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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산천을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타지에 나간 자손들 직장 생활 마치면 고향산천, 부모재산 지키려고 고향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자손들은 오지 않고 부모 살던 집, 전답 다 버리고 나 몰라라 하는데 방법이 없습니다.”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김진섭 씨)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10년 10개월을 보낸 월성원전 인접지 주민들이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호소문을 전달했다. 3일 이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이상 방치된 문제를 정부와 국회가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이주 대책을 요구하던 이들은 72가구에서 이제 5가구로 줄었다. 남은 이들이 경주에서 대통령실까지 찾은 이유는 절박해서다. 한수원이 이들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 등 철거 소송 결과, 농성장을 오는 21일까지 자진해서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10년 넘게 농성하며 모든 것을 걸고 싸웠지만, 한수원은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10년 넘게 사용한 농성 천막마저 철거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우리의 마지막 보루마저 빼앗길 위기”라며 “이재명 대통령님께 간곡히 호소한다. 11년간 묵힌 월성원전 인접지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주민 신용화(52) 씨는 “합법적인 시위를 한 것으로 왕따가 되고, 불안한 마음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고 미칠 거 같아 원전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려 했지만, 원전 주변은 부동산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 그마저도 불가능하다”며 “대통령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발 저희를 지옥 같은 이곳에서 벗어나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숨이 막혀 죽지 않도록 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2014년부터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 인근에 50㎡ 규모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은 원전에서 1km가량 거리에 살고 있어, 원자력안전법상 제한구역(914m)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유로 이주 관련 지원을 받지 못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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