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예술가들, ‘자갈마당’ 100년 기록 나섰다

"여성들의 100년 삶이 잊혀지지 않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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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13:12 | 최종 업데이트 2016-10-26 14:46

여성인권단체와 예술가들이 대구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100년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에 나섰다.

대구시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일제강점기인 1908년 들어선 일본 유곽 ‘야에가키조(八重垣町)’가 100여 년 지난 현재까지 성매매집결지로 남아있다. 대구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2015년 기준 48개 업소가 운영 중이며, 25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정부의 성매매집결지 폐쇄 방침에 따라 지난해 대구시와 중구는 전담반을 꾸리고 성매매 업소 단속을 강화해왔다. 인근에 2,500여 세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고, 도시철도 3호선이 자갈마당 위를 지나면서 자연 쇠퇴할 것이라는 여론이 높아져 왔다. 실제로 올해 2월, 대구여성인권센터를 통해 한 업소에서 일하던 여성 종사자 4명이 모두 탈성매매 하기도 했다.

이에 대구여성인권센터와 지역 예술가들은 올해 초부터 자갈마당 역사를 기록하는 ‘자갈마당 기억 변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소장, 최윤정 큐레이터, 전리해 작가, 정용국 작가가 40여 명의 시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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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소장, 최윤정 큐레이터, 전리해 작가, 정용국 작가

최윤정 큐레이터는 “몇 차례 이 프로젝트를 거절했다. 지난해 탈성매매 여성 토크 콘서트에 갔는데 몰랐어도 되는 세상을 알았다는 불편함과 함께 다른 감정이 들었다. 패널 중 한 명이 제 나이 또래였는데, 30대 후반에 사회에서 동갑내기 여성을 만나기 힘들다. 동시대에 나와 다른 삶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를 말했다.

전리해 작가는 “2008년부터 북성로, 서성로 등 오래된 골목길 사진을 찍었다. 자갈마당은 항상 비켜 가게 되는 장소였다”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7월 말에 연락을 받고 업소를 떠나는 당사자를 만났다. 당사자는 정말 빠른 속도로 짐을 싸셨고, 밖에서 출입문을 지켜주셔서 40분 정도 제가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사진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1월 23일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자갈마당 시각 예술 아카이브-발화, 문장의 외부에 선 행위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연다. 자갈마당 역사 기록물과 만화, 무용, 퍼포먼스, 사진, 영상, 설치 등 예술가들의 다양한 장르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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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큐레이터는 “이 작업은 내년까지 이어갈 것이고, 올해는 그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전시회가 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작품들을 모아 책으로도 출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신박진영 소장은 “저희가 바라는 (자갈마당) 재생 모습은 여성들의 100년의 삶이 잊혀지지 않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그 공간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시민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크쇼는 대구시 중구청과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이 주관하는 ‘기억을 넘어 재생의 도시로’ 인문주간 행사 일부다. 참가자들은 토크쇼에 앞서 30분 동안 자갈마당 일대를 답사했다.

(관련 기사 : 100년 역사 자갈마당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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