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학관, 장정일 작가 특강 ‘자기로부터 글쓰기’

장정일 작가 20년 만에 대구 독자들 만나
소외된 곳을 볼 수 있는 시인의 눈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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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대구문학관은 ‘작가콜로퀴엄 인문예술과학특강 : 2025 문학, 질문들’ 일곱 번째 순서로 장정일 작가의 ‘자기로부터 시쓰기’ 강연을 열었다.

▲대구문학관 4층 대강연장을 채운 110여 명의 관객에게 장정일 작가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정용태 기자)

오후 3시, 그의 20년 지기인 노태맹을 비롯해 정동수, 사윤수, 김완준 시인 등 대구지역 문인과 독자 110여 명을 마주한 장정일 작가는 대구 성서중학교를 다녔던 청소년 시절 자신의 삶과 그러했던 자신의 전기적 사실과 맞닿은 그의 시 ‘지하인간’을 소개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내 이름은 스물 두 살 /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 무덤이 둥근 것은 /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 /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 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 / 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 말없는 찬사이므로”_장정일 ‘지하인간’ 전문

다만 그는 생각했던 청중의 10배가 넘는 객석을 이유로 사적일 수 있는 앞선 주제 ‘자기로부터 시쓰기’ 대신 자기에게 영향을 끼친 두 시인, 다산 정약용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편을 주제로 삼아 강연을 펼쳤는데, 블레이크를 보게 된 것은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의 평에 기인했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김종철 선생이 말한 블레이크의 상상력은  기존, 주류, 전통적인 것이 아닌 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 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하며 ‘애절양'(스스로 거세한 사내를 슬퍼함), ‘천리마’, ‘해녀’(이상 정약용)와 ‘호랑이’, ‘굴뚝 청소부’(이상 윌리엄 블레이크) 등의 시편을 들며 당대 인류가 눈길을 두지 못 했던 곳까지 미친 두 시인의 눈길에 주목했다.

그는 또 청중에게 “과연 시인이 우주의 한 모퉁이일까?”, “시인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며 그에 대해 결코 특별하지 않은 시인의 사회적 지위와 바보라야 오히려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는 답으로 강연을 마쳤다.

6월 26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수 3시에 열리는 ‘작가콜로퀴엄 인문예술과학특강 : 2025 문학, 질문들’의 남은 강연은 배익천(동화작가)의 ‘동화, 그 아름다운 이름의 독자들’, 정화진(시인)의 ‘심연과 내적 분열의 시간들’, 안상학(시인)의 ‘사랑과 슬픔, 그리고 희망의 시’, 류인서(시인)의 ‘시작하는 것에 도착하다’, 신형철(문학평론가)의 ‘문학과 애도: 안티고네에서 한강까지’가 있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