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TK리부트] ③-4. 박혜인, “‘빨갱이’라는 말 없어져야···진보적 토론 할 수 있길”

08:00
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주] <뉴스민>은 12.3 내란 이후 매주 대구와 경북 곳곳의 광장에 선 시민 41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란의 원인과 그로 인해 악화된 문제는 무엇이며, 대구·경북이 그것에 더 기여한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뿐만 아니라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완수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광장의 힘으로 우리는 대구·경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TK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광장 : TK리부트] ① 박정희를 청산해야, ‘윤석열 내란’도 청산할 수 있다
[광장 : TK리부트] ②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만든 사회
[광장 : TK리부트] ③ 내란으로 핀 혐오의 꽃
[광장 : TK리부트] ④ 내란 청산이 제1과제
[광장 : TK리부트] ⑤ 내란이 들춘 언론의 민낯
[광장 : TK리부트] ⑥ 양당체제가 키운 내란의 씨앗
[광장 : TK리부트] ⑦ 내란을 넘어 대전환으로 : 어떤 민주공화국인가
[광장 : TK리부트] ⑧ 뉴스민이 만난 대구·경북 광장 시민들

박혜인(32) 씨는 내란 사태를 권력을 둘러싼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의했다. 또한 TK콘크리트로 불리는 대구·경북의 보수정당 지지도 내란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내란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빨갱이’로 상징되는 진보적 사회 의제가 공론장에서 자유롭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Q. 내란 사태가 발생한 원인 3가지를 꼽고,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 민주주의 취지와 달리 선거로 뽑은 정치인들을 왕처럼 여긴 착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왕이 아니라 우리를 대신해 일을 할 사람들 아닌가. 투표로 뽑힌 정치인도 자신을 마치 왕의 권력으로 생각하고,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휘두른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권력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실행한 것이 내란 사태의 원인이다.

Q. 내란 사태에서 대구·경북 지역사회가 유독 크게 기여한 게 있다면요?

– 나라가 망해도 무조건 국민의 힘을 뽑아준다는 이른바 콘크리트층이 굉장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도 내란의 한 원인이다. 비상계엄 같은 악독한 일을 저질러도 자기들을 뽑아줄 사람이 있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대구에서 콘크리트 층이 되게 강하다 보니 국민의힘 해체 요구가 힘을 잃는 것 같다.

▲ 박혜인, “정치가 너무 혐오를 기반으로 굴러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대구에서 계속 살면서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배척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지난 넉달 간 내란 사태를 지나오며 목도한, 혹은 강화된 우리 사회 문제 3가지를 꼽고,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 정치가 너무 혐오를 기반으로 굴러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대구에서 계속 살면서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배척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집회에 참석하면서도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이 시비를 거는 모습도 많이 봤다. 저도 시국대회 끝나고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손에 들고 있는 피켓을 보고 어떤 중년 남성이 시비를 걸었던 적이 있다. 대뜸 시위 하고 이러는 게 정상이냐고 비난을 쏟아내더라. 혼자 있어서 좀 무섭긴 했다.

Q. 내란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과제 3가지,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 진보적인 대안을 말하는 사람들을 너무 배척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빨갱이 같은 말도 사라져야 한다. 다양한 정치적인 대안들을 논의하는 사회가 필요하다. 나와 다른 의견이라도 경청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나와 다른 사람들 예를 들면 성소수자라나 장애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서울에서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도 갈등이 많지않나. 노동시간도 줄어야 한다. 원래 남편이 60시간 정도 일하다가 52시간으로 줄었는데,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시간 노동으로 국가가 경쟁력을 갖춘다고 해도 노동자들은 행복할까. 최근에는 주 4일제 이야기도 나온다. 4일제 이야기가 나와도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들도 여전히 있을 것 같다. 노동 사각지대도 더 줄여나가야 한다. 대구에서도 최저임금이나 노동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 이런 사회적 변화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