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급식실 조리사 업무 변경, 노조 “인력 충원 회피 꼼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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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이 올해 조리사 업무 범위를 확대하자 노조가 조리실무원 충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이번에 추가된 조리사 업무가 조리실무원 업무와 겹쳐, 조리사에게 조리실무원 업무를 전가하고 인력충원을 피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반면 대구교육청은 관련 법에 따라 조리사 업무를 명시한 것이며, 업무분장에 대한 현장의 혼선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2일 공문을 통해 조리사의 업무 내용이 변경된 ‘2024학년도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2023년 학교급식 기본방향’에서는 조리사 업무로 ‘조리, 배식, 학교급식 설비·기구의 취급 및 관리, 청소·소독관리, 행정 등의 업무’라고 규정했지만, 2024년도에는 ‘조리, 배식, 구매 식품의 검수 지원, 조리실의 청소, 소독 등 위생 실무, 급식시설‧설비 및 기구의 세척, 소독 안전 실무, 학교급식 설비·기구의 취급 및 관리, 청소‧소독 관리, 행정 등의 업무’로 표기했다.

업무 내용에 추가된 ‘구매 식품의 검수 지원, 조리실의 청소, 소독 등 위생 실무, 급식시설·설비 및 기구의 세척, 소독 안전 실무’는 조리실무원의 업무와 겹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학비노조 대구지부)는 “몇 해 전부터 이슈가 된 조리실무원의 폐암, 근골격계 질환 등 산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인력 충원이 꼽힌다. 조리사의 업무를 추가한 건 이를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대구교육청이 조리실무원 수에 조리사 수까지 더해 조리종사원 1인당 급식인원을 산정하면서 인력 부족 상황을 가리려 한다고도 지적했다. 대구교육청은 대구 전체 급식인원을 조리실무원 인원과 조리사 인원 합으로 나눠 ‘조리종사원 1인당 급식인원’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조리사에게 행정업무, 관리업무 등 고유업무가 있어 조리실무원과 동일한 업무를 하지 않아, 1인당 급식인원 산정시 조리사를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교육청 산정 방식에 따르면 조리종사자(조리사+조리실무원) 1인당 급식인원은 97명이지만, 노조는 조리실무원 1인당 급식인원이 145명이라고 분석한다. 이를 근거로 노조는 조리실무원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학비노조 대구지부는 13일 오전 대구교육청 앞에서 ‘일방적 업무강요 중단, 급식실 조리실무원 배치 확대, 폐암‧골병드는 급식실 방치하는 대구교육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학비노조 대구지부)

학비노조 대구지부는 13일 오전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 기본방향 조리사 업무변경 폐기 ▲조리사·조리실무원 방학 중 근무일수 확대로 안전급식 보장 ▲조리사 고유업무 보장 ▲급식실 조리실무원 충원 등을 대구교육청에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급식실 조리실무원을 충원해서 산재 발생률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에 인력 충원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쓰는 대구교육청의 행태가 어이없다. 대구교육청 소속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게 사용자의 책무”라고 비판했다.

김용하 학비노조 대구지부 조리사분과장은 “교육청은 학교 현장 의견을 반영했다는데, 어떻게 반영한 건지 공개해야 한다”며 “그동안 조리실무원 인력을 더 투입해달라고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이 낸 의견은 왜 반영하지 않고 묵살했나. 조리사의 의견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업무분장을 한 대구교육청을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오늘 오전 설명자료를 통해 “‘조리종사자 1인당 급식인원’은 교육부 및 전국 시도교육청이 동일하게 참고자료로 쓰는 통계지표”라며 “일부 학교 현장에서 조리사 업무분장에 대한 혼선이 있어 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식품위생법과 학교급식법의 조리사 업무를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리종사자의 근무환경 개선 및 업무경감을 위해 매년 급식시설 현대화사업 및 환기시설 개선사업, 노후 급식기구 교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기식․자동화 급식기구를 확대 설치하는 등 학생 수가 급감인 상황임에도 학교별 여건에 맞는 다양한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