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콘서트 취소’, 의견 수렴 위원회···티타임이 회의로 둔갑?

낭만축제위원회, '이승환 콘서트 취소 결정' 회의 기록·지출 없어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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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시장 김장호)의 ‘가수 이승환 콘서트 취소’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미시장은 콘서트 취소 결정을 독단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민간전문가·대학교수의 자문을 듣고 또 위원회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회의 개최에 따른 공식적 기록이나 지출 없는 비공식적인 자리였고, 회의 참석자들 역시 회의라는 인식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24일 뉴스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이승환 콘서트 취소 과정에서 의견수렴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콘서트 취소로 피해를 입은 송수지 씨가 받은 구미시 정보공개청구 자료에서 확인되는 콘서트 취소 상황은 이렇다. 12월 10일 구미시는 이승환 씨 측에 콘서트 허가조건 숙지 내용 강조 공문을 보냈고, 19일 해당 사안에 대한 관계자 회의, 20일 낭만축제위원회 임시회의를 개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회의에 대한 결과 보고서와 개최 결과서가 각각 있다고 했다.

20일, 구미시는 ‘관람객 안전확보,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 제출’을 담은 ‘대공연장 공연 관련 요청 공문’을 이승환 측에 발송했다. 이승환 씨 측이 이후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서약서 제출 마감일은 22일 오후 2시까지였다. 이 씨 측이 22일 오후 2시까지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자, 23일 오전 9시 구미시는 공연기획사 (주)하늘이엔티에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관 취소 공문을 발송했고, 11시 김장호 구미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송수지 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구미시로부터 받은 답변서 일부. 가수 이승환 구미 콘서트 취소 상황에 대해 시간대별로 정리가 되어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당시 “시민들과 관객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구미시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지역의 민간전문가, 대학교수의 자문을 들었고, 또한 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개인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적절한 숙의 절차를 거쳤다는 해명이지만, 자문이나 위원회 의견 수렴 절차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문회의든 위원회든, 일정한 절차와 양식에 따라 진행됐다는 근거 자료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서다. 구미시는 관련 자료 공개 요청을 소송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 기대 비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미시는 비공개를 계속하고 있지만, 구미시의 정당성을 확인하려는 시민들과 언론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사실상 구미시가 적절한 절차나 양식을 지켜 의견 수렴을 한 건 없을 가능성이 크게 제기된다. 김 시장이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힌 ‘위원회’는 구미시의 낭만문화축제위원회다. 구미시가 일부 공개한 정보공개 답변서를 보면 이 위원회는 최근 20년 동안 총 4차례 개최됐다. 이중 3차례, 2022년 9월과 12월, 2024년 7월에 열린 회의는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된다.

하지만 4건 중 1건은 회의 개최 일시 뿐 아니라 참석자, 안건 등을 비공개하고 있다. 소송 진행이 비공개 이유다. 관련 정보는 구미시가 통상적으로 각종 위원회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없고, 담당부서인 낭만관광과 지출 내역에서도 회의 개최 다과비나 수당 지출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

낭만관광과 관계자는 “지역현안과 관련해 일부 위원들만 모여서 12월에 자문회의를 한 번 개최했다. 긴급하게 ‘비공식’으로 이뤄졌다”며 “정식 회의가 아니라 일부 위원들만 모시고 의견 청취 정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수당이 지출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가 말하는 12월에 ‘비공식’적으로 열린 자문회의는 송 씨에게 정보 비공개 결정을 하면서 열렸다고 밝힌 12월 20일 위원회로 추정된다.

▲지난해 열린 낭만문화축제위원회 회의에서 김장호 시장(낭만문화축제위원장)이 발표를 듣고 있다,

하지만 뉴스민이 12월 20일 낭만문화축제위원회 개최 여부를 확인해보니, 구미시의 다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일부 위원들이 잠시 모여 차담을 한 것이 전부로 확인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A 위원은 “다른 일로 티타임 비슷하게 하다가 자연스럽게 (이승환 콘서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던 거지, 이 건으로 따로 소집하고 그랬던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해당 위원은 당시 회의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모인 인원이 10여 명이라고 밝히면서, “그냥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고, 특별히 안건을 올려 논의를 했던 것이 아니”라며 “바깥에 (콘서트 반대)현수막도 많이 걸려있으니까 이렇게 시끄러운데 꼭 (콘서트를) 해야되나 그 정도로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A 위원은 티타임에 김 시장은 없었고, 이후 이 건에 대해 따로 연락을 주고 받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A 위원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도 안 했다”며 “우리가 결정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의결을 해서 가부 여부를 가르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있던 공무원이 의견들을 시장한테 보고했을 수는 있는데, 전달됐는지 어땠는지도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A 위원 설명처럼 낭만문화축제위원회가 해당 문제를 심의할 권한이 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위원회는 ‘구미시 축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효율적인 지역 축제 추진을 위한 심의·자문을 구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구미시 주최 축제(행사)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회 구성은 축제 관련 전문 및 관련 분야 지식과 경험이 있는 자로, 당연직 위원(구미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선산출장소장) 2명과 위촉직(구미시의회 의원, 관광·도시·상인단체·안전관리·연구기관 등 전문가) 24명으로 이뤄져 있다. 위원장은 구미시장이 맡는다.

한편, 구미시 관계자들은 12월 20일에 열린 회의가 맞느냐는 물음에는 끝까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고, <뉴스민>은 김 시장의 입장을 듣기위해 전화와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