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미군기지의 불편한 진실, 성주 사드배치를 바라보다

[연속기고-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1) 구중서 사드한국배치반대전북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11:54

[편집자 주=7월 13일 정부는 경북 성주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으로 발표했습니다. 일방적인 결정에 성주군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와 보수언론은 성주만의 문제로 고립시키기 위해 ‘외부세력’을 운운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성주군민들은 사드 배치가 성주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고,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뉴스민>은 미군기지로 오랫동안 신음한 군산, 신규 핵발전소 반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영덕, 송전탑 반대 운동을 벌여온 청도, 일본의 평화운동가의 눈으로 바라본 ‘사드 배치’ 이야기를 1일부터 4일까지 연재합니다.]

[연속기고-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1) 사드한국배치반대전북대책위
[연속기고-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2)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연속기고-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3)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
[연속기고-사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4) 일본 평화운동가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참외’로 전국 최고의 생산량과 맛을 자랑하는 고장으로 알고 있던 이곳이 어느 날 대한민국 언론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 13일 국방부는 THAAD(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최종후보지로 성주군을 발표한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에 사드가 들어온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와 배치 이후의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는 없었다.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가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난 후, 우려는 현실이 됐고, 우리는 향후 대응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군산미군기지 우리땅찾기 시민모임]
[사진=군산미군기지 우리땅찾기 시민모임]

사실 내가 살고 있는 전북 군산에는 미군기지가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태평양사령부 제7공군 8전투비행단(이하 군산미공군)이다. 군산미공군이 주둔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부터이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다음과 같다. 1934년 일본군 ‘다짜아라이’비행학교가 만들어졌고, 1945년 해방 후 미군이 주둔하였으며 1970년대 현재의 군산미공군기지가 됐다. 이처럼 한 번 군사시설이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 언제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할지는 알 수 없으며 영구 주둔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중요한 것은 군산미공군기지 주변에 살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진실을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불편한 진실 중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군사시설은 시대에 따라 변화과정을 겪는데 그중 하나는 시설 확충과 확대이며, 이 과정에 ‘기지 확장’이라는 단계가 있다. 기지를 확장하면서 주변의 토지 수용은 불가분의 관계인데, 기지주변의 사유재산(토지 및 건축물)은 국방부가 매수해 간다. 이때 역시 주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과정은 없다.

2007년 군산미공군지가 확장했는데 토지주에게 확장예정을 알리자, 토지주들은 반대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토지를 법원에 공탁하고, 토지를 매수했다. 성주와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토지주에게 사용 목적과 정당성을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는 민주적인 절차는 생략된 채 결국 토지는 수용됐다.

둘째, 군산미공군은 전투기훈련이 목적인 부대이다. 이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소음은 난청, 이명 등의 청력저하, 집중력저하와 심근경색 등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일상생활도 어렵게 한다. TV시청, 전화통화, 일상대화의 어려움 등이 있다. 전투기가 이륙 및 착륙을 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예로 자동차에서 1m 떨어져 자동차 경적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맞을 것이다. 이런 소리를 많게는 하루에 200여 차례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전투기가 바로 지붕 위로 날고 있으며, 때로는 전투기의 추락, 혹은 전투기 부속 중 일부가 추락하기도 한다.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것은 추락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완벽하게 안전한 장비는 없으며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사드 엑스밴더레이더 전자파를 성주 주민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바로 안전성이나 전자파의 유해성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고, 검증 또한 제대로 되지 않은 장비이기 때문이다.

셋째, 미군과 이웃하여 살면서 발생하는 미군의 범죄가 있다. 미군은 SOFA(주둔군지위협정)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미군이 공무 중에 사람을 죽여도 그 죄를 추궁할 수 없으며, 한국법정에 세워 처벌할 수도 없다(예: 신효순, 심미선 사건). 전북 군산뿐만 아니라 미군이 주둔하는 주변 지역과 수도권(서울 등)에서 미군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법에 맞춰 법정에 세워 처벌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성주에 미군 사드포대가 들어오고, 미군이 성주읍내에서 어떤 사고를 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국, 미군이 사고를 치면 그 피해는 오롯이 대한민국 국민이 입는다.

결론적으로 기지를 주변에 둔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미군기지와 검증되지 않은 무기체계 도입을 밀어붙이는 정부, 그것을 하지 말라고 매일 촛불을 밝히는 성주군민들, 과연 어느 행위가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나는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한다.

▲7월 14일 전북시민사회단체의 사드 성주 배치 결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전북도청 앞에서 열렸다. [사진=구중서]
▲7월 14일 전북시민사회단체의 사드 성주 배치 결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전북도청 앞에서 열렸다. [사진=구중서]

한반도에 사드가 들어온다는 것은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 위협과 동아시아 평화유지 균형에 큰 파열을 일으키는 사건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지금 정부는 민주주의는 나 몰라라 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전근대적 정치를 하고 있다. 성주군민의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면서 명료하다. 사전 논의와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퇴보했다. 대화하겠다고 성주에 온 정부관리들은 자신들 이야기만 하고 도망치듯 성주군민에게 등을 돌려 서울로 떠났다.

이번 사태처럼 성주 군민 나아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정책을 시행한다면, 이후 제2, 제3의 성주는 어디서든 다시 등장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때마다 폭력시위니, 외부세력 개입이니 하면서 여론을 교란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진짜 ‘불순한’ 세력은 정부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