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앞으로 해야 할 일-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후/ 이명재

20:25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요. 박근혜 대통령, 끝까지 미련을 떨었군요. 대통령 지지율 4%대는 조용히 물러가라는 뜻입니다. 이미 국민으로부터 탄핵을 당했다는 말과 같아요. 그런데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쯧쯧!

대통령은 국민을 편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자신을 희생시켜 국민 다수가 평안하게 된다면 그 길을 가야죠. 오늘 국회에서 결정이 났습니다. 대통령이 탄핵소추안이 의결됐습니다.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 예상한 대로 찬성표가 나왔다는군요.

야당과 야성향 무소속을 합해 172석이었으니까, 새누리당에서 6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친박 일부도 찬성 대열에 합류한 것입니다. 권력을 잘못 행사할 때 어떤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쯤은 친박이라고 모를 리 없겠지요.

▲탄핵소추안 표결을 마치고 나오는 새누리당 의원들.

그들도 포효하는 촛불 민심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겁니다. 민심을 받들지 않고 탄핵 반대표를 던진 새누리당 의원들에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죄에 대해 너무 관대한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래서는 안 되지요.

따지고 보면 친박 의원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 지경에 빠지도록 한 공범자들입니다. 부역자라고 말들 하잖아요. 그들이 ‘묻지 마 찬성’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 지경까지 추락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창피한 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국민을 보고 일한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통령 한 사람만 보고 정치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유신 독재 때 박정희 앞에서처럼 대통령 한 마디에 죽는 시늉까지 하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정치 생명도 종언을 고하는 게 맞겠지요.

저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되었을 때 찬성으로 통과되어도 문제, 안 되면 더 큰 문제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무한 경쟁 국제 사회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 에너지를 결집해도 뭐할 때인데, 국정이 혼란에 빠지면 되겠습니까.

국회의 탄핵 결정이 헌법재판소에 송달됩니다. 그곳에서 최장 180일(6개월) 이내에 탄핵 심판 절차를 밟습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합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헌재에서 빨리 심판 결정을 해 줘야 할 텐데, 그렇게 기대할 만한 헌재가 못됩니다.

오늘 자로 박근혜는 대통령 직무를 정지당했으니 그 대행은 현재의 국무총리 황교안이 맡습니다. 황교안은 아시다시피 박근혜 아바타 아닙니까, 그는 박근혜 정권 하에서 온갖 악행을 도맡은 사람입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낸 사람도 그이고,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1등 공신도 황교안입니다.

▲국회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시민. [사진=참세상 김한주 기자]

자,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헌재로 하여금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대통령 권한 심판을 빨리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해 지금의 내각을 총사퇴 하고, 거국 중립내각을 조속히 구성해야 합니다. 대통령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면 2개월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잖아요. 국민이 이렇게 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해요. 촛불시민의 요구가 여기에 모아져야 합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탄핵으로 차기 대선은 야당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하지만 야당이 여러 명으로 나뉘어 대선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든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된 정치인은 환경이 좋을 때 더 조심스럽게 행동합니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면서요.

1980년 ‘서울의 봄’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3김 씨가 분립함으로써 전두환의 군사독재가 들어 설 수 있었지요. 1987년에 그대로 반복됩니다. 3김이 하나 되지 못해 정권을 노태우에게 넘겨 준 것 말이에요. 국민이 쟁취한 직선제를 정치인이 받지 못한 결과 아닙니까.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정치인들은 눈을 정권에 맞추기 전에 국민에게 맞추도록 해야 할 거예요. 국민의 명령에 순종하려는 자세를 가지면 됩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말을 믿고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면 됩니다. 그런 자는 국민이 먼저 알아보게 되어 있어요.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고 극우 보수 세력이 몰락한 건 아닙니다. 그들은 호시탐탐 재기를 꿈 꿀 거예요. 주자는 박근혜 말고도 많습니다. 극우 신문과 방송 등은 진보·개혁 세력에게 정권을 내어 주면 큰 일 난다며 떠들고 있습니다. 극우 우두머리 박근혜의 국정 농단을 보고서도 말입니다.

국민이 눈을 치켜뜨고 잘 살펴야 할 거예요. 2백만 시민이 평화롭게 시위하고, 휴지 조각 하나 남기지 않은 국민 수준만 유지한다면 민주주의는 더 이상 후퇴하지 않을 겁니다. 박근혜 정권을 물러나게 하고 대신 진보·개혁 정권이 들어선다면 후대 역사가들은 2016년 12월을 시민혁명의 달로 기록하지 않을까요.

오늘은 좀 쉬어야 겠네요. 촛불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민심은 천심이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12월 9일 저녁입니다. 후퇴 없는 전진을 약속하면서 건승하시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