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교명승계가 유가초 통폐합 명분?…“궁색한 논리”

17일 242회 대구시의회 1차 교육위원회, 교육청 업무보고
윤석준 위원장, “교육청 통폐합 논리 궁색, 억지춘향”

15:40

대구교육청이 졸속행정으로 추진한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통폐합 문제가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윤석준 대구시의회 교육위원장(무소속, 동구3선거구)을 포함한 교육위원들은 하나같이 유가초등학교 통폐합을 급박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7일 오전 10시부터 교육위원회는 242회 대구시의회 1차 정례회 1차 교육위원회 회의를 시작했다. 교육위는 이날 ‘대구광역시교육청 국제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안’, ‘대구광역시교육청 등에 관한 조례안’, ‘2016년도 대구광역시 교육비특별회계 소관 공유재산관리계획 2차 변경 계획안’을 심사한 후 교육청 업무보고를 받았다.

앞서 교육위원회는 ‘농촌 작은학교 유가초를 지키는 학부모 모임’의 의견을 청취하고 교육청에 관련 업무보고를 요구한 상태였다. 권용탑 교육청 행정국장은 “유가초등학교는 학생 수 감수로 교육력 약화가 우려되고, 신설학교 선호현상으로 학생 수 유출이 예상된다”며 “조례 개정안을 7월 제출하고 신설되는 테크노4초 위치로 9월 1일 자로 통합코자 한다”고 유가초 통합 관련 설명을 마쳤다.

회의실[교육]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사진=대구시의회)

대구시의회 교육위, “왜 이렇게 급박하게 추진하냐?” 한목소리

교육청이 업무보고를 마치자 교육위원 5명은 차례로 유가초 통합의 당위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포문은 배창규 의원(새누리당, 비례)이 열었다. 배 의원은 “학생 수 통폐합 조건을 보면 농어촌은 60명 이하다. 유가초는 114명이나 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거냐”고 질의했다.

권 행정국장은 “테크노4초가 9월 1일 개교 예정인데, 멀지 않은 곳에 유가초등학교가 있고, 학생 수 추계를 보면 몇 년 안 가 폐교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배 의원은 “유가초는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소규모 학교가 장기적으로 (학생이)유입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행복학교로 선정해서 실제로 학생 수도 백 명을 넘겼는데 장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할지라도 너무 급박하게 추진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상태 의원(새누리당, 달서4선거구)도 “장기적으로 학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으로 미리 폐교한다는 건 너무 앞선 이야기”라며 “어제 의회 앞에서 플래카드 들고 있는 학부모님한테 들으니까 유가초는 86년 전통이 된다고 한다. 이런 식의 통폐합은 안 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기존에 있는 학교를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줄지 고민하는 게 공직자의 책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의원님들이 현장을 방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홍철 의원(새누리당, 달서2선거구)은 유가초 통폐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파악했다. 권 행정국장은 조홍철 의원이 “유가초를 지금 통폐합 안 하면 어떤 문제가 일어나느냐”고 묻자, 유가초 교명 승계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행정국장은 “3, 4년 후에 신설된 테크노4초와 통폐합할 때도 유가초라는 교명을 이어간다는 장담을 못 한다”며 “지금 통합하면 교명 승계까지 수월한데, 나중에 하면 교명이 승계될 지 자신이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 통폐합 문제를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보다 행정 편의적으로 접근했다는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유가초등학교 통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15일 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유가초등학교 통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15일 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교육청, 지금 아니면 교명 승계 어려워
윤석준 “교명 때문에 통폐합 논리는 궁색”

이에 윤석준 교육위원장은 “교명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다. 새로 설립하는 학교를 유가초로 하고, 지금 이곳은 유가 분교로 해도 될 문제”라며 “교명 때문에 통폐합한다는 논리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질타했다.

또 윤 위원장은 “대구에서 우동기 교육감이 자랑했던 행복학교를 이렇게 경제적 논리로 통합하면 행복학교 실패를 시인한 것”이라며 “행복학교에 재원이 얼마나 투입됐나? 그래서 폐교 위기까지 갔던 학교가 114명까지 늘었는데, 교육청의 통합 논리가 억지춘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구성원들, 특히 학생들의 입장”이라며 “행복학교로 지정되서 학생들이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행복하지 않게 통폐합시키면 교육청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교육위 회의를 방청한 김수옥 학부모 모임 대표는 “교육위원들이 통폐합 문제에 대해서 교육청에 신중하라고 주문하는 모습을 보니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든든하더라”며 “교육청의 답변은 너무나도 논리도 부족하고, 답변하러 나온 사람들이 자료 준비도 전혀 안 되어 있고 궁색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저희는 7월 회의에서 교육청 조례안을 심사하지 말고, 교육청이 유가초 통폐합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