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 5천여 명, “대구에서 박근혜 끝장내자”

"박근혜 물러나지 않으면 3차, 4차 시국대회 이어질 것"

23:32

대구시민 5천여 명이 박근혜 대통령 고향 대구에서부터 대통령을 퇴진시키자고 입을 모았다.

11일 오후 7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내려와라 박근혜’ 대구 2차 시국대회가 열렸다. 박근혜퇴진촉구대구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5천여 명(경찰 추산 2천 명)이 참가했다. 대구백화점 앞 무대부터 빈폴 앞 네거리까지 약 100m 거리를 촛불 든 시민이 가득 메웠다. 주최 측이 준비한 손피켓 7천 장도 모두 동이 났다.

시국대회는 남녀노소 불문, 2012년 대선 지지자 불문, 현 시국에 분노하는 대구시민이 함께 어울러지는 분위기로 만들어졌다. 대회에 앞서 강창덕 민주화운동원로회장 등 대구 지역 원로 4명이 무대에 올라 다시 민주주의를 찾는 투쟁을 위해 나왔다고 인사했고, 그들을 보며 무대 가장 앞자리에 앉은 중학생들이 환호했다.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모두 함께 “우리의 힘으로 박근혜를 몰아내자”, “우리의 힘으로 민주주의 정부를 건설하자”, “우리의 힘으로 평화 통일을 이룩하자”고 외치며 대회를 시작했다.

시국대회

사회를 맡은 최일영 민주노총 대구본부 정책교육국장은 “대구에서 만 명, 십만 명 모이면 박근혜 끝장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며 “만약 내일 100만 명이 모여도 박근혜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그다음 시국대회도 이어질 것입니다. 다음 주엔 대구에서 만 명이 모입시다”고 목소리 높였다.

계명대 학생 김지원 씨는 “(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했지만 그 이후에 정리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박근혜 씨는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 합의 없이 총리를 내정하고, 합의해서 총리를 뽑으라고 했더니 그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그 말은 권한만 주고 대통령직에서는 나오지 않겠다는 말이다. 1년 4개월을 기다려 범죄자 처벌을 기다려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성광고 재학생 홍성탁(18) 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가 선출하지도 않은 사이비 종교인 최순실 씨에게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할 여지를 주었고 시민을 우롱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직자였음에도 스스로를 꼭두각시로 만들고, 우리가 선출하지 않은 어느 무녀의 손에 국가의 운명을 넘겼다. 이게 나라입니까”라고 지적했다.

시국대회

이날 시국대회에는 홍 씨와 같은 중고등학교 재학생들이 다수 참석해 재기 발랄한 피켓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하야의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국민이 우습냐”, “저도 이화 보내주세요”, “마음 편히 공부하고 싶어요”, “당장 방 빼”, “당신들이 집어삼킨 국민들의 피땀 눈물은 사과 한마디로 대신할 수 없다”, “타임 투 하야” 등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어 들고나온 피켓이 눈에 띄었다.

도원고 재학생 이다은(17) 씨는 “박근혜는 하야가 아니라 퇴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기 잘못을 모르고 눈치 보며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힘으로 떨어뜨리는 퇴진이어야 한다”며 “우리 대구는 바뀌고 있다. 집회를 보면 그냥 지나가시던 분들도 이제는 함께 퇴진을 외쳐주신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함께 행동한다”고 말했다.

시국대회

경북 경산시에서 온 권미리(16) 씨는 “오늘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나왔다. 한 나라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국가기밀인 문서를 일반인과 공유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이런 어이없는 짓을 할까”라며 “1929년(광주학생항일운동), 1960년(4.19혁명) 모두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제는 21세기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쳐야 할 때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는 진경원(44) 씨는 “지난 대선에서도 무심하게 박근혜에게 한 표를 던진 한심한 어른 중 한 명이다. 송현여고에 다니는 한 학생 발언을 듣고 너무나 부끄러웠다”며 “한참 열심히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나라를 바로 잡아달라고 어른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에 등 돌린 무관심이 최순실이라는 괴물을 키웠다.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다”고 고백했다.

참가자들은 1시간 30분 동안 대회를 마치고, 대구백화점에서부터 CGV대구한일극장-공평네거리-반월당네거리-중앙로를 거쳐 약 2km를 행진하며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대구비상시국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물러나지 않으면 오는 19일 오후 5시 2.28기념중앙공원에서 3차 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후 6시 대구 청소년 602명은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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