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D-3, 대구 1천여 명 반성문 발표···시민단체, “지역 국회의원 탄핵”

최백영 전 대구시의회 의장 등 “30년 일당 독무대 반성”
대구참여연대, “최경환, 조원진은 내버려두고, 나머지 비겁하다”

15:42

대구 지역 학계, 언론계, 종교계, 정치계 등 각계 인사 1,000여 명이 “한국도 부끄럽고, 대구도 부끄럽고, 나도 부끄럽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반성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 모임을 구성하고, 지역 국회의원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향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6일 오전 11시, 대구시의회 2층 간담회장에서 김형기 교수(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유진춘 명예교수(경북대 농업경제학과), 강주열 하늘길살리기본부 집행위원장, 최백영 전 대구시의회 의장 등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국반성문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1,381명이다.

강주열 위원장과 최백영 전 의장 등은 현재도 새누리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 진영을 아우르는 ‘시국선언’ 의미 때문에 지역 취재진의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새누리당 인사는 소수고, 강주열-최백영 두 참석자도 새누리당 탈당 문제 등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모임 차원의 “통일된 입장이 없다”고 밝혀 취재진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대구 지역 각계 인사 1,000여 명이 시국반성문을 발표했다.
▲대구 지역 각계 인사 1,000여 명이 시국반성문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당원도 참여···탈당은 유보
박근혜 탄핵, 통일된 입장 없다 

김형기 교수는 “우리 지역에서 압도적, 절대적 지지로 만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럽고, 대구가 부끄럽고 우리 역시 박 대통령을 찍었든 아니든 부끄러운 지경”이라며 “한편에선 촛불로 반성과 각오를 다지지만 오늘 참여한 저희는 시도민 앞에서 반성하고 새로운 대구를 열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의미”라고 반성문 발표 취지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총선 전에 대구를 변화시키자는 1,033명 선언을 한 사람들이 주축이 되고, 하늘길살리기 운동본부, 지방분권 운동본부 등 개혁적 보수 인사가 결합해서 반성문을 내게 됐다”며 “하나의 정치 이슈에 관해 지역 보수와 진보가 함께 협력해 일하기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형기 교수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 정책네트워크 산하 ‘균형발전을 위한 분권과 혁신 포럼’ 대표를 맡았고,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다.

이들은 반성문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에게 견딜 수 없는 배신감과 실망감을 던져주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부끄러움을 안겨준 박근혜 대통령을 원망하고 나무라기에 앞서 우리는 대구 시민으로서 먼저 스스로 반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이제 우리 대구 시민은 지난 반세기의 ‘상처뿐인 영광’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대구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시민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며 “대구를 정치적 다양성과 문화적 개방성이 있는 진취적 도시로 환골탈태시키기 위해 분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성문 취지와 다르게 반성문 발표에 함께한 전·현직 지방의원 19명 중에는 최백영 전 의장과 우영길 전 경북도의정회장 제외하면 현직 새누리당 의원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일반시민 명단에 강신혁 대구시의원(무소속)과 같은 이름이 발견돼 경위를 확인하는 해프닝이 일 정도였다. 강주열 위원장은 “강신혁 의원이 아니라, 이름이 잘못 기재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름을 올린 현직 의원 17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15)이거나 무소속(2)이었다. 이들 중 유병철 북구의원을 제외한 16명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선언을 하기도 했다.

▲반성의 의미를 담아 고개 숙여 인사하는 기자회견 참석자들.
▲반성의 의미를 담아 고개 숙여 인사하는 기자회견 참석자들.

새누리당 현직 지방의원 참여 전무
대구참여연대, “곽상도, 김상훈, 정태옥, 곽대훈, 윤재옥, 정종섭 비겁하고 얄팍하다”

새누리당 참여자들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지만, 참석자들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강주열 위원장은 “친박과 결별할 각오가 있는 거냐, 새누리당 탈당 등 구체적 계획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원래 저는 친박도 비박도 아니”라며 “당 활동을 25년 해왔고, 이제 정말 새롭게 시대정신에 맞는 그런 집합체가 나와야 할 때다. 개인 의견은 이 자리에서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최백영 전 의장은 “민정당(민주정의당) 창당에 최연소자로 합류해 35년간 당을 지켜왔다”며 “지난 대선 땐 조직본부장을 맡아 스스로 좋아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장본인이다. 처절한 반성과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면 평화롭게 살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참여연대는 “대구지역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가 탄핵안 가결에 반대 또는 유보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시민들의 분노를 돋우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이미 이 사태의 공범으로서 해체의 길로 가야 하고, 특히 진박, 친박을 자처했던 의원들은 당장이라도 사퇴해야 마땅하지만 국민이 부여한 마지막 책무라도 수행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며 탄핵에 스스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최경환, 조원진은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 한 사람들이니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자”면서도 “국민들의 명령에도 눈치나 보며 일신의 안위를 타산하는 곽상도, 김상훈, 정태옥, 곽대훈, 윤재옥, 정종섭은 비겁하고 얄팍하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