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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광장 : TK리부트] ⑦ 내란을 넘어 대전환으로 : 어떤 민주공화국인가
[광장 : TK리부트] ⑧ 뉴스민이 만난 대구·경북 광장 시민들
대학시절 무렵부터 교회의 ‘가부장적’ 모습에 거리를 두게 된 이은진(33) 씨는 사실 모태신앙이었다. 교회에 실망감을 느낀 자신과 달리 가족들은 아직 교회에 다니고 있다. 지난 4개월 간의 윤석열 탄핵 정국을 지나오며 심각하게 여긴 사회의 한 단면은 바로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 였다. 가끔 어머니 핸드폰을 보면 교회 사람들이 모인 일부 카톡방에 가짜뉴스나 극우적인 메시지를 담은 정치 이야기들이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특히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 바로 목사였다. 종교에 대한 실망감이 더해 갔다.
은진 씨는 “동대구역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교회가 중심이 된 큰 집회가 열리지 않았나. 그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교회 단톡방도 있더라”며 “인자한 분이라고 생각했던 어떤 신도 분은 빨간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기도 하셨더라. 예전에는 교회가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시국이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교회 등 종교의 문제가 정치와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개인적 경험과 맞물려 ‘12.3 윤석열 내란’ 이후 탄핵 선고가 나기까지 절실하게 체감했다. 은진 씨는 “현대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제정일치’를 눈으로 보고, 느낄 줄은 몰랐다”며 “한국교회를 비롯한 유사종교들이 신도가 신도가 아니라, 표로 환산되는 유권자로 이용하는 것 같다. 세뇌하고, 선동해서 이용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뉴스에서 거대교회를 중심으로 보수정치와 유착한 모습을 확인할 때도 모든 교회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은진 씨는 “정도의 차이이지, 상당수 교회들이 많이 보수정치화 된 모습이 있는 것 같다”며 “종교 그 자체나 교리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일종의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동체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건강한 공동체가 사회에 필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다”고 했다.
내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은진 씨는 근무시간 단축, 언론규제 등과 함께 ‘건강한 공동체’를 언급했다. 사람들과 교류하는 공간이 필요해 교회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느껴서다. 은진 씨는 “개인적 친분이 생기면 정보를 여과없이 듣는 경향이 있고, 그런 것들이 합쳐져서 가짜뉴스를 믿는다거나, 쉽게 퍼지거나, 정치적으로 비슷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업을 가지고,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서 친구를 사귀기는 더 어렵고,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예전에 어디서 들었는데 태극기부대에 나가는 할아버지나 극우집회 나가는 아저씨들이 거기 나가면 단체활동을 하고 소속감도 들고, 뭔가 사회활동을 한다는 기분때문에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나간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 부연했다.
주 4일제가 실현됐으면 하는 바람도 뉴스나 정치에 관심을 가질 생활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근무시간을 줄여야 사람들에게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진 씨는 “(장시간 근무와 출퇴근 시간 등으로) 아침 8시에 집에 나가서, 밤 9시에 돌아오고 하면 사람들이 뉴스를 보거나, 정치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지않나”라며 “뉴스도 보고 취미 생활도 가지고, 건강한 공동체를 가질 시간도 가지는 삶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극우세력을 묶는 가짜뉴스를 떠올리며, 제대로 정보를 전하는 미디어의 중요성도 짚었다. 극단화된 언론 지형으로 여론 왜곡이 심각하다고 느낀다. 은진 씨는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버가 합쳐져서 여론을 만드는 힘이 매우 크다”며 “미디어 제재도 필요하겠지만,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와 이야기를 수용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강한 토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