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초점] 복지 사각지대, 아이는 누가 죽였나 /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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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청년초점은 청년 예비언론인의 눈으로 본 우리 사회에 대한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재작년 5월, 엄마가 집을 나선 사이 집에 홀로 있던 생후 8개월의 영아가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아이 엄마는 비혼모 A 씨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성매매에 나섰던 차였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형을 선고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고, 가족을 포함한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 참작됐다. 재판부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돌보지 못한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도 양형 참작 사유로 설명했다. A 씨가 성매매를 선택한 과정과 아이의 죽음에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의 책임은 무엇일까?

재판 기록에는 A 씨 인지능력 평가가 증거로 채택됐다. 지인과 성매수남은 A 씨의 지적 장애를 의심했다. A 씨는 근무지에서 판단 능력 부족과 업무 수행 미숙을 자주 지적받았다. 아이를 맡길 데 없던 A 씨는 근로소득 없이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아동양육비 월 137만 원으로 생활했다. 월세는 물론 기저귀와 분윳값도 내기 어려운 처지였으며, 건강보험료와 공과금을 납부하지 못했다. 자신이 기저귀와 조제분유 지원, 주거 지원, 아이 돌봄 서비스 등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임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한국 복지 제도는 ‘신청주의’다. 하지만 복지의 주된 수혜자들은 복지 서비스에 접근이 어려운 이들이 많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서울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인지율은 50.1%에 그쳤다. 신청 절차가 어렵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필자 역시 서비스별 지원 기준과 지역별 차이 탓에, 해당 사건의 당사자가 어떤 제도를 신청할 수 있었는지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한국 사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단전, 단수 등의 정보를 활용해 위기 상황에 처해있을 확률이 높은 이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후 현장 방문을 통해 위기 상황인지 확인하고, 적절한 복지 서비스 신청을 권한다. 정부는 매년 위기 신호 수집 대상을 늘리고 있고, 이 점을 근거 삼아 복지 사각지대가 줄어드는 중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당시 A 씨는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위기 신호로 등록되어 있었음에도 파악되지 않았다. 또한 매년 사회적·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도움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원인은 무엇일까?

발굴 사례 수를 늘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운영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해 파악하는 위기가구는 늘어났지만, 그에 걸맞은 인력 보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복지공무원 1명이 담당해야 할 평균 조사 대상은 2018년 45.2명에서 2022년 95.3명으로 늘어났다. 공무원들은 정상적인 현장 방문 업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고, 다른 업무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현장 방문 업무는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결국 위기가구 발굴은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2023년 한국사회보장연구원이 발표한 ‘복지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 대상자 실태분석을 통한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1년 사각지대 대상자에 대한 공적지원율은 17%에 그쳤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를 단순화해 복지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여야 하며, 복지 예산과 운영 예산 모두 증액해야 한다. 하지만 복지 제도의 도움이 절실한 이들은 정치적 힘이 부족하기에 이러한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 필자는 여기에 시민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존재하는 복지 서비스도 받지 못해 누군가 죽어가는 현 상황을 정책 실패라고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복지를 위한 공적 자금 투입을 사회적 비용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닌 삶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로 받아들이고 동의해 주어야 한다. 시민의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가장 취약한 이들의 비극을 다시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또다시 연민과 선처 정도에 그칠 것이다.

이윤호
yn604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