를 막아주는 지구의 방어막, 오존층이 없으면 지구상에 동식물은 존재할 수 없다. (사진=pixabay)

오존층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
프레온(Freon) 가스는 지구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프레온 가스는 듀퐁의 상표명이다. 염소와 불소가 탄소와 결합한 염화불화탄소(CFC)로서, 대표적으로 CCl3F (CFC-11)가 있다. 필자는 몬트리올 의정서의 규제 물질 96종 중에서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프레온 가스(CFC-11)로 국한하여 칼럼을 진행하고자 한다.

프레온 가스는 1928년 미국의 화학자 T. 미즐리에 의해 개발되었다. 프레온 가스는 독성이 적고, 폭발 위험성이 낮으며, 금속이나 플라스틱과 반응하지 않는 장점을 갖는다. 프레온 가스는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유독하거나 폭발 위험성이 높은 기존 프로판이나 암모니아 가스를 완전히 대체하여,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 전자제품의 세정제, 단열재 제조용 발포제, 그리고 화장품과 살충제의 분무제 등에 폭넓게 사용되면서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에 엄청난 피해를 주리라고는 아무도 몰랐다. 1974년 미국의 S. 롤런드 교수와 M. 몰리나 박사는 프레온 가스가 대기 중에 방출되면 대부분 파괴되지 않고 성층권까지 올라가며, 성층권에서 강한 자외선 때문에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염소(Cl) 원자가 많은 수의 오존 분자를 파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네어처에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염소 기체는 반응성이 커서 성층권의 오존층에 도달하기 힘든데, 프레온 가스는 염소 원자를 오존층까지 배달하는 것이다.

당시 프레온 가스 주요 생산국이던 미국에선 프레온 가스 규제정책에 대한 기업 반발과 로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졌다. 프레온 가스 규제를 위한 국제 사회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프레온 가스 유해성에 대한 명확한 추가 자료가 필요했다.

1985년 5월 영국 남극조사단 기상학자 J. 상클리는 남극 대륙 상공의 오존층에 구멍(hole)이 생겼음을 발견하였고, 그 자료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또한, 1985년 8월 NASA의 위성이 남극의 오존 분포량을 촬영했는데, 오존층 구멍 크기가 러시아 면적과 비슷할 정도로 매우 크다는 충격적인 사진을 공개했다. 이때부터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에 구멍을 내고 있고, 강력한 자외선-C가 지구 표면에 직접 도착하면 피부암 등 인간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되므로, 프레온 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되었다.

몬트리올 의정서
몬트리올 의정서는 오존층 파괴를 대처하기 위한 국제 협약으로, 공식명칭은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이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지구 오존층 파괴 물질에 대한 사용금지 및 규제를 통해 오존층 파괴로부터 초래되는 인체 및 동식물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7년 9월 채택되었고 1989년 1월부터 정식 발효되었다. 처음에는 46개국이 몬트리올 의정서에 서명했으나 현재는 196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1992년 2월 몬트리올 의정서에 가입한 뒤, 프레온 가스를 단계적으로 감축하여 2010년부터 프레온 가스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에서는 프레온 가스를 배출하거나 사용하면, 오존층 보호를 위한 특정 물질의 제조규제 등에 관한 법률인 ‘오존층 보호법’에 의해 처벌 받는다. 몬트리올 의정서의 주요 내용은 프레온 가스의 단계적 감축, 비가입국에 대한 통상제재, 1990년부터 최소한 4년에 한번 과학적·환경적·경제적 정보에 입각하여 규제수단을 재평가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몬트리올 의정서는 여러 차례의 추가 개정을 통하여 규제대상 물질을 초기 20종에서 96종으로 확대하였고 규제 일정도 앞당겼다.

오존층 파괴의 영향
프레온 가스로 인한 오존층 파괴는 파장 280~320nm(나노 미터)에 해당하는 자외선-C의 차단 능력을 감소시키며, 더 많고 강한 자외선을 지상에 도달하게 한다. 이 경우 인체에 피부암, 백내장, 각막염 발병률이 증가하고, 인체 면역력이 떨어져 전염성 질병도 늘어난다. 통계상 오존 농도가 1% 감소하면 유해 자외선 양은 2% 증가하며, 이에 따라 3~4%의 피부암 증가와 0.6%의 백내장 증가를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육상 식물의 광합성을 저해해 식량 생산이 줄고, 식물성 플랑크톤 생산력을 떨어뜨려 어획량도 감소한다. 강한 자외선은 건축 자재의 부식과 노화를 촉진하고, 대기 화학반응을 촉진하여 도시 지역의 대기오염을 더욱 심화시킨다.

프레온 가스는 오존층 파괴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 아산화질소(N2O), 메탄(CH4) 등이 있으며, 프레온 가스도 온실가스 중 하나다. 프레온 가스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비교하여 양 자체는 적지만, 기대수명이 길고 제거가 어렵다는 점에서 그 영향은 매우 크다. 실제로 프레온 가스는 이산화탄소와 비교하여 온실효과 유발능이 4,700배 크다.

지구의 오존층은 회복되고 있는가?
오존 파괴물질의 단계적 사용금지 일정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차이가 있다. 개발도상국은 대체물질을 도입할 수 있는 기술, 재정적 자원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협정을 받아들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공식적으로 선진국에서 프레온 가스는 1996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사용 금지되었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은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사용 금지시켰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도 오존층이 얇아지자 이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어났고, 급기야 중국이 가성비만 따져 프레온 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2013년부터 중국 산둥성과 하베이성 등 중국 동부지역에서 전 세계 프레온 가스 증가량의 40~60%에 해당하는 7,000톤 이상이 배출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경북대 박선영 교수 연구팀이 2019년 5월 이러한 사실을 관측치로 입증하는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중국 정부도 몬트리올 의정서 회의에서 단열재 제조 공장 단속에서 발포제로 사용된 프레온 가스가 적발되었다고 인정했고, 해당 공장을 폐쇄하는 감축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아직도 전 세계 프레온 가스 증가량의 남은 40% 발생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2023년 1월 9일 프레온 가스 사용으로 파괴된 지구 오존층이 느리지만 회복되고 있다는 유엔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는 4년 전과 비교해 오존층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대기중 염소 농도가 1993년 최고치보다 11.5% 감소하였고, 오존층 파괴 효과가 더 큰 브롬의 농도는 1999년 최고치보다 14.5%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북극 오존층은 2045년까지 그리고 남극 오존층은 2066년까지 1980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오존층이 회복되면서 지구 온난화를 0.5~1℃ 정도 억제하는 추가적인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잉에르 아데르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오존층 회복으로 “매년 200만명을 피부암으로부터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멍 난 지구의 오존층은 회복 중인 것이지,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태양으로부터 오는 치명적인 자외선-C는 오존층의 구멍을 통해서 지구 표면에 도달할 수 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요즈음 야외 활동 많아짐에 따라 자외선에 의한 원치 않은 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강한 자외선에 피부 노출을 가급적 피하고, 외출시 자외선 차단제인 썬크림을 잘 사용하여 피부의 손상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계절이다.

조태식 경북대학교 에너지 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