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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에서 볼일을 보고 귀가하러 가는 길. ‘산소카페’라 쓰인 지주 간판을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직전. 급히 갓길에 차를 세웠다. 비가 많이 내리는 토요일이었다. 일요일 몫으로 미뤄둔 일을 처리하려면 서둘러 귀가해야 했지만, 귀갓길 검게 타들어 간 산등성이가 눈에 걸렸다. 재작년 경북 북부지역 산사태를 취재하러 간 현장에서 본 참혹함이 연상됐다.
그 당시 예천군 백석리 상백마을에서 매몰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봤다. 까마득한 감정이 내게도 전달됐다. 참혹한 현실이 까마득하기도 했지만, 재난 다음에 남은 사람들이 매년 당시의 충격을 연례행사처럼 떠올릴 것이라 상상하자 숨이 막히는 듯 답답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여전히 자리를 지킬 사람들은 일상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그 후 2년, 산사태 위험은 광범위한 산불 피해를 겪은 경북 북부지역에 더욱 증폭됐다.
비는 그치지 않았고 길을 되돌려 하루를 더 체류했다. 재난 시 서둘러 접근해 취재할 작정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으로 새 소리만 넘어왔다. 다행히 이번 집중호우에서 이 지역은 큰 인명피해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집중호우는 여름철 여러 차례 반복될 것이다. 그때마다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사실 자체로 이미 재난인 것은 아닌가. 인명피해 없이 이번 집중호우를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산불로 마을 대부분이 타버린 어떤 지역에는 임시주택이 들어섰다. 그 지역 한 주민은 임시주택이 마을 저지대에 있어, 집중호우나 산사태 위험을 더 크게 느꼈다고 한다. 산불 피해로 위험이 있는 응급복구지역에 대한 복구공사도 이번 집중호우가 시작되기 전에 완료되지도 못했다. 재난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되지만, 이에 따른 대책은 주민의 대피를 강화하는 데에 쏠리고 있다. 경상북도는 재난에 대비해, 대피 횟수에 따른 경품을 지급하는 ‘우리 마을 대피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도시학적 관점에 따른 중장기적 대책도 필요하다. 경상북도는 소규모 도시모델 개발을 위한 용역에도 착수했다. 이미 주변부에 사는 것으로 재난과 같은 공포를 느끼고 있기에, 더 서둘러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국가도 이에 힘을 보태야 한다.
청송에 하루 더 머무르기로 한 것에는 또 다른 부채감도 있다. 대구경북 언론 <뉴스민>도 취재 역량을 대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 부채감이다. 재난 보도에 역량을 많이 들이지 못했다. 12.3 내란 당시 시민들을 기록하는 취재에서도 대구의 현장과 사람들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뉴스민은 고작 다섯 명이 고군분투하는 작은 언론사다. 언제나 욕심에 미치지 못하는 역량에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상적 취재 영역을 경북으로 확장하는 데에 힘을 더 쏟으려 한다. 독자들도 이를 더 응원해 주리라 생각한다.
경북 지역 뉴스민 독자위원회를 만들어보려 한다. 지역마다, 어렵다면 권역마다 뉴스민을 응원하는 후원회원과 독자를 모시고 뉴스민 기사와 지역 취재 방안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경북 지역 후원회원과 독자들께 도움을 구하려 한다. 창간 주간을 맞은 뉴스민에 대한 응원도 부탁드린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