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TK리부트] ⑥-4. 이채은, “다양한 삶 대표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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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광장 : TK리부트] ⑦ 내란을 넘어 대전환으로 : 어떤 민주공화국인가
[광장 : TK리부트] ⑧ 뉴스민이 만난 대구·경북 광장 시민들

지금의 한국 정치는 다양한 삶을 대표하지 못한다. 사회학과 대학생 이채은(25) 씨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여기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을 위해, 우리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도구로 정치가 작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87년 체제 이후의 한계가 드러났어요.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는 이뤄졌지만, 일상 속까지 민주주의의 뿌리가 내려지진 못했던 거죠. 우린 다양한 정체성이나 상황에 놓여 있는 데 정치인들은 그걸 대표하지 못해요. 한편으론 민주주의가 만들어지기까지 평범한 학생, 노동자, 민중 등 이름 없는 시민들의 투쟁이 있었잖죠. 그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이 없었고 투쟁 대상이던 고위 관료나 정치인에 대한 처벌이 없었고요. 내란 사태도 그래서 발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채은,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87년 체제 이후의 한계가 드러났어요.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는 이뤄졌지만, 일상 속까지 민주주의의 뿌리가 내려지진 못했던 거죠. 우린 다양한 정체성이나 상황에 놓여 있는 데 정치인들은 그걸 대표하지 못해요.”

채은 씨는 대구가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것에도 이런 과거의 교훈을 제대로 짚지 않았기 때문이라 본다. 과거사를 청산한다는 건 단순히 죄를 벌하는 걸 넘어 역사 속 다양한 사건을 인식하고 성찰하는 걸 포함한다. 10월 항쟁, 2.28 민주화 운동 등 대구에서도 반독재 투쟁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기억하려는 활동은 적다. 단절된 역사의 결과물로 정치적 양극화, 극우적 사고와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채은 씨의 분석이다.

내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채은 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과거를 기억하는 ‘민주시민 교육’이다. “얼마 전 학교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선고 생방송을 시청하는 걸 두고 말이 많았잖아요. 학생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에서 내란을 일으킨 자가 책임을 지는 순간을 볼 수 있게 해야 해요. 단순히 하루 시청이 아닌, 일상 속 정규 교육으로 이뤄져야죠. 민주시민, 민주주의 사회, 민주공화국이라 말하지만 일상 속에서 규칙이나 규범, 지역의 제도를 스스로 바꿔내는 경험은 잘하지 못해요. 제도권 교육에서 이런 민주시민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 시민의 다양한 삶을 대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수많은 정치인이 수도권에 살며 학벌이 좋고, 평범한 사람은 상상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잖아요. 그들이 지방에서 자영업을 하거나 공장에 근무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리를 대변할 수 있나요. 다양한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정치 구조가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