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王국 1년] 2-3. 갚았는데 늘어난 채무?···사실상 올해가 감축 원년

② 홍준표발, '폭발적'인 경제성장(?)
2021년말 2조 3,703억 원→2022년말 2조 3,810억 원
대구시 보유 채무, 급하게 갚을 필요에 의문?
지자체 빚, ‘0(제로)’ 상태가 정말 좋은 것인가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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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표왕국 1년] 지난달 22일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대구 경제지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홍보했다. 홍준표 시장 본인도 지난 4일 직접 나서 지난 1년 동안 대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정말, 대구의 경제는 역대급으로 성장했는가? 대구시와 홍 시장이 내놓은 홍보 자료를 좀 더 찬찬히 살펴보면, 성장에도 물음표가 따라붙지만, 이를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홍 시장의 공인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2022년도 말 현재 채무 총액은 전년 대비 106억 3,900만 원이 증가한 2조 3,810억 600만 원입니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18.9%이며 전년 대비 0.5% 감소하였습니다.”

지난달 27일, 2022년도 대구광역시 회계 결산을 심사하는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이 채무 현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대구시는 약 2,000억 원의 채무를 상환했다고 밝혔지만, 연말 기준으로 채무 총액은 전년보다 106억 원이 늘어난 상태로 결산이 완료됐다. 왜?

2021년까지만 해도 대구시는 2022년에 신규 지방채를 4,092억 원 발행하고, 2,817억 원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신규 지방채 중 기존 지방채를 상환하고 신규 발행하는 차환 1,000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지방채 발행액은 3,092억 원이어서 2022년 말엔 대략 2조 5,000억 원 가량의 채무가 남을 전망이었다.

때문에 지난해 대구시 채무 상환은 원래 계획보다 2,000억 원 가량 더 갚은 모습이긴 하지만, 그 전년도 말에 남은 채무가 2조 3,703억 원 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해선 증가하고 말았다. 이렇게 놓고 보면 홍준표 시장 취임 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는 채무감축 정책은 사실상 올해가 원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구시가 내놓은 ‘2023~2027 채무관리계획’을 보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연간 1,400~5,000억 원 가량의 채무를 줄여서 2026년에는 약 8,600억 원 가량만 남겨두는 게 목표다. 올해는 가장 적은 1,408억 원 가량 상환이 대구시는 계획이지만, 대구시 기획조정실은 구체적인 상환액 목표를 밝히는 걸 망설이는 분위기다. 기조실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올해는 아직 구체적인 금액 목표는 없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세수 여건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표=2023 대구시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 대구시는 올해 채무 중 1,408억 원을 줄이는 게 잠정 목표다.

2021년말 2조 3,703억 원→2022년말 2조 3,810억 원
대구시 보유 채무, 급하게 갚을 필요에 의문?
지자체 빚, ‘0(제로)’ 상태가 정말 좋은 것인가

지난해도, 올해도 상황이 녹록치 않음에도 채무 상환을 밀어붙이는 게 옳은지에 대한 의문은 꾸준하다. 대구시 보유 채무 성격을 보면 “당장 급하게 갚을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1년 말 기준 대구시 채무를 이자율 기준으로 구분하면 1.5% 미만이 2조 2,766억 원(86.3%)을 차지했고, 1.5~2.0%는 3,605억 원(13.7%)였다. 2% 이상 채무는 4억 원으로 0.02% 수준이다.

지난해 상환을 고려해도 현재 남은 채무도 1~2%대 저금리 채무일 가능성이 높다. 기조실 관계자는 “2021년 말 이후 채무를 이자율 기준으로 구분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지만, 대구시가 지난해 의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대구시 보유 채무 중 이자율이 가장 높은 건 3.5%였다. 대구시는 지난해 이자율이 높은 금융채부터 갚는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대구시 채무 중 86.3%는 저금리···2020년 고금리 대비해 차환 덕(‘22.11.07.))

이자는 홍 시장이 채무감축 정책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홍 시장은 여러 차레 이자만 500억 원이 든다고 주장했는데, 기금 등으로 예치한 채무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언급하지 않아 이자로 ‘압박’을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임인환 대구시의원(국민의힘, 중구1)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장은 ‘500억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로 시민들한테 압박감을 주고 있다. 이자수입에 대한 이야기는 왜 안 하냐”고 지적했다. 2021년 기준 이자수입은 76억 원이다.

지자체의 빚은 ‘0(제로)’ 상태가 정말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저금리의 좋은 지방채가 1억 원 있으면, 그만큼의 돈을 예금에 넣어놔도 1%보다 많은 수입이 창출된다”며 “좋은 지방채는 오히려 있을수록 지자체 재정건전성이 좋아진다고 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부채를 정확히 판단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리나 시장 상황, 채무의 목적 등에 따라 좋은 지방채와 나쁜 지방채가 나눠진다. 저금리인 지역상생발전기금, 지역개발기금 채권을 통해 발행한 지방채 같은 경우는 좋은 지방채이다. 저금리의 좋은 지방채마저 갚는다는 건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