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시국선언문 / 투쟁 정치외교학과 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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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9 15:29 | 최종 업데이트 2016-12-16 16:11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시국선언문

目不忍見 :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거나 참혹한 상황

목불인견,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거나 참혹한 상황. 이 단어만큼 박근혜와 최순실, 그 일당의 국정 농단과 헌정질서 파괴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대통령의 애국심은 우리가 생각했던 애국심과 달랐고, 대통령의 소통 안에 우리들의 외침은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었다. 어떠한 정치학적 지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정치학도로서 허망함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정부는 파행적 국정운영을 거듭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국민의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민족적 역사의식을 배반하고 독단적으로 강행한 위안부 합의. 뿐만 아니라 국민적 소통과 합의과정이 결여된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그리고 대학 자율성 파괴까지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국정 운영으로 일관하였다.

하지만 최근 밝혀진 박근혜 게이트는 앞서 언급한 정부의 국정 운영 행태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소위 비선실세라 불리는 최순실이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 및 국무회의 자료들을 사전에 열람하고 소장하였으며, 인사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리고 최순실은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 자신의 딸을 부정 입학시켰음 국민의 혈세로 사익을 추구했다. 더 나아가,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의 강제 모급 여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언마저 나오고 있다.

즉, 박근혜 정부는 이건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유린의 주범이 됨으로써 마침내 정치적 정당성마저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는 국민이 위임해 준 신성한 통치권을 최순실과 그 일당에게 내맡겼고, 우리의 주권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사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었다. 이는 87년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피의 향기가 섞여있는 민주헌법에 대한 모독이요, 민주주의를 위해 호기롭게 목숨을 내던졌던 순결한 넋에 대한 모욕이다.

그러나 박근혜와 최순실 일당 및 몇몇이 수백만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민주주의 질서를 제멋대로 농락하는 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성은 얻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려놓고는 제대로 가꾸지 않았던 지난날을 가슴 깊이 반성하며 이 사태에 우리 또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통감한다. 이에 우리 정치외교학과 학생 일동은 독재 정권에 항거하다 부당하게 목숨을 잃은 본과 여정남 선배의 숭고한 민주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의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바이다.

하나. 박근혜는 현 시국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하야하라.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을 위반했다. 국민은 위임받은 주권을 일개 사인에게 맡긴 대통령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 정당성을 스스로 상실한 박근혜는 이제 형식적 권한을 내려놓고 즉각 물러나라.

하나. 검찰은 성역없는 수사에 나서라.

검찰은 지난 시간동안 민의를 무시한 채 대다수의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드 수사로 일관하며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부정한 시대와 함께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국민들과 정의로운 역사를 함께 써갈 것인가. 검찰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이 아닌 대의민주주의와 헌정질서에 대한 근본적 위협임을 인지하고, 의혹이 존재하는 모든 영역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검찰 스스로의 명예를 회복하고 국기(國基)를 바로세우는 데 앞장서라.

하나.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해체하라.

새누리당은 4년 전 박근혜 정부를 출범시켰으며 국정에 대한 공동책임을 지는 집권여당이다. 그러나 현 작태를 보면 친박 계열의 인사들을 당내 의사결정과정에서 전면 배제하고 비박계를 중심으로 당권을 재편하며 마치 이 사태의 피해자인 양 행세하고 있다. 그러나 하늘을 가리기에 손바닥은 초라하게 작기만 하다. 새누리당이 이 사태의 공범이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사태 수습을 명분으로 실질적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권력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즉각 해체하라.

이제 우리는 국민들에게 고합니다. 지난 11월 12일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염원을 담은 100만의 촛불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온갖 술수로 국민을 농락하고 기만한 위정자들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은 질서와 화합으로 대응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여준 평화롭고 끈기 있는 발걸음은 왜 주권자가 위대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끓어오른 열망이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허망하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치학도로서 우리는 이 물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투쟁 정치외교학과 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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