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성평등 디딤돌상 '평등한 연대', 걸림돌상 '금복주'

21:33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대구여성대회에 모인 시민 120여 명은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서는 여성의 권리를 찾는 일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8일 오후 4시 30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제24차 대구여성대회가 열렸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31개 단체가 참가하는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24차 대구여성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 슬로건을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다”로 정했다.

“밤길이 무서웠던 한 여성으로서 알게 된 페미니즘이 이제 나의 수단, 존재가 되었어.” – 이희수(24) 씨

지난해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대구지역 페미니즘 모임 ‘나쁜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한 이희진(24) 씨는 페미니즘 덕분에 남자친구와 헤어질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왜 그렇게 애교가 없냐는 말에 날 자책하고 연습했었다. 난 그냥 이쁜 인형, 욕구를 충족시켜 줄 인형이었다”며 “지금 난 어느 때보다 완전하고 나답고 충만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여성주의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조직위원회가 나눠 준 보라색 장미를 들었다. 이들은 “낙태죄를 폐지하라”, “성별 임금 격차 해소하라”, “꾸미기 노동, 뿌셔! 뿌셔!”,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화여대생들의 정유라 특혜 문제로 시작한 투쟁이 지금 박근혜 게이트 몸통까지 왔다. 여성들은 항상 민주주의 발전에 주축이었다고 자부한다”며 “그동안 우리는 여성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양보를 부탁받아왔다. 민주주의가 완성되려면 누구도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나중에’라는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여성의 문제는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며 “지금 당장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더 이상 양보하지 않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

이날 성평등 디딤돌상은 지난 2016년 ‘삼평리에서 강남역까지’라는 연속집담회를 열며 운동사회 내 성폭력, 위계 폭력을 알린 ‘평등한 연대’가 받았다.

성평등 걸림돌상에는 결혼 퇴직, 하청업체 상납 비리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금복주가 선정됐다. 조직위원회는 오는 9일 오전 11시 대구시 달서구 성서로 금복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상을 전달할 계획이다.

▲성평등 걸림돌상 ‘금복주’ 대리 수상

‘페미 래퍼’로 이름을 알린 래퍼 슬릭 씨가 이날 대구를 찾아 공연을 펼쳤다. 슬릭 씨는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하고 우리의 언어가 필요하듯이 우리에게는 노래도 필요하다”며 공연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1시간 30분가량 대회 후, 대구백화점에서부터 2.28기념중앙공원, 중앙파출소 등 동성로 중심가를 행진한 뒤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대구 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오는 10일 오후 2시 ‘2017 여성 현실을 말한다’ 토론회, 22일 오후 7시 ‘여자라는 이유로 내 임금을 깎아?!’ 강연회를 열 예정이다.

▲’페미 래퍼’ 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