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명·자원봉사자 180명이 치른 딤프(DIMF)

국내 최대 뮤지컬축제, 딤프지기는 어땠나요?

15:33

장마 기운으로 덥고 습한 공기가 대구를 뒤덮은 11일 오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막바지 공연이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공연장을 찾은 시민을 맞은 이들은 푸른색 티셔츠를 입은 ‘딤프지기’다.

올해로 9회를 맞은 딤프는 13일 ‘딤프 어워드’를 끝으로 18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딤프는 국내 최대 규모 뮤지컬 축제다. 대구광역시가 주최하고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주관하는 딤프의 상시 인력은 단 10명, 딤프를 이끌어가는 이들은 일명 ‘딤프지기’, 자원봉사자다.

올해 3:1의 경쟁률로 뽑힌 180명의 딤프지기는 기획홍보, 마케팅 등 사무국, 홍보팀, 공연장 지원, 딤프린지 및 부대행사, 통역 등 분야에서 활동한다. 공식활동 기간은 딤프가?열리는 전 기간이었지만, 팀에 따라서 짧게는 일주일만 활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딤프지기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공연장이다. 180명 중 63명이 공연장을 지원했다. 아양아트센터에서 만난?딤프지기는 모두 6명. 이들은 공연장 입구에서 기념품 판매, 티켓 배부, 공연장 안내를 했다.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이 열리는 웃는얼굴아트센터 등에 공연장 지원을 하는?딤프지기는 공연장 세팅, 진행, 안전관리까지 담당한다. 오페라하우스나 수성아트피아처럼 전문 하우스 팀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하루 평균 활동 시간은 뮤지컬 공연 시작 2~3시간 전부터 공연이 끝난 후 1시간 정도까지다.

학교에 걸려있는 딤프지기 모집 현수막을 보고 지원했다는 이아진(22) 씨는 사무국에서 일했다. 뮤지컬 공연을 많이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1지망은 공연장 지원, 2지망은 사무국을 써냈다. 사무국으로 오는 전화, 손님 응대, 티켓 박스 운영 등이 임무다.

아진 씨는 “개막식 이후에 10일 정도는 매일 사무실로 나갔다. 보통 4시간 정도 활동하는데 오래 일할 땐 7~8시간 하기도 했다”며 “한 번은 혼자 있을 때 딤프린지 팀이 사무실로 찾아왔는데 이것저것 설명하고 있으니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진짜 직원이 된 기분이었다. 실수하면 어떡하지하는 부담도 조금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손정화(가명) 씨는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영어?통역을 맡았다. 영국에서 온 뮤지컬 배우 통역은 물론 함께 온 기술팀 통역도 맡았다. 정화 씨는 “기술팀이 도착한 후에는 3일 동안 무대 설치를 도왔다. 한국 스태프들과의 의사소통을 도와줬다. 뮤지컬 공연이 있는 일주일 동안은 무대 뒤에서 배우, 기술팀 통역을 했다”며 “일정이 끝나면 배우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러 가기도 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 올인해서 활동했는데, 그만큼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딤프에서 의외로 비중 있는 일을 많이 담당하지만 지기로서는 오히려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백화점 무대 뒷 편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딤프린지팀

딤프 기간 내내 거리에서 활동한 이들도 있다. ‘딤프린지’라고 불리는 거리공연 지원팀과 ‘만원의 행복’ 팀이다.

딤프린지팀은 플래시몹 등으로 거리공연에 앞뒤 코너에 딤프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주어진 15~20분에 뮤지컬 일부분을 재현한다. 매일 3시간씩 팀원들과 연습을 통해 무대를 만든다.

이석빈 딤프린지 팀장은 “연습부터 홍보까지 우리가 스스로 만든다. 딤프에서는 우리가 공연할 무대만 제공한다. 뮤지컬이 좋고, 공연이 좋아서 지원했는데 120% 목표 달성했다”며 “스펙 때문에 했으면 이렇게 힘든 자원봉사는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딤프린지팀 12명은 지난 10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마지막 공연을 가졌다. 애초 7시 30분이 딤프린지팀의 공연이었지만, 공연팀 리허설을 위해 세팅해 놓은 악기들을 치우고 공연을 하기 힘들어 8시 20분으로 순서가 밀렸다. 1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했지만 실망하거나 지친 기색은 없었다.

▲딤프지기, 만원의 행복팀

‘만원의 행복’ 팀은 매일 오후 동성로 뮤지컬광장에서 뮤지컬 티켓을 1만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후 4시에 사무국에 모여 뮤지컬광장까지 함께 이동한다. 평일 오후?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되는 이 이벤트는 1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5일 동안 활동한 김연재(가명) 씨는 “4시 40분쯤 시내에 도착하면 부스 설치하고, 줄 서시는 분들 질서 정리를 한다. 홍보 멘트를 하면서 물티슈, 물도 나눠드린다. 8시까지 티켓 판매하고 빨리 밥 먹으러 가려고 뒷정리는 거의 10분 만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50명이었던 딤프지기는 올해 180명으로 늘어났다. 행사 규모만큼 자원봉사자 규모도 커졌다. 딤프지기에게는 자원봉사 인증서, 식비를 포함한 일비 1만원, 공연 할인 혜택 등이 주어진다. 자발성, 무보수성, 공익성을 요구하는 자원봉사의 기본 특성이다.

조성윤 딤프지기 담당은 “딤프지기는 공연 현장 지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이 많지 않아도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직접 사무를 보는 업무는 아니기 때문에 상시적인 직원을 운영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윤정 딤프 홍보운영팀장 역시 “축제 때만 필요한 인력을 모두 전문 인력으로 쓸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또, 문화공연 자원봉사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자원봉사를 모집할 때 최대한 많은 분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 꼭 필요한 딤프지기들. 이들을 ‘자원봉사자’로 한정하지 않았다면, 막중한 역할에 마땅한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10주년을 맞는 내년, 딤프지기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해본다.

▲만원의 행복팀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