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는 이준석의 상징자본이 될 수 있을까? (2) /허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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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는 이준석의 상징자본이 될 수 있을까? (1) /허필

part 3. 소인수분해

분명 그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 그의 대구 출마를 100%라 단언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그는 노이즈를 빈번하게 일으키는 정치인으로, 그가 진정으로 목표하는 바를 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그가 했던 말과 행동의 경로를 역추적해서, 그의 노림수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 글은 ‘그 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까?’하는 가능성을 전제에 두고, ‘이렇게 행동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라는 일종의 예측을 하는 것에 가깝다. 물론 모든 인간이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의 생각 또한 합리적 추론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여러 언론에서 이준석이 대구에 출마할 경우, 어떤 지역구를 고를 것인가를 예측하고 있다. 각종 언론 기사를 종합했을 때, 언급된 지역은 다음과 같다. 동구을, 달서갑, 달서을. 이 세 지역구가 앞서 말한 조건들과 부합하는지를 살펴보는 것 또한 재밌는 일이 될 것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아시아포럼21 제99회 릴레이 정책토론회. [사진=아시아포럼21 제공]

우선 가장 쉽게 추론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동구을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4선을 역임한 지역구이자, 현직 국회의원은 유승민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전 동구청장 강대식이다. 지난 총선에서 강대식의 공천은 그의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면 다소 의외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첫 글에서 밝혔듯이 21대 총선 당시 권력의 분점으로 인한 요인이 더욱 컸다 하겠다. 하지만 현재 유승민과 친유계가 처한 정치적 입지를 감안했을 때, 강대식의 공천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동구을의 후보가 될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구을은 유승민의 영향력이 아직도 짙게 남아 있는 지역이다. 강대식 본인조차 유승민이 국회의원을 역임하던 시절 구의원과 구청장을 역임했고, 현직 지방의원 중 다수는 유승민을 따라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을 경험한 이들이다. 그리고 유승민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자유한국당의 당협위원장으로 이재만, 김규환 등이 임명되었으나, 각각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맥없이 물러나버린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도 동구을은 유승민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임에 틀림없다(오히려 이재만의 경우는 불법 선거운동으로 그를 따르던 지방의원들과 함께 소멸되어버렸다).

▲동구을 지역 제8회 지방선거 출마자 중, 바른미래당 출마 경력자

그렇다면 동구을의 유승민 조직을 이어받을 수 있다면, 이준석이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우선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선결되어야 한다. 하나는 유승민과 이준석이 한 마음 한 뜻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대식이 알아서 물러나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승민과 이준석이 한 마음 한 뜻이라고 하기에는 그 둘의 정치적 지향점이 상당히 달라진 것이 사실이며(이는 유승민이 직접 방송을 통해 밝힌바 있다), 과거에는 유승민이 이준석을 품고 가는 그림이었다면 지금 유승민이 이준석을 품는다고 하기에는 이준석의 체급이 너무나 커진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한 강대식이라는 카드는 ‘이준석 신당’의 원활한 출발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존재인데, 컷오프된 현직 국회의원들을 규합하여 ‘이준석 신당’이라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강대식은 ‘정권에서 탄압받는 친유계의 대표’로서 충분히 중요하고 상징성이 높은 인물이다.

▲26일 대구·경북중견언론인모임인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강대식 최고위원.

그리고 만약 강대식이 컷오프된다 하더라도, 공천이 곧 당선인 대구경북의 특성 상 공천될 후보의 정치적 중량감은 이준석에 비해 떨어질 것이다. 때문에 안타깝게도 이준석의 동구을 출마는 상대 후보의 체급을 올려주는 악영향을 불러일으킬 뿐, 그리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없다. 게다가 동구을 지역구에 군위군이 편입될 경우, 동구갑 선거구와 동구을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맞추기 위해 동구을의 행정동 1~2곳 정도가 동구갑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군위군의 영향으로 인하여 동구을의 인구 구성은 다소 고령화될 수 있으며, 이는 노년층에게 비토가 심한 이준석에게는 악재로 작용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언급되는 곳 중 하나는 달서을이다. 달서을의 현직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에서 3선을 지낸 윤재옥 원내대표이다. 이준석이 원내지도부와 맞붙는 그림을 위해서 달서을을 지목하는 기사도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윤재옥이 다음에도 같은 지역구에 공천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그 가능성은 다소 낮아보인다. 현재 당대표인 김기현도 험지 수도권 출마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TK 3선 윤재옥이 이를 거부할 명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윤재옥이 아무리 현 지역을 고집한다 하더라도 용와대의 ‘오더’를 내리는 공천을 스스로의 힘으로 거부할 수 있을까? 아마 힘들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윤재옥과 맞붙는다 하더라도, 윤재옥 자체가 전국적 지명도를 지닌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준석과 붙는다는 것 자체가 윤재옥의 정치적 위상을 올려줄 우려가 크다. 때문에 이준석으로서는 별로 원하지 않는 상황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므로, 달서을 출마는 그 가능성이 낮다 하겠다. 그리고 게다가 달서구 자체도 사실 특별한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곳이 못된다.

또 한 곳은 최근 언론을 통해 이준석을 강하게 비판한 홍석준 의원의 지역구 달서갑이다. 하지만 달서갑 또한 이준석이 출마한다면 홍석준을 오히려 띄워주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게다가 홍석준은 대구시 국회의원 중 상대적으로 부족한 커리어를 가진 동시에, 대구의 국회의원들 중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을 가장 빠르게 한 인물이다. 오히려 이준석 입장에서는 홍석준의 존재를 통해 현 정권에 대한 강한 비판을 이어갈 수 있으므로, 홍석준은 그 존재 자체로서 활용가치가 더 높다 하겠다. 때문에 달서갑 또한 그의 선택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달서갑 지역 자체도 낙후해가는 신도시·공단 지역이기 때문에 이준석에게 유리한 지역구는 아니다.

그리고 그 외의 지역구로 북구갑, 중남구, 서구, 동구갑, 달서병, 수성갑·을 등이 있지만, 이들 지역구는 인구구성이 노령화된 지역이기 때문에 제외. 북구을의 경우 신도시 지역으로 유리한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현직 국회의원의 체급이 그리 높지 않은 동시에, 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의 존재 또한 득표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제외. 수성갑의 경우 과거 대립각을 세운바 있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있기 때문에 승부를 걸어볼 수 있으나, 그 또한 수도권 차출론의 중심에 있으며 현재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고 있는바, 이 또한 이준석의 레버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3월 24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인근

그렇다면 단 한 군데의 지역구가 남는다. 달성군. (계속)

허필(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