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여성학연구소 학술세미나 “왜 지금 여성학과가 더더욱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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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가 지역과 대학, 여성학을 고민하는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비수도권 유일의 여성학과인 계명대학교 여성학과 석사과정이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상황에서 ‘지역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는 것’의 의미를 되짚고 공공·정치·시민사회 등 각자의 현장에서 여성학 실천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15일 오후 3시 계명대학교 의양관에서 열린 ‘지역, 대학 그리고 여성학’ 학술세미나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50여 명의 연구자가 참석했다.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연구소장은 개회사에서 “여성학과가 35년의 역사를 써오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고가 있었다. 지역에서 여성학 석·박사를 선택하고 공부하는 것 자체가 일생일대의 결단”이라며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를 잘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갈 때”라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배은경 한국여성학회장도 “한국의 대학은 불행하게도 너무나 서울 중심적이다. 계명대학교 여성학과는 여성학과로서의 중요성도 있지만 한국의 대학과 지식생산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기관으로서 역할도 해왔다”며 “35년간 쌓아 온 역량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오후 3시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가 ‘지역, 대학 그리고 여성학’이라는 제목의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한국에서, 그리고 지역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는 것’에 대한 연구자, 시민단체 활동가, 공공기관 소속 정책연구자와 졸업생, 재학생이 고민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강연은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김 명예교수는 지난해 한국여성학회에서 김혜경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 ‘대학 여성학의 제도화 역사 다시 보기: 비서울지역의 경험에 주목하며’를 소개하며 “대구의 여성학과, 연구소, 교수진은 비서울 지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이런 장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다양한 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학회나 학과가 유지되기 위해선 학생들의 자치활동과 지식생산 활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혜경 선생은 호남에 비해 영남 지역에 페미니스트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고 언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열린 ‘지역에서 여성학 공부하기’ 토론에선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 송경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 성지혜 대구행복진흥원 정책연구실장, 최윤희견 대구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 행정관, 유경화 계명대 여성학과 석사과정 대표, 김태영 박사과정 대표가 발제를 맡았다.

    박사과정 재학생인 김태영 씨는 “평생을 대구에서 살아서 내 연구는 자연스레 ‘지역연구’라는 틀 속에서 구상됐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도시’라는 한 문장에 붙은 담론과 맥락을 살펴보는 게 골치 아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며 ‘과연 서울의 연구자들도 이런 고민을 할까’라는 의문을 가졌다”며 “이는 자연스레 여성학에도 이어졌다. 이론을 배우는 걸 넘어 질문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있다. 지역연구는 여성학적 인식론과 학문적 태도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성지혜 정책연구실장는 “정책 현장에서, 여성학이 질문을 만들어내고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이론 뿐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실천적 렌즈였음을 자주 느낀다”며 여성학과 정치, 정책의 관계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권김현영 소장은 언론에서 지역 여성운동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 받았던 경험을 풀어놓으며 “이때의 지역은 무엇인가. ‘서울과의 관계에서 탈중심성’이나 ‘서울중심적인 사고체계에서의 현지화’가 아닌 방식으로 얘기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소장은 “SNS 중심의 대중담론에서 페미니즘 지식이 탈맥락적으로 사용되거나, 파편화되는 경향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라며 “비서울에서는 특히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오프라인 중심 여성단체와 온라인 활동 중심의 새로운 세대의 페미니스트 간의 지식, 경험, 실천의 차이가 도드라지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계명대 여성학과 등에서 만들어지는 여성학 학문공동체가 중요하다. 세대 간 긴장이 약화되고 서로의 지식, 경험, 실천을 나눌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