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탐지견까지···삼엄한 경계 속 이재명의 대구 유세, “‘재명이가 남이가’”

유세는 ‘전향’이 테마?
한 달 된 민주당 당원 윤종명, “국민의힘 응징해야”
시당위원장보다 먼저 호명된 이인기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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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경계 속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대구 유세가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테러 위협이 커졌다는 우려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고, 우려는 폭발물 탐지견, 빡빡한 경호, 삼엄한 경계를 통해 대구에서도 드러났다. 이 후보는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광장에 마련된 무대 뒤편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뒤 약 20미터 정도를 도보로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무대에 올라 “‘재명이도 남이가’ 한 번 해주시라”고 지지를 당부했다.

13일 오후 1시 30분부터로 예정된 이재명 후보의 대구 유세는 약 한 시간 전부터 혹시 모를 ‘테러’를 대비하는 태세로 준비됐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 때도 같은 장소에서 유세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무대 앞까지 취재진이나 지지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날은 진즉부터 무대 주변으로 통제선을 치고 접근을 차단했다.

▲폭발물 탐지견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유세 무대를 점검하고 있다.

12시 50분께에는 폭발물 탐지견이 등장해 무대와 차량 등을 점검했고, 무대 좌측 건물 옥상과 후방 건물 옥상 등에도 경찰이 올라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했다. 후보가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자 경호원은 무대와 10미터 가량 떨어져 자리 잡은 기자들에게도 다가와 기자증 패용 여부를 확인하고, 기자증을 패용하지 않은 기자의 신원 파악을 당직자들에게 요구했다. 오후 2시께 이 후보는 십수 명의 경호진과 함께 등장해 지지자들과 잠시 인사를 나눈 후 무대에 올랐다.

유세는 ‘전향’이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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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당위원장보다 먼저 호명된 이인기

유세는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대구의 ‘전향’을 테마로 삼은 듯이 진행됐다. 무대 진행자는 허소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이나 홍의락 전 국회의원보다 앞서 이인기 전 의원을 불러올렸다. 경북 고령·성주·칠곡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무소속, 새누리당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고, 중앙선거대책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진행을 맡은 안귀령 대변인은 이 전 의원을 ‘통합의 상징’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진 지지 연설에는 신한국당 시절부터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하다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된 지 한 달이 됐다는 윤종명(65) 씨가 무대에 올라 “국민의힘을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용기 내어 여러분 앞에 선 건 우리 자식들에게, 손주들에게 진짜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겠다는 신념 때문”이라며 “자기들 사리 사욕을 위해 있는 이들을 응징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대구 시민을 얕잡아 보는 국민의힘 놈들을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통장협의회장을 지낸 그는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대구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 41명 중 한 명이다.

▲이재명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후보도 이젠 대구시민들이 국민의힘을 바로 보고 평가하고, 일하는 정치인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 후보는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의 말을 빌려 “대구하고 광주의 차이, 영남과 호남의 차이가 뭐냐, 호남은 정치가 마음에 안 들면 그들을 버리고 다른 선택을 한다”며 “대구와 영남은 정치가 결정하면 아무 소리 없이 따르더라. 그게 결정적 차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호남은 민주당의 본거지이지만, 우리는, 저는 호남을 진짜 두려워한다. 실제로 민주당이 민주당답지 못하면 버림을 받기도 한다. 이번에도 담양군수 보궐선거에서 제가 쫓아가서 부탁까지 했지만 졌다”며 “혼을 낸 거다. 민주당 정신 차리라고. 저번엔 한 명인가 빼고 총선에서 전원 몰살 한 일도 있다. 그런데 대구경북, 영남은 그렇지 않더라. 공천하면 100% 찍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게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온다. 정치인은 그 자리가 너무 좋다. 저도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며 “월급 주고, 비서 있고, 차도 나온다. 사무실도 번듯하고 대접도 해준다. 가끔 늦잠자도 되고, 결석해도 월급이 나온다. 나쁜 짓 하기도 너무 좋다. 뇌물 받기도 좋고, 누구 봐주기도 좋고, 편 먹고 놀기도 좋다. 그거 안하는 사람들 오히려 왕따 된다. 정치인은 자기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는 게 최고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천만 하면 100% 당선되면 그 정치인이 어떤 선택을 하겠나. 공천만 받으면 되니까 공천 받으러 다니는 게 일이다. 공천 받는데 모든 신경이 가 있지, 동네 사람들이 욕을 하든 말든, 동네가 망하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동네 살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수도권이 왜 지역보다 잘 되느냐,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는 정치적 경쟁이 벌어진다는 게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 “수도권은 누가 뭘 좀 잘못하거나 동네 인심을 잃으면 떨어진다. 국회의원들 떨어질까 임기 내내 노심초사 한다. 우원식 의원은 국회의장하면서도 주말마다 텐트치고 길에서 민원 상담을 하고 서영교 의원은 요즘도 모임에 가서 춤을 춘다”며 “이 동네 국회의원이 그렇게 하는 거 봤나?”라고 했다.

이 후보는 “맹목적으로 파란색이니까, 빨간색이니까 찍어주면 대상으로 보지 주인으로 높이 보지 않는다”며 “좀 바꿔서 쓰시라, 신상도 써보시라. 써보고 안 되면 또 바꾸면 된다. 그게 국가와 사회가 제자리를 찾고 제대로 발전하는 길이다. 그게 정치가 정상이 되는 길이다. 무슨 전생에 연이 있다고 죽으나 사나, 오로지 한 길로, 오로지 한 색으로, 왜 그래야 하는거냐”고 되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번엔 ‘재명이가 남이가’ 한 번 해주시라고 호소했다.

그는 “왜 여기에선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재명이는 안동 출신인데 왜 ‘우리가 남이가?’, ‘재명이가 남이가?’ 소리를 안해주는 건가. 앞으로는 ‘재명이가 남이가?’도 한 번 해주시라. 제가 일하는 건 자신 있다”며 “정치도 이런 집단, 저런 집단 있고, 파란색이 힘 쓰다가, 빨간색이 힘 쓰다가 하는거다. 여러분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 여러분을 위해 일하는 정치 집단을 선택해라. 색깔이 무슨 상관인가,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고, 박정희 정책이면 또 어떤가, 국민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고 그래서 ‘이재명 잘한다’ 소리 들으면 저한테도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후보는 “까만 고양이면 어떻고, 빨간 고양이면 어떻고, 노란 고양이면 어떤가. 쥐만 잘 잡으면 된다. 민주당 이재명이면 어떻고, 무소속 이재명이면 어떻고, 국민의힘 이재명이면 어떻나, 일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며 “여러분의 삶이 개선되고 나라의 미래가 나아지면 장땡 아닌가. 이젠 퇴행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않겠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