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주민·전문가가 전하는, “산불로부터 안전한 우리마을이 되려면”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산불 피해 회복 집담회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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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의성군 점곡체육문화센터에서 ‘점곡면 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산불 피해 회복 집담회가 열렸다. 집담회는 녹색연합, 도시쥐정거장실험프로젝트, 두두랩, 의성군자원봉사센터, 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했고, 농사일 돕기와 민간 대응 기록 모임, 산불 이후 이야기 공유회 등 1박 2일로 진행됐다. 마을 주민들은 산불 당시의 상황을 전했고, 환경·산림 전문가들은 대형산불 방지를 위한 조언을 건넸다.

점곡면 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경희 씨는 산불 피해를 이야기하기 위해 참석한 자리에서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울컥했다. 의성에서 사과, 복숭아 농사를 짓는 김 씨는 공포스럽던 그 날을 떠올리며 어렵사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씨는 “그날이 3월 22일 토요일이었다. 미세먼지가 굉장히 심했는데, 안평에서 불이 났다는 문자를 받았다. 여기에서 안평은 멀기도 하고, 불은 종종 나니까 사실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 산불 피해를 전하러 나온 김경희 총무 점곡면 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 총무는 집담회에 참석한 마을 사람들을 둘러 보며 울컥했다.

김 씨의 평화로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저녁에 바로 하천 건너 불길이 보였고, 공포감이 급습했다. 김 씨는 “그 누구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행정기관에서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주변에서 알음알음 듣고서 알았고,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김 씨는 “평소 농사일에 쓰는 스프링쿨러를 떠올리며 이 거라도 써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농사짓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침에는 바람이 잘 안 분다. 그래서 불이 잠잠하니까, 평화로웠다. 동네 사람들 모두 불이 곧 그칠 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고, 저도 설마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었다”고 설명했다.

월요일이 됐고, 초등학생인 김 씨의 아이는 평소처럼 등교를 했다. 그러다 오전 11시 30분쯤 바로 앞까지 불길이 솟아올랐고, 초등학생들은 급히 하교를 했다. 김 씨는 “위험하다고 알려주거나, 문자가 오거나, 마을 방송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며 “짐을 챙겨서 어디로 가라던가, 스프링쿨러를 좀 돌리라던가 하는 지침 같은 정보들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렇게 시작된 불은 이후 안동, 청송, 영덕으로 퍼져 나갔다.

김 씨는 터전과 일터를 잃은 주민들 상당수가 망연자실한 마음에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것조차 조심스럽던 당시의 분위기도 전했다. 김 씨는 “공포스러웠던 날이 지나고, 비가 내리고 불이 꺼졌고 그 이후 만난 마을사람들이 반가워 손을 잡고, 껴안았지만 (피해 상황을 뻔히 아니까) 어떻게 안부를 묻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를 만든 배경도 설명했다. 당시 쏟아지는 구호물품과 봉사자들을 나누고, 분류하고, 배치하는 일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피해 보상 상황에 대해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답답함이 컸다. 김 씨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모두 타고, 저희 일터를 잃고 막막한 상황에서 보상 문제 역시 제대로 설명듣지 못하고 있어서 알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피해자들끼리 마음을 모으고, 서로 위로하면서 서로 힘이 되어줘야겠다고 해서 대책위가 추진됐다”고 덧붙였다.

▲ 이어진 전문가 발제를 통해서 경북 산불의 원인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민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산불 대응 방안’ 발제를 통해, 경북 산불 배경과 원인을 겨울 고온건조, 봄철 극한 고온, 강풍을 꼽았다.

이어진 전문가 발제를 통해서 경북 산불의 원인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민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산불 대응 방안’ 발제를 통해, 경북 산불 배경과 원인을 겨울 고온건조, 봄철 극한 고온, 강풍을 꼽았다. 서 위원은 “기후위기로 봄철 고온건조와 강품 강화 흐름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은 경북 산불이 피해가 커진 배경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산불 대피 체계의 부재와 주택 피해방지 대책 외면, 산불 대응 태세와 교육의 안일 문제를 짚었다. 서 위원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어촌 고령화 소외 계층을 위한 재난 예방, 특히 주택 피해 최소화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원도 고성산불 피해마을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 5대의 효능을 예로 들면서, “한 두 시간, 30분 전이라도 이걸 이용해서 물을 뿌려놓으면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며 “강원도는 산불을 많이 겪으면서 이런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당국에서도 우선 설치했다. 경북은 그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 위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2023년 기준) 산림인접마을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는 강원도가 1,066개로 가장 많았고, 경북은 174개다. 대구는 1개다. 서 위원은 “주민들도 이런 걸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과 직결된 문제”라며 “전쟁 난 지 70년이지만, 단 한 번의 전쟁 상황에 대비해서 60조 원를 투입해 50만 군을 유지한다. 재난 본질도 마찬가지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예산을 투입하고 대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정의로운 산림복원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경북 산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원인에 대해 산림 구성 문제를 언급했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정의로운 산림복원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경북 산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원인에 대해 산림 구성 문제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산림 대부분이 소나무림으로 구성돼 있다”며 “산불재난 방지와 회복탄력성 증가에 소나무림보다 참나무림이 월등하고, 숲의 공익직 가치를 종합해도 참나무림이 소나무림보다 탁월하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산불 원인으로 봄철의 긴 건조(가뭄)와 강한 바람, 험한 지형으로 산불 진화가 어려움, 산림 내 연료원의 축전과 인간(군부대와 관광객)의 접근성 증가, 소나무에 대한 선호로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이 매우 넓게 분포된 점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산림의 경제적 측면에서 송이 채취나 목재 생산으로 소나무림이 선호되는 경향을 전하면서,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는 산림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산불지역에 대한 진단과 평가, 모니터링을 통해 체제를 개선하고, 대형산불방지를 위해 전 국토에 대한 연료원(식생)을 전환해야 한다”며 “특히 ‘숲 가꾸기 사업’은 대표적인 그린워싱 사업으로, 풀베기, 솎아베기를 주기적으로 하면서 숲의 층구조를 단순화하고 있어 사업 재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의성군 점곡면 점곡문화체육센터 뒤편의 산의 나무들이 불에 탄 흔적이 보인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