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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경북지부가 경북도의회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으로 사무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경북도의회는 전교조가 조합원 수는 적으면서 임차료 규모가 크다는 점을 명분 삼지만, 규모 조정 대신 전액 삭감을 시도한 건 정치적 배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의회는 최근 노조 지부장까지 의회에 출석시켜 구체적인 계약 내용까지 꼬집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단체협약에 따라 의회로부터 예산을 받아 노조를 지원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의회 결정에 따르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경북도의회는 교총, 교사노조, 전교조 3개 교원단체 중 전교조 경북지부만 콕 짚어 사무실 임차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후 올해 추경에서 반액인 1,500만 원이 살아났지만, 전교조 입장에선 당장 올해 하반기 임차료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교조의 임차료 규모가 크다는 도의회 지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경북교총과 경북교사노조보다 임차료 규모가 큰 것은 맞지만, 나머지 2개 단체는 임차료에 더해 임대보증금 1억 원도 지원 받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경북도의회, 전교조 노조 사무실 임차 예산 절반만 추경 반영(‘25.04.29.)]
추경 이후에도 전교조 경북지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에 별도 사무실 공간 마련을 요구하자, 경북도의회는 회의에서 이 안건을 다시 언급했다. 지난달 12일 열린 제356회 경상북도의회 제1차 정례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선 줄곧 이 문제를 지적해 온 박채아 의원(국민의힘, 경산3)이 전교조 경북지부장을 불러 “교육청에서 작성한 계약서에는 ‘월 250만 원을 지불한다’고 밖에 되어 있지 았다. 하지만 관리비 25만 원, 임차료 부가세 25만 원, 총 50만 원을 추가 부담해 총 300만 원 월세가 나가는 이면 계약이 있는 걸로 확인했다”고 다그쳤다.
하지만 도교육청과 전교조 설명을 조합하면 이는 관리비 명목으로 월세와 상관없는 비용이다. 도교육청이 임대인과 월세 250만 원의 계약서를 쓴 뒤 이 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관리비와 임차료 부가세 항목의 50만 원은 전교조에서 부담해 왔다. 전교조 측은 “도교육청과 합의된 내용을 이면 계약이라거나,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날 도의회가 지적한 주변 시세 대비 과도한 월세, 넓은 공간 사용에 대해 전교조 측에선 충분히 협의를 통해 풀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도의회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지적이 나왔지만, 전교조가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본다.
이를 중재하고 실무적으로 풀어야 할 의무는 도교육청에 있다. 노사(전교조 경북지부-경북도교육청) 간 맺은 단체협약 제9조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전교조 경북지부가 사무실 임차와 부대시설, 집기, 비품 등을 요구할 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적정규모의 사무실 및 조합 활동에 필요한 통상적인 비품에 대한 예산을 적법한 절차를 거쳐 편성하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오히려 도교육청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라는 문구를 근거 삼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행복교육지원과 측은 “도의회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한 이후, 나름대로 우리가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서 추경에서 절반을 확보한 것”이라며 “노조에서 별도 공간을 마련해 달라 요구하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우선 현재 사무실을 유지하면서, 단체협약 이행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도교육청에 사무실 대체 공간을 제공하고 2025 하반기, 2026년 사무실 임차료 비용과 관련하여 실질적 협의 절차를 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1일 오후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과 도의회의 일방적 예산 삭감을 규탄했다. 권용수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지난 수년간 경북도의회는 전교조 사무실 지원 예산을 문제 삼아 왔다고 한다. 그러나 경북교육청은 도의회의 문제제기와 관련해 전교조와 어떠한 협의도 진행하지 않았다”며 “단체협약은 상호 간 협약이며, 그 협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법에 따른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변화되는 상황에 맞게 어느 정도로 지원할지에 대한 협의와 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은 단체협약상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하며 ‘조합과 협의’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지부장은 “교육감은 교사들을 전쟁터 같은 교단에서 지킬 낼 마음과 의지가 있는가”라고 물으며 “교육감은 조합과의 면담에 응해, 이 사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단지 사무실 하나 때문에 투쟁하는 게 아니다. 노동조합의 권리와 자율성, 협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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