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요구···민주노총, “정치 거래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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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정부가 국회에 적용 유예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처벌하는 법으로, 지난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선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경영계의 요구에 국민의 생명을 국가가 포기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현장의 영세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전날인 15일에는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벤처부가 함께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해달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서든 포스트’에 의뢰해 지난달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3%는 예정대로 중대재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영위기를 고려하여 적용유예를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에 비해 2.6배나 높은 결과였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정부·여당의 중대재해법 개정안은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했다.

▲16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6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미만 적용유예는 살인행위,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미만 즉각적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적용 유예를 입에 올리는 것은 노동자의 인명을 경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정부의 공식사과 및 고의적 해태 시 관계자 문책, 2년 유예에 따른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2년 이후 모든 기업에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확실한 약속’을 내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누가 당신들에게 국민의 생명을 거래대상으로 삼을 권한을 허락하였는가.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사업장 즉각 적용은 정치적 거래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며 “전제조건을 내걸며 적용유예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은 국민여론에 철저히 부합하지 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국민의힘은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이달 25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내용에 대해 더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