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스를 만나다] 밭의 일상, 농부의 삶도 들여봐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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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이 독자와 나눈 대화를 전합니다. 뉴스민 기자들이 후원회원인 뉴민스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뉴스민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뉴민스와 독자님은 여기로 신청 부탁드립니다.

“연락이 늦었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바쁘고,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바쁘네요. 복숭아나무는 4월 초에 꽃이 피며 생육기가 시작돼요. 거기에 맞춰서 필요한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지금은 꽃이 지고, 꽃받침도 떨어지는 시기라서 결실 여부를 살피며 결실량을 조절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요. 나무마다의 생장 리듬에 맞춰서 일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갑니다.”

3일 토요일 저녁 8시 50분, 하루를 마치고 책상 앞에 앉은 황성현 후원회원과 전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일하는 농부는 기자의 휴일을 뺏은 것에 미안함부터 전했다. 황 씨는 20년째 경북 청도에서 유기농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밭의 일상, 농부의 삶에서 <뉴스민>이 취재해 줬으면 하는 아이템이 떠오르면 곧바로 연락을 남기는, 고마운 후원회원이기도 하다.

농사일을 경험해 본 적 없는 기자가 ‘이맘때 복숭아밭에선 어떤 일을 하냐’ 묻자 ‘사람이 다 다르듯, 나무도 다 달라서 그에 맞는 일을 해줘야 한다’라는,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매일 잎과 가지, 열매를 가까이 대하면 머리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요. 사람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성격 급한 이, 마음 느긋한 사람이 있듯 나무도 그래요. 또한 같은 봄이라도 해마다 온도, 바람이 다르고 어제, 오늘의 구름이 다릅니다. 농사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나무는 스스로 살아가는, 자연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거든요. 나무의 변화를 보면서 하늘의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필요한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하고 모르는 것이 많아서 복숭아나무의 마음을 알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복숭아묘목을 심어 새로 조성하는 밭을 둘러 보고 있는 모습. 황 농부의 아들이 찍은 사진이다. (사진=황성현)

황 농부가 <뉴스민>에 후원을 시작한 건 우리 지역에도 이런 언론사가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큰 기업이나 지자체 광고가 아닌 시민 후원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비판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은 금액이지만 후원을 이어가고, 세상에 알리고 싶은 기사는 한 번씩 SNS로 공유도 한다.

“오늘 밭에서 일하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기억에 남는 기사가 뭘까. 먼저 급식노동자 관련 기사들이 떠올랐어요. 귀하지 않은 노동자의 손길이 없다지만 농부의 손길만큼 귀한 게 밥하는 급식노동자의 손이라 생각하거든요.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밥을 하면서 본인들은 죽어가고 있구나. <뉴스민>에서 몇 년간 꾸준히 보도 하니 저도 계속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직접 체험한 기사부터 최근 파업 기사까지 노동자의 싸움을 알리는 기사를 보면서 ‘꾸준하게, 매일 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도 생각났고요. 1년에 10편씩 10년만 내봐요. 이게 하나의 물결이 되지 않을까요”

황 농부는 기자들마다의 보도를 꿰고 있었다. 지난해 박중엽 기자가 쓴 ‘이주민 강제단속을 피하려다 사고를 낸 동료 시민의 이야기를 전한 기사’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전했다. “최근 가석방 이후 집회에 참석하신 부분까지 보도해 줘서 고마웠어요. 내용 자체도 좋았지만 그 이후를 잊지 않고 짚어줘서 참 좋더라고요. 그게 지역언론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3월 장은미 기자가 쓴 안동시의 나무심기 행사에 대한 비판 기사도 언급했다. “벌목은 사람이 아닌 나무와 관련한 일이니, 전국 뉴스를 만드는 언론사 기준에선 별거 아닌 이슈일 수 있죠. 하지만 기사를 읽는 시민들은 ‘벌목에 이런 부작용이 있네’, ‘작은 소도시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가 있네’, ‘그걸 보도하는 언론사가 있네’ 등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돼요.”

황 농부는 덧붙였다. “모든 기사가 그럴 순 없겠지만 대부분 <뉴스민> 기사는 건조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감정 과잉이 느껴지지도 않고요. 그 경계에서 절충점을 잘 찾는 것 같아요. 여백 없이 꽉 채운 기사를 읽으면 재미가 없고, 사실관계만 육하원칙에 따라 쓰인 기사를 읽으면 허전해요.”

과분한 칭찬을 받고선 곧바로 ‘아쉬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잘은 모르지만 기자 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큰 언론사처럼 부서가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닐 거고, 몇 명이 여러 일을 해야 할 텐데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닌지….” 한참을 빼다가 기자가 조르자 황 농부가 조심스럽게 몇 가지 이야기를 더했다.

“<뉴스민>에서 ‘민’은 소외받는 민중, 보통의 인민이라는 뜻인 걸로 알아요. 우리 사회의 힘 없는 보통 사람들, 노동자를 대변하는 언론이라고 저는 해석하는데요. 대구에서 노동 이슈가 중요하듯, 경북은 농업 이슈가 중요하거든요. 산업 중 농업 비중이 적지 않으니까요. 그 부분에 대한 보도가 아쉬워요. 농업 정책, 행정, 농촌의 일상과 농촌 학교 교육 등에 대해 질문과 비판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요. 사실 농업, 농촌에 대해 기자님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잘 모르죠. 저도 직접 농사를 짓기 전에는 잘 몰랐어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시지만, 천천히 시간을 갖고 경북의 농업에 대해서도 다뤄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