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불평등하게 찾아온다”…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기조 강연, 시민원탁회의 등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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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폭염을 정확히 예측하는 등 기후학자로, 기후재난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폭염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고 지역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진 시민원탁회의에선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노동체험 의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높은 호응을 받았다.

26일 ‘제10회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이 대구 중구 행복기숙사에서 개최됐다. 강연자로 나선 김해동 교수는 기후 재해 인명피해의 대부분은 폭염으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세계기상기구 자료를 인용해, “2003년과 2010년의 극심한 폭염은 1970년부터 2019년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기상 관련 사망자의 80%를 차지했다. 40도, 심지어 50도의 극한 온도는 전세계적으로 더 빈번해진다”고 말했다.

▲ 지난해 폭염을 정확히 예측하는 등 기후학자로, 기후재난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폭염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고 지역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때 이른 폭염의 일상화로, 폭염 기간이 길어지고 해수온도 상승 문제 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고령화 증가로 폭염에 취약한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도시화, 온난화로 폭염 영향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카밀라 모라(하와이대학 교수, 2017)의 기고를 인용해, “전세계 인구 중 30%가 1년에 최소 20일 이상 죽음에 이를 수 있는 폭염에 노출돼 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될 경우에 금세기 말에는 이 비율이 74%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이 전망은 이 당시의 이야기고, 유엔보고서 등을 보면 지구온도 생성 전망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이라 더 나빠지고, 가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1995년 7월 시카고 폭염 사망자 조사’ 결과를 통해, ‘공동체가 와해된 지역’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도 전했다. 김 교수는 “시카고 론데일 북부지역에서 폭염 사망자가 많이 나왔는데, 불안한 치안, 주민 간 불신으로 이웃 간 왕래가 적고 타인에 도움 요청이 어려웠다. 더 시원한 공간을 찾아 외출도 어려웠다”며 “우리나라 역시 사회적으로 고립된 곳, 예를 들면 독거노인들이 폭염 사망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폭염 문제에 있어 지자체 등 행정의 적극 개입이 필수적이라며, 재난이 가진 불평등한 성격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태풍이 발생하면 재난본부가 만들어지고, 태풍 진행 방향 등 기상정보를 전한다. 기상 정보는 기상청에서 알려주면 된다”며 “행정부에서 해야할 일은 누가 (해당 재난에) 취약한지 데이터를 마련하고, 직접 행정력을 발휘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필라델피아 고온건강경보시스템 운영도 사례로 들면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기상예보 자료를 기반으로 고온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 대비하는 체제가 필요하다”며 “기상청의 고온경보 발령 수준에 따라서 공공과 사설기관이 유기적 협력을 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대중매체를 통한 시민행동 요령 전달, 시에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요청, 공중보건 부서의 역할 활성화, 노숙자 특별대책, 노인센터 연장 근무 등을 시행했던 점도 짚었다. 김 교수는 “해외 사례 가운데 시청을 24시간 무더위쉼터로 운영하고, 이동교통비를 제공 한다거나, 다양한 민간시설의 자발적 참여 등도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교수는 지난 5월 15일부터 기상청에서 폭염 발생 이틀 전부터 영향 예보 시범 제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긍정 평가했다. 그는 “이장, 부녀회장 등 지역사회 공동체를 활용해 폭염 취약계층 안부 확인과 방문을 한다거나, 농사 및 개인 일정 조정, 안전관리자의 야외 작업 계획 수립 등을 통해 폭염 상황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온, 습도, 일사량, 풍속 조건의 악화로 체감 폭염이 가중되는 만큼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에 주목해야 한다”며 “폭염도 기후위기 문제와 마찬가지로 불평등 문제가 있다. 노동 조건과 생활 안정화 대책 강화가 필요하다. 기초지자체 중심으로 재난 대응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26일 ‘제10회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이 대구 중구 행복기숙사에서 개최됐다. 포럼은 27일까지 열린다.

시민원탁토론회…폭염 관련 6가지 주제 논의
“선출직공무원들에게 ‘노동체험의무제’ 도입해야” 제안 호응 높아

이어진 시민원탁토론회에서는 ▲폭염과 건강 ▲폭염과 주거 ▲폭염과 도시숲 ▲폭염과 교통, 에너지 ▲폭염과 식량 ▲폭염과 노동 6가지 주제로 그룹을 나눠, 분야에 따른 폭염 대응 방법을 모색했다. 진행은 ‘건강’ 분야에 안경숙 닥터안 자연사랑연구소 고문, ‘주거’ 분야에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 ‘도시숲’ 분야에 이정아 식생엔생태연구소장, ‘교통·에너지’ 분야에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식량’ 분야에 박지연 퍼머컬쳐 활동가, ‘노동’ 분야에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위원장이 각각 맡았다.

‘건강’ 분야에선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기후 관련 지킴이를 배치해 관련 교육 실시와 캠페인을 진행하고, 체계적인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해 시민들이 폭염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도시숲’ 분야는 “취약계측과 공동체 활동을 통한 아파트숲 조성 등 녹지형성을 위한 공동체를 마련하고, 유휴공간을 활용한 ‘디딤숲’, ‘연결숲’을 늘리자”고 해결책을 언급했다.

‘주거’ 분야는 “건물별 에너지 진단을 의무화하고, 그 결과를 에너지 효율등급으로 명시해 기초자료로 활용해 취약계층 주거 개선과 공공지원 연계 기반 마련해야 한다. 빈집 및 외부공간을 활용해 취약계층의 안전한 휴식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시숲’ 분야에선 “취약계측과 공동체 활동을 통한 아파트숲 조성 등 녹지형성을 위한 공동체를 마련하고, 유휴공간을 활용한 ‘디딤숲’, ‘연결숲’을 늘리자”고 했고, ‘교통·에너지’ 분야는 “국민참여형 에너지 거버넌스 구축과 대학생들이 만드는 시민 햇빛발전소가 필요하다”고 아이디어를 내놨다.

‘식량’ 분야에선 “지역먹거리 정보 인프라 구축과 마을 단위로 운영하는 로컬푸드 매장의 증대,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나눔 냉장고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했고, ‘노동’ 분야는 “최소 2주에서 한 달 정도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같은 선출직 공무원 등이 직접 노동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노동체험 의무제’를 도입하고, 시에서 아파트 단지 내 소형 이동노동자 쉼터를 설치하도록 지원하자”고 했다.

전체 참가자들은 기후위기에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를 위해 가장 필요한 아이디어에 대해 투표도 진행했는데, 선출직 공무원들의 ‘노동체험 의무제’가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다.

▲ 이어진 시민원탁회의에선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노동체험 의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높은 호응을 받았다.

한편, 포럼은 26일과 27일 양일 간 개최된다. 27일은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도시폭염위기 대응 ▲폭염과 쿨산업, 탄소중립 세션이 진행된다. 포럼은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사무국으로,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녹색환경지원센터, 대구정책연구원, 이클레이한국사무소 등 지역과 전국 주요 기관이 공동 주최·주관하며, 대구시의 후원을 받아 개최됐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