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TK리부트] ②-7. 제갈민정, “인권적으로 건강한 사회였다면 윤석열 혐오 정치 못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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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광장 : TK리부트] ⑦ 내란을 넘어 대전환으로 : 어떤 민주공화국인가
[광장 : TK리부트] ⑧ 뉴스민이 만난 대구·경북 광장 시민들

윤석열 12.3 내란을 겪고 우리 사회를 되돌아본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시금 인식한 점으로 ‘양극화’를 꼽는다. 이들은 양극화를 증상으로도, 또 어떤 문제의 원인으로도 지적한다. 즉, 악순환의 고리로 여기는 셈이다.

제갈민정(33) 씨는 내란의 원인을 ‘양극화’에서 찾는다. 양극화는 원인이기도 하고 증상이기도 하다. 민정 씨는 특히 복지의 부재로 양극화가 이뤄졌고, 양극화된 사회가 내란의 원인으로도 기능했다고 여긴다. 그리고 이 양극화 문제는 다시 여러 다른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또는 새로운 문제를 파생한다. 특히, 민정 씨는 윤석열 파면을 외친 민주주의의 광장에서도 양극화에 뿌리를 둔 극단주의가 소수자 배제로도 이어졌다고 여긴다.

“윤석열은 혐오 정치를 보였고, 그러면서 약자가 점점 배제됐고요. 복지의 결핍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이 사회적 활동을 할 공간도 줄었어요. 양극화로 이어지죠. 그게 다시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도 번지고요, 결국 내란 사태로 이어졌어요. 복지의 결핍은 중요한 문제예요. 이번 사태에서 극우화 문제를 확인했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이 내 이웃이더라고요. 가끔 얘기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분들이 집회 참석을 일종의 복지로 생각하더라고요. 그분들이 ‘나를 위하는 사람이 없다’는 감정 상태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 광장으로 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갈민정, “우리 사회가 좀 더 인권적으로 건강한 사회였다면 윤석열이 이런 식으로 혐오 정치를 들고나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민정 씨는 복지의 결핍이라는 키워드로 대구·경북의 지역사회 문제도 바라본다. 특히, 홍준표 전 시장 재임 기간 복지 정책의 축소로 인한 폐해를 몸소 겪기도 했고, 주변인들이 더욱 고립되는 상황도 확인하면서 지방 정치의 중요성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양극화 경향은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 윤석열 파면을 외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양극화의 모습을 확인한 점을 민정 씨는 아쉽게 생각한다.

“트위터(현 X)를 보면서 다른 지역 정보를 접했거든요. 그런데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의견도 보이고, 노동권과 관련한 문제라든지 다른 목소리들에 대해서 ‘지금 급한 거 아니잖아’라는 식의 의견을 많이 봤어요. 광장에 나온 사람들은 다 함께 가자고 하는 건데. 기다리라는 의견을 많이 확인했어요. 내가 가본 광장과 온라인 광장이 다른가 하고 의심하기도 했고요. 저러한 의견을 가진 분들과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화합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어요.”

민정 씨는 양극화의 문제, 그리고 내란 사태를 진정으로 극복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우선순위에 차등을 주지 않는 사회 전반적인 위치에서 권리의 향상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차별금지법을 빨리 제정해야 하는데, 또 여기에 오히려 일부 여성이 트렌스젠더를 문제 삼는 식으로 나오기도 하죠. 양극화 문제에서는 서로를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도 필요해요. 정부 정책도 중요하죠. 약자를 보호하고,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박근혜 때는 탄핵만 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잖아요. 다음 정권에서는 제발 우선순위를 매기지 않고, 절박한 문제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으면 해요. 우리 사회가 좀 더 인권적으로 건강한 사회였다면 윤석열이 이런 식으로 혐오 정치를 들고나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양극화를 넘어서서,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로 이어지기 위해, 민정 씨는 일상의 광장에서 목소리 내기를 이어가겠다고 생각한다.

“광장은 항상 열려 있어요. 이번에 다양한 분들을 만났는데요. 이분들이 겪는 억압과 고통을 알아버렸고, 그래서 연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제 손을 잡아줬던 경험에서 그저 그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는 걸 알았거든요. 거창하지 않아도, 조그마하게라도 함께 하려고 해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