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다음날 소성리 온 김제동 “할매들 삶 파괴하지 않는 게 정부 역할”

문재인 대통령에 아쉬움 토로한 주민들
김제동 씨, "장관, 정치인들 보상 이야기 해서는 안 돼"

18:32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완료된 다음날, 방송인 김제동(43) 씨가 경북 성주군 소성리를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지시한 데 아쉬움을 토로했고, 주민들 이야기를 들은 김제동 씨는 “경제적 보상이든 뭐든 필요 없고, 원래 살던 그대로 살게 해달라는 게 할매들 요구이며, 삶을 파괴하지 않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9월 8일 성주군 소성리에 방문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 방송인 김제동 씨

8일 오후 3시 김제동 씨는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왔다. 김제동 씨는 해외 교민 상대 강연을 마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8일 오전 서울에 도착한 후 자가용을 타고 혼자 소성리에 왔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6~7일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현장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준비하던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문규현 신부와 인사를 나눈 김 씨는 주민들 옆으로 갔다.

소성리 주민 도금연(80) 씨는 “김제동이도 반갑도 안 하다. 우짜노 이제. 김제동이가 문재인이한테 우리 말을 좀 잘 해줘야지. 촛불하면서 우리편 되는 척하면서 이래 사드를 들여다 놓느냐”고 정부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9월 8일 성주군 소성리에 방문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 방송인 김제동 씨

김제동 씨는 주민들 옆에서 함께 미사에 참석했고, 문규현 신부가 강론 시간에 김제동 씨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60대 이상 고령의 주민들이 울면서 대통령과 청와대에 화를 토로하자, 김제동 씨는 “하루 늦게 왔다고 욕 죽도록 먹고 있다. 성에 안 차고 화가 나셔도, 함께 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 모습을 많이 봐 달라”고 말했다.

도금연 씨는 “사드 가지고 가라고 그래. 우리 소원이다. 사드만 다 가져가라”고 말했고, 김제동 씨는 “그래도 할매들 목소리 짱짱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제동 씨는 “우리가 뭘 원하는지 들어야 한다. 어머니들은 울 자격 있고, 그 사람들은 들을 의무가 있다. 장관이라는 사람이 보상해준다 이런 얘기 하면 안 되죠. 정치적 고려? 하면 안 되죠. 두 번씩 사람 마음 다치게 해. 사람 마음 모르는 것이고. 장관들이 뭐라고. 지금 여기 (언론이) 다 있으니까 전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론에 나선 문규현 신부는 “우리 할매, 할배들이 8천여 명에 맞선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18시간을 버텼다. 18시간 버텼어도 뺏겼는데 어쩌라고? 사드 지나가는 데 참 죽겠더라. 이 조국이 나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이고 우리 할매, 할배다. 평화의 사람들, 생명의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자. 곧 함께 확인하고 춤추며 뺏고 빼앗기는 것 없이 살아갈 희망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약 30분 동안 주민들과 함께 미사에 참석한 김제동 씨는 “할머니가 우리도 고맙다. 미안하다고 말하더라. 뒤에 계신 어머님들이 전한 말을 제가 대신 이야기 드리겠다. 경제적 보상이나 자꾸 뭐 해주겠다고 한다. 필요 없고, 소성리는 뭐 더 해달라는 게 아니고, 수십 년 동안 살아온 그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원래 주인들이 살던 그대로 살게 해달라는 거다. 그게 정부, 국가의 역할이다. 정치가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 그대로 뒷받침 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가 “경제적 보상 이런 말 입에 담으면 삶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다. 돈 몇 푼 없어도 다른 사람 먹이고 자식 먹이고 했다. 그런 얘기는 입에 담을 수 없다”고 말하자 미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눈물을 훔치며 박수를 보냈다.

오후 4시 20분께 미사를 마친 후 김 씨는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5시께 서울로 돌아갔다. 김 씨는 사드 장비가 처음 반입(4월 26일)된 직후인 4월 30일에도 소성리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